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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발레단의 <poise>(안무_안성수) 리뷰 : 김주원의 국립발레단 무용수로서 마지막 공연
    REVIEW/Dance 2012. 7. 2. 08:49

    차이의 생성의 안무, 그 속에서 김주원 차이를 벌리다.

    Intro : 수직성을 띤 구조물이 추동하는 무대, 즉물적 움직임_1막 1장  < Festive Overture op.96 >

    지난 6월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50주년 기념작 <poise> 프레스콜(캐스팅_김지영, 이동훈, 김리회, 이영철)

     시각을 대체하며 출현하는 장엄한 음악은 이 공간을 환영의 서사로 바꾼다(<poise>의 무대는 전체적으로 1막과 2막 모두 쇼스타코비치 음악으로 주조됐다). 칸칸이 쳐 있는 구조물의 복잡함은 일순간에 사라지고 여기에 미로(迷路)의 함의는 없다. 흰색의 일렬로 올라간 구조물의 수직성은 발레 움직임의 그것을 상징한다. 곧 이 수직성의 도약의 순간은 미로보다는 발레의 움직임의 함의를 형성하는 것이다.

    안무는 재고 머무는 순간이 없다. 곧추 세운 몸은 그 나아갈 데 없는 운동성의 위치에서 돎의 우아함을 감행한다.

    오히려 이 음악의 환영성은 입체적인 무대를 메우기 위한 것일 뿐 오히려 움직임에 있어 환영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곧 발레 자체가 비-인간 또는 인간의 이상적 최고치의 움직임의 한 축으로 형상화된 것이라면 안성수는 테크닉들을 동등선상에 두고 위로 뻗는 움직임의 수직과 돎의 수평축을 상정하며 제자리에서 모든 움직임을 펼쳐 낸다.
    또는 군무에서 차이를 발생시킨다. 곧 움직임은 직설적이다. 즉물적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다. 이것은 안성수의 안무이다. 거기에 더해 정구호 디자이너가 특별히 마련한 의상들은 모던하고도 관능적이며 퓨처리즘Futurism적 색채가 있었다.

    끝없이 달라지는 안무의 순열‧조합, 하나의 특징적 제스처는 허리를 약간 뒤틀면서 상체와 하체의 반대 방향의 힘을 형성하며 앞으로 살포시 나아갈 듯한 환영을 만드는 안무인데, 순간순간 반복 삽입됐다. 이후 안무는, 수직성의 역동성은 너무 빠른 나머지 곧 사라졌다.

    시차를 이용한 안무 _1막 2장  <Piano concerto 2.Ⅰ>

    지난 6월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50주년 기념작 <poise> 프레스콜

    붉은 빛은 사막과 석양, 제식의 온갖 상념이 상징 질서로 섞여들며 집약되는 한 순간을 만드는 한편 동시에 걸어가는 움직임과 함께 탈질서로 빠져 나가는 강한 암시의 인트로를 만든다.

    팔과 팔을 잡고 여자 무용수는 아래로 중심을 향하고 남자를 위로 향해 위태롭게 둘이 서로를 지탱하는 안무의 표식은 기존 안성수 안무를 닮은 부분이었다.

    가령 점처럼 돌고 턴하고 어느 정도 폭을 두고 똑같은 움직임으로 시차를 벌리며 움직임을 반복하기, 전체적으로 두 쌍의 구심과 원심의 분배, 자체적인 동력의 구심과 두 쌍이 병치되며 얻어지는 중심의 자유로운 질서 파괴의 힘으로서 원심, 그리고 또 안무는 분화의 힘.

    유독 김주원에게 더 조명이 가해지는 것은 김주원에 대한 마지막 찬사의 의도가 선연히 담긴 것일까. 김주원의 주특기는 실상 그녀의 발레 테크닉 이전에(이 부분에서 대다수 국립발레단원들의 수준은 완성도의 완벽함을 구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감정을 표면의 적극적‧주체적 전유의 자신의 순간을 만드는 것으로 이는 다른 한 쌍(김주원이 주로 이영철과 파트너를 이뤘다면 이은원과 정영재가 그와 대구를 이뤘다)과, 또 군무에서 확연한 비교의 지점을 만드는 것이다.

