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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2012 한팩 솔로이스트 첫 번째 공연 리뷰 : '안무 역량과 춤의 역량 간 긴장이 느껴지는 무대'
    REVIEW/Dance 2012. 6. 11. 11:48

    지난 8-9일 서울 종로구 소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차로 솔로이스트 다섯 작품이 한 무대에 올랐다. 지난 번 열광적인 반응을 가져갔던 김보람 안무, 솔로이스트로서 김용걸이 출연한 <그 무엇을 위하여...>는 앙코르 공연이다.

    ▲ 김용걸, <그 무엇을 위하여...>(안무가 김보람),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솔로이스트첫 번째 공연 드레스 리허설 현장

    <그 무엇을 위하여...>(안무가 김보람)에서 김보람은 김용걸과 이야기를 나누며 무대로 바통터치를 하는데, 극 끝에 나와 김용걸에게 어둠 속에서 총질을 함으로써 분신의 이전과 그 가상을 죽이는 실재로서의(어둠 속에서 이 조명에 따르는 김용걸이라는 가상을 처리한다. 또는 김용걸은 김보람의 페르소나로서 처음부터 분하고 있었다) 또 다른 가상으로(어차피 이 실재는 또 다른 이야기의 전제이므로) 무대 바깥의 세계를 넓히는 미약한 제스처로 무대에 나름 위트 있게 자신을 올린다.

    ▲ 김용걸, <그 무엇을 위하여...>(안무가 김보람),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솔로이스트첫 번째 공연 드레스 리허설 현장, 좌측 상단 두 개의 사진에서 우측에 위치한 사람이 안무가 김보람

    발레는 볼레로에 맞춰 갈팡질팡 스텝들을 잔걸음처럼 재는 유예된 동작들로 분해되고 또 변형된다. 이 잔 감각들은 다분히 유희적이고 어떤 정형화된 규칙으로부터 유예되며 잉여의 몸짓들을 얻는다. 간혹 여유를 부리는 동작이 있고 또한 표정에 그 여유가 드러난다.

    음악과의 합치점을 찾아 정확한 타이밍에 비상과 테크닉의 한 순간을 만드는 대신 몸은 다음 동작을 예비하고 또한 위트 있는 서술의 표정을 드러내며 조명의 달라지는 그 분배에 따라 다른 세계에 위치해 있는 서사 전략을 전개해 나간다.
    저번에 밀도 있는 무대라는 생각은 실상 조명과 음악의 상응 관계를 긴밀하게 해 나감에 있었고 또 끊임없는 발놀림에 그 효과가 있었다는 생각이고 몸은 상당히 여유 있게 다음을 예비하며 유희적으로 놀려지고 있었음이 보였다.

    ▲ 김미애, <야행(Night Journey)>(안무가 안성수),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솔로이스트첫 번째 공연 드레스 리허설 현장

    두 번째 무대는 김미애의 무대 <야행(Night Journey)>(안무가 안성수), 핀 조명이 은근하게 몸을 드러내고 또 어둠으로 몸을 가른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거문고 선율의 팽팽한 긴장감에 맞서 유유 작작 자신만의 춤사위를 선보였다. 큰 키에 단단한 몸과 근육, 쪽진 머리의 여성적인 외모에 남성적분위기를 간직한 얼굴은 이질적으로 보인다. 반면 그 표정은 너무 과묵하며 연약하지는 절대 않은 대신 그 얼굴을 무화시키며 하나의 팽팽한 신체로의 확장을 예비한다.

    ▲ 김미애, <야행(Night Journey)>(안무가 안성수),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솔로이스트첫 번째 공연 드레스 리허설 현장

    조명이 신체의 신비를 드러낸다면 그녀는 한국 춤에서 변형과 도약을 꾀한다. 유柔와 결합된 강剛, 흘러감의 유함과 그 강단 있는 리듬의 전통적 결합은 이제 표정이 아닌 신체로만 말하는, 전체의 몸에서 파생하는 부분 신체의 움직임이 그것이 흐름이 아닌 또 다른 강한 신체로 드러나는 방식은 놀랍다. 숨은 측정되는 대신 육체 안에서 증발하고 그 몸을 거둔다.

    반면 이 두 작품(이미 한 작품은 앙코르 공연이니 결과적으로 한 작품) 외에 이번 솔로이스트 공연들은 긴장이 급격히 떨어지는 편이다. 솔로이스트들의 표현의 기량은 최고 수준임에 틀림없다. 결과적으로는 안무의 시선이 솔로이스트의 무대로 온전히 치환되지 않고 남아 있거나 완연한 실체로 옮겨지지 않은 개운치 않은 느낌이었다.

    ▲ 이우재, <현행범(Flagrant Délit)>(안무가 얀 루르Yann Lheureux),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솔로이스트첫 번째 공연 드레스 리허설 현장

    <현행범(Flagrant Délit)>(안무가 얀 루르Yann Lheureux)에서 이우재는 어둠 속에서 팽이처럼 돌며 미약하게 힙합 전사로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안무는 그렇지만 그를 춤의 특정 장르 영역에 두는 대신 특별한 상황들 속에 그를 둠으로써 적응의 과제를 부여한다.

