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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현수 판을 벌이다 ': 국립무용단 장현수의 <팜므파탈> 리뷰
    REVIEW/Dance 2012. 6. 30. 15:34

    ▲ 26일 화요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국립예술가 시리즈8_국립무용단 장현수 <팜므파탈> 중 '악의 꽃' 프레스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장]

    왜 국립무용단의 공연에 국립무용단원인 장현수의 단독 공연에 요부(妖婦)가 아닌 서양 역사의 고유한 계보학의 역사를 간직한 기표인 ‘팜프파탈’을 제목으로 쓴 것일까. 장현수와 팜프파탈이란 단어 사이에는 닿을 수 없는 간극이 유동한다. 곧 이 공백에 팜프파탈로 채울 수 있는 것은 무한해진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 개념으로서의 그녀 자신을 벗어나는 긴 여정의 다채로운 결과물의 발현을 기약한다.

    장현수와 무용수들은 한복의 하늘거리는 옷, 쪽진 머리로 섬섬한 자취, 외유내강의 환영 같은 실체도 남긴다. '악의 꽃', '살로메'가 1/2부의 모티브를 이루지만, 표현적인 면이나 정서는 한국 고유의 환경을 더 닮아 있다. 앞서 말한 유동하는 간극이다.

    1부 악의 꽃, '장현수 놀음판을 벌이다'

    ▲ 26일 화요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국립예술가 시리즈8_국립무용단 장현수 <팜므파탈> 중 '악의 꽃' 프레스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장]

    팜프파탈은 보라색 하늘하늘한 의상과 달빛 군무, 여자의 광기와 욕정, 애욕 따위를 서늘하게 드러낸다. 극에서 서사를 그녀 표정에 응축시켜 놓는데 첫 등장의 시적 정취들은 바이올린을 켜 플라멩코 같은 몸의 리듬과 함께 정위할 수 없는 선율로 그녀 마음을 곧 그녀의 신체를 고스란히 형상화한다.

    이 선율, 그녀 자신을 관객이 용인할 수밖에 없음이 인트로라면, 군무에서 그녀 페르소나의 무용수들의 두드러짐을 낳으며 이 공간을 넓게 애욕의 서늘한 그림자의 지평으로 벌려 놓으며 본격적인 판을 벌린다.

    하늘거리는 몸은 바람의 환유이기도 하다. 또한 온갖 마음의 흐름이 미끄러져 가는 부질없는 몸짓들이기도 하다. 반면 무대 뒤에서 장현수는 혼자 이 바람과 하나 되어 무형의 몸짓과 그 흘러감을 품고 무취의 상념에 빠져 있다. 저만치에서 이런 공간의 확장은 현재 시간에서 중첩된 시간 구도에 겹쳐 있는 시간대에 몸을 또한 드러낸다.

     실제 팜프파탈은 사랑을 품고 이루지 못한 한의 정서와 인생을 축약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삶의 응축된 한 순간의 복잡한 정서를 지닌 인물이라 하겠다. 어떤 유혹의 제스처를 흩뿌리는 그런 전형적 캐릭터로 일단락되지 않는다.
    따라서 팜프파탈에서 장현수는 과거와 미래 그 사이에서 현재의 판을 또한 벌리게 되어 있다. 상념들은 과거에서 또한 시간의 다층 레이어의 한 부분을 점유하면서 살랑거리고 굼실대는 몸짓들은 장현수가 먼저 수놓는 것이다. 그녀는 구음을 이용하기도 한다.

    모든 우리 춤의 유형들은 하나하나씩 꺼내 놓는 것만 같다. 마음껏 자신의 모든 재능을 꺼내 놓는 듯도 하다. 장현수는 일종의 자신의 현실과 내지 세계와 관객과의 매개자-영매 역할을 자처하며 팔딱거리는 생명력으로 과잉 기표화된다면 이후 군무의 출현은 현재를 온존하게 보전하며 한껏 벌려 놓는 판이 되는데 이 온전한 그러나 (그녀 심성과 시선이) 은폐된 현재와 시간의 그녀 관점으로부터 서는 세계에서 어떤 타임머신의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한다.