    발레가 어떤 안무 자체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그 안에서 인물로 분하는 무용수가 인물과의 팽팽한 장력 속에 새로운 인물이 탄생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이가 김주원이다. 그녀는 그 순간 그녀 자신이지만, 또 그 인물을 확고히 전유하고 있다.

    또한 두 쌍의 동등한 안무가 분열하는 지점에서의 속도 차에 의한 시차 벌림 내지는 같은 안무의 반복은 후자가 그 중요성 면에서 뒤로 가기보다 오히려 후차로 가격해 전자보다 더 강한 충격을 준다는 특이점을 얻는다.

    김주원이라는 특이성singularity _3장  <Ballet suite No.5 from"The bolt">

    지난 6월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50주년 기념작 <poise> 프레스콜

    밝게 내려오는 흰 구조물의 움직임의 구현과 김주원과 다른 무용수들과의 차이는 곧 이 춤이 얼마나 재미있게 하나의 영향을 갖는 감상의 포인트로 삼을 수 있는지 주요하게 담을 수 있음을 또한 의미했다. 군무 속에서도 그녀는 차이를 생성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음악이 풀어질 때 즈음 김보람을 위시한 안무처럼 유독 매우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팔을 놀리는 둔탁한 김보람의 상체가 야성적으로 드러나며 떼에서 동화지지 않은 차이를 낳는다. 게다가 그를 안성수 안무가는 제일 앞에 두었다.
    그 재미난 유희가 사라진 이후 남성들의 급격한 테크닉 그리고 뒤에서 일렬로 도열해 뛰어 들어오는 피날레의 압축적 자장의 선先-펼쳐짐은 정말 최고였다.

    차이의 중심_김주원 _2막 1장 < Symphony no.12 Op.112 (The year)>

    지난 6월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50주년 기념작 <poise> 프레스콜

    빨간 색의 구조물들은 1막의 끝에서 이미 드러나 있었다. 이는 무엇보다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mobile이 아닌 단순 구조물인데, 순간적으로 이를 띄움으로써 생명력의 환영으로 표상된다. 일종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 모빌의 유동성은 외부성을 입고 발생하고 있는 것임에 반해, 이 구조물들은 철저히 통제되며 시선을 가정하는 또 다른 안무의 일종이다. 곧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이 구조물들이 급격한 음악의 흐름을 고스란히 타고 또 그 힘을 이전(移轉)하며 전체 군무로서 움직임을 만들고 시작되며 김주원은 그 중앙에 있다.

    차이는 전체의 철저한 군무 자체의 움직임의 차이, 그리고 또한 군무 전체 속의 (김주원이라는) 차이가 있다. 전체의 측면이 더 강조되어 나아감 속에서 아래로 시선을 은근하게 두며 잠재성을 감추어 두고 있다거나 하며 김주원은 약간의 차이를 벌리는 것까지가 인트로다.

    ‘잔혹동화’ _2장 2장 <Ballet suite No.5 from"The bolt", The golden age Op.229-Ⅲ>

    지난 6월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50주년 기념작 <poise> 프레스콜

    중간은 김보람이 주축이 된 유희적인, 어둠 속 조명이 만드는 약간의 좁은 영역 속에서 마치 인형들의 움직임을 형상화하는 듯 보인다. 앞에서처럼 김보람은 혼자 두드러진다. 한명씩 군무에서 미끄러져 나가떨어지며 이 유희 속 은폐된 긴장을 가시화한다. 일종의 잔혹동화인 셈.

    다양한 음악들이 갖는 서사의 흐름_2막 3장 < Suite No.1 for jazz 中 >

    지난 6월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50주년 기념작 <poise> 프레스콜

    붉게 물든 조명에 바로크식 음악의 선율이 흐른다. 붉게 맺힌 조명에 남녀가 암약한다. 은밀한 연애의 공약을 펼친다. 여기에는 ‘지젤’, ‘로미오와 줄리엣’ 등 갖가지 드라마 발레의 표상이 겹쳐 있다. 음악이 급반전되면서 둘은 철저한 구심의 자장 아래 서로를 향해 시차를 벌리며 계속하여 돌고 서로를 보필한다.