    철모를 들고 전쟁 용사의 상흔을 현시하는 육체 되기의 과정은 지난하게 펼쳐지는데 이는 그런 적응의 과정을 실제화‧구체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 이우재, <현행범(Flagrant Délit)>(안무가 얀 루르Yann Lheureux),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솔로이스트첫 번째 공연 드레스 리허설 현장

    전통 춤 사위가 이 고통을 드러내는 식으로 실상 그가 그 시간을 입고 그 인물이 되어가는 것이 반복적으로 수행되고(이는 일종의 제의로서의 성격으로 작품이 번져가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그 아픔을 체현하는 과정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치유적 성격으로 제시된다. 그리고 격렬한 비보잉은 그 상처가 과격하게 드러나는 방식이다. 춤의 장르별 층 차로 서사를 완성하고 그 서사 안에 기실 무의식의 춤을 창출해 보고자 한 안무가의 실험적 시도가 미완성의 형태로 남은 듯 보인다.

    ▲ 김설진, <아빠(A pa)>(안무가 가브리엘라 카리조Gabriela Carrizo),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솔로이스트첫 번째 공연 드레스 리허설 현장

    김설진은 <아빠(A pa)>(안무가 가브리엘라 카리조Gabriela Carrizo)에서 상처와 고통을 얼굴에서 상체로 온 몸을 경련과 멈춤 상태로 놓는 괴로움의 변신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어린아이와 그 엄마를 무대에 등장시킴으로써 예고치 않는 반전을 삶의 괴로움과 그에 대한 응당 해소의 필요를 무대 바깥으로 안테나를 뻗음으로써 데우스엑스마키나 같은 우연적 결말을 통해 해결한다.

    ▲ 김설진, <아빠(A pa)>(안무가 가브리엘라 카리조Gabriela Carrizo),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솔로이스트첫 번째 공연 드레스 리허설 현장

    그가 갖는 괴로움의 폭은 역시 솔로이스트에 참가하는 예효승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괴물 신체는 얼굴이 표정이 아니라 하나의 신체임을 또한 얼굴부터 전신이 하나의 움직임을 형성하며 그 중심에 얼굴이 있을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 안영준, <중력(Gravité)>(안무가 파브리스 랑베르Fabrice Lambert),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솔로이스트첫 번째 공연 드레스 리허설 현장

    안영준의 <중력(Gravité)>(안무가 파브리스 랑베르Fabrice Lambert)은 일정한 무대 바닥의 영역에 물을 두고 인터액티브로 움직이며 여기에 몸이 닿는 대로 무대 정면의 스크린에 그 움직임과 물이 이는 파장이 일어나는 물-신체 인터액션 자체의 기술 시현의 메타적인 측면과 일종의 실체와 그림자가 교차되고 전도되는 삶의 형태를 동시에 보여준다. 누워서 마치 스크린의 그림자처럼 위치하며 물의 파동을 일으키면 스크린에는 물과 합쳐진 물보라를 일으키고 물의 파동으로 움직임이 확장되는 또 다른 실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안영준, <중력(Gravité)>(안무가 파브리스 랑베르Fabrice Lambert), 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솔로이스트첫 번째 공연 드레스 리허설 현장

    물의 파동이 번져가는 모습이 하나의 결정적 안무의 순간이기도 하다. 물과 안영준이 교감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실체가 스크린에 매개되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했다.

    [공연 개요]
    공 연 명 <2012 한팩 솔로이스트> 2012 HanPAC Soloist
    시리즈명 HanPAC 테마별공연예술시리즈
    일    정 2012. 6. 8 ~ 9,   2012. 6. 15 ~ 16 금 8pm / 토 4pm
    장    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공연문의 한국공연예술센터 02) 3668-0007
    제작, 주최 한국공연예술센터(이사장 최치림)
    예술감독 안애순
    출연자와 안무가
    Ⅰ팀
    김용걸(안무 김보람), 김미애(안무 안성수), 이우재(안무 얀 루르), 김설진(안무 가브리엘라 카리조), 안영준(안무 파브리스 랑베르)                       
    Ⅱ팀
    최진욱(안무 김윤수), 예효승(안무 알랭 플라텔)
    이은경(안무 피터 암프, 로버트 스테인)

    프로그램
    일정
    Ⅰ팀    6.8(금) 8pm /  6.9(토) 4pm
          ∙ 김용걸 <그 무엇을 위하여...>
          ∙ 이우재 <현행범(Flagrant Délit)>
          ∙ 김설진 <아빠(A pa)>
             (인터미션)              
          ∙ 김미애 <야행(Night Journey)>
          ∙ 안영준 <중력(Gravité)>
      Ⅱ팀    6.15(금) 8pm   /  6.16(토) 4pm 
          ∙ 최진욱 <이몽(異夢, Another Dream)>
          ∙ 예효승 <발자국>
          ∙ 이은경 <나쁘지 않은 기억들(Not Bad Memories)>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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