    ▲ 26일 화요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국립예술가 시리즈8_국립무용단 장현수 <팜므파탈> 중 '악의 꽃' 프레스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장]

    마치 접신이 든 것과도 같이 무대를 생으로 또 시간을 중첩시키며 그녀는 자신을 초과하며 또 자신을 숨기며 무대를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또한 이뤄질 수 없는 남자와의 사랑에서 가슴 저리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마지막에 현재 그리고 영원한 미래가 마치 전설과도 같이 또 한 순간의 과거로 된다. 그녀가 현재와의 내지는 세계와의 긴장 관계에서 상념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였었다면 이 순간은 끝이 곧 시작이다. 지워지지 않는 삶의 자국으로서.

    이 순간은 애달프다. 그녀가 정녕 극 안으로 그녀의 이야기로 그녀가 만든 (거리를 둔) 이야기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2부 살로메, '핏빛 비의 정서의 환유'

    ▲ 26일 화요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국립예술가 시리즈8_국립무용단 장현수 <팜므파탈> 중 '살로메' 프레스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장]

    연체동물처럼 온 몸을 자유자재로 유동하며 몸에 에너지의 순환을 드러내는 두 남자 무용수들의 몸짓과 그 사이 조심스레 포즈를 취하는 여자, 그리고 반복적이고 단속적으로 드러나는 음향에 맞춰 공간의 이동은 중력의 자장이 아닌 이상 공간을 상정하며 시간을 붙잡아 둔다. 의식도 무화된다. 처음 조명이 관객의 눈을 부시게 비추고 무대로 돌아간 뒤 새하얀 공간은 현실과 세계를 표백‧탈색한다.

     조명에 따라 밝게 물든 공간은 마치 사막과도 같은 황량하고 광량한 공간을 연상시키는데 여자는 홀연히 웃옷을 벗고 그 시간을 멈춘 채 그 둘과 거리를 두고 떠나 버린다. 남자들은 이를 무심하게 또 무력하게 바라보는데 여기에 음을 조율하듯 아 소리가 무대를 향해 들려온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 다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단지 목소리만 들리는 이상異常 공간이 이전 공간에 재충접되고 붉은 조명 아래 이 이상 공간은 제의와 광란의 축제의 판으로 치환되는데, 곧 사라지는데, 흰색과 붉은 색의 대비는 삶의 어떤 붙박인 색채의 나눔 정도로 그 의미를 한정 짓는다.

     구심과 원심의 굵직한 힘의 분배 대신 원환을 이룬 무용수들은 수축과 펼침의 들고 남의 몸짓을 구가한다. 여기에 붉은 꽃으로 만개한 장현수는 처절함으로 부르르 몸을 떤다. 보고 싶어 하는 내레이션을 초과하는 그녀의 표정은 역시 애달다.

    ▲ 26일 화요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국립예술가 시리즈8_국립무용단 장현수 <팜므파탈> 중 '살로메' 프레스콜 장면 [사진 제공=국립극장]

     여기서도 역시 팜프파탈은 연인을 그리는 슬픈 여인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 정도라는 말일까, 사시나무처럼 떨며 등장하는 장현수에 용솟음치는 들끓음의 포화 같은 한대수와 돌돌 말려 누에꼬치처럼 되어 공중으로 올라가 있는 모습으로 무대 앞쪽에서 비 맞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잊힌 모습으로 잠재해 있었던 오히려 이기적 환희에서 그녀는 미래의 어떤 꿈에 접속해 있다.

    박수에 대한 응답을 유예하며 그녀의 또 다른 무대로 관객을 초대한다. 한대수의 영향력은 예상 외로 큰 파급 효과를 초래치 않았는데 또는 장현수와의 끈끈한 상호 연대나 싸움을 야기하지 않았는데 구성진 듯 청명한 여자의 시원한 발성에 그 몸을 도사렸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반면 무대 앞에서 내리는 붉은 비, 핏빛 비는 흰 옷을 살포시 물들여 가며 흰색과 붉은색의 합치를 인위적 장치로써 환유로서 드러냈다.
     
    [공연 개요]

    공 연 명 국립예술가 시리즈8_국립무용단 장현수 <팜므파탈>
    공연일시 2012. 6. 27(수)~ 29(금) 오후 8시
    공연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주    최 국립극장
    주    관 국립무용단
    예매 및 문의 국립극장 고객지원실 02)2280-4114 www.ntok.go.kr 1544-1555(Interpark)
    관람연령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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