    여기에 칸으로 쳐진 기하학적 도형의 자장이 정면과 바닥 모두 무늬의 판을 만든 이후 군무가 또 뒤에서 등장했다 사라지고 둘의 독무대가 이어진다. 실로폰과 같은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흰 도형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움직임의 서사를 낳는 가운데, 둘은 사라지고 또 다른 커플이 나타난 후 음악이 거세졌다.

    하와이언 백사장을 연상케 하는 선율은 흰색 직사각형이 무대 정면에 기입된 이후 동시적으로 나타나고 그 춤의 계열도 유사 동기화된다. 그 후 이렇게 일종의 서사들의 변주에 가깝다. 사실 기하학적 추상의 몬드리안과는 거리가 있다. 파사드의 배경에 동기화되는 분위기와 음악에 따라 변주되는 서사가 강하다.

    흰색의 구조물이 오르내리고 무대 바닥의 원형은 돌아가며 바로크 선율이 다시 흐르고 춤은 기하학적 유사성의 형체를 띤다. 정적으로 맺어 있지만 (돌아감으로 인해) 잔상을 남긴다. 여기에 맞춰 안무는 은근하게 조율된다. 넓은 구도로 담고 힘을 분배하며 역동적 균형의 평행이 만들어진다.

    지난 6월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50주년 기념작 <poise> 프레스콜

    마치 춤추고 맺는 순간을 선사함이 인형을 연상시킨다. 이 안무에 이 힘을 감싼 멈춤의 계열이 원 외부를 타고 세워짐으로써 병렬적 대위법이 만들어진다.
    작은 움직임과 멈춤, 흰색을 품은 (잠재성을 갖춘) 멈춤의 이 동적 배열, 그럼에도 이 전체는 하나의 원의 순환 속에 동적 생명을 얻는다.

    흰색 구조물이 오르내리고 이 음악에 다른 건조한 장면은 영원의 풍경으로 지속되다. 돌연 변전이 인다. 박수를 치며 외부성의 개인이 정적의 서사를 깬 것이다. 군무는 활약한다. 군무는 작은 움직임들이 하나의 판에 들어온 형국이다. 시차와 위치의 차이의 움직임의 엔트로피적 향연 곧 차이의 세계 이 무한한 계열에서 가령 김주원은 어디 있는가.

    표층서사적 전략_2막 4장 < Symphony No.10 Op.93-Ⅱ >

    지난 6월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50주년 기념작 <poise> 프레스콜

    매우 가벼운 발걸음, 힘없는 팔의 유연한 움직임, 몸은 강한 중심을 안고 빠르게 변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혼란에서 군무의 도열선을 만들고 그 중심에 김주원이 다시 있다. 그녀의 표정이 독보적으로 이 무대를 점한다. 이어 새싹(젊은 무용수)들의 생기가 무대에 튀어 오른다. 다시 혼란에 빠져드는 순간이다.

    이 뒤섞임 속에 시선의 중심을 찾기는 어렵다. 빠른 분배와 흩어짐, 그리고 층위들의 병렬 서사를 이루는 마치 하이퍼hyper-서사 계열의 서사를 그리듯 단면들의 표층서사들이 심층 서사 내지는 원근의 폭을 만드는 형국이다.

    환희 대신 눈물로 올리는 커튼콜

    ▲ 7월 1일 열린 <poise> 공연 후 커튼콜에서 김주원의 모습(사진 중간)

    김주원은 이 무대 이후 그녀를 위한 커튼콜이 되어버린 시간에 눈물을 훔쳤다. 큰 절에 가까운 인사를 여러 차례 했다. 무대에 따른 감동이라기보다는 그녀의 국립발레단의 삶 자체가 집약된 기억들이 그리는 짧은 순간의 압축된 감정이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 눈물이었다. 관객들 역시 작품을 넘어 김주원의 그간 그녀에게 갖는 기억들을 박수에 투사했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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