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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발레 <이방인>: 숨 막히는 시공간 속 '이방인'의 존재
    REVIEW/Dance 2013. 6. 20. 00:38


    사회, 이방인을 만들다


    ▲ 2012 국립발레단 창작팩토리 선정작 <이 방 인> 연습실 장면 [사진 제공=이고은발레단] (이하 상동)


    현대인(주인공 ‘뫼르소’를 비롯하여)의 복장, 한 명(뫼르소의 어머니)의 장례식과 측면에서의 고양된 음악에 인물들의 죽음을 재상기시키는 환영적 조각들로서 몸, 의자가 사용되어 스텝이 가능하지 않게 됨으로써 상체 위주의 움직임이 알 수 없는 표정과 함께 강조된다.


     붉은 옷과 꽃-영상, 유혹의 기표는 ‘마리’의 자유분방함은 절정을 향하고, 의자로 둘러쳐진 공간의 변전과 함께 이후 명확하게 구획을 만들며, 그 안에 갇힌 한 명의 타자(다른 옷 색깔을 통해)가 된다. 이 안에 여러 존재자들을 지배하는 이의 등장과 함께 붉은 옷의 여자는 이방인이 된다.


     적막한 공기 속 긴장은 발레의 정형적 몸짓들의 구현 대신, 일상의 긴장과 숨을 주며 내면으로 소급되는 이야기를 배태한다. 이러한 긴장이 구획된 공간의 표지를 지우고, 텅 빈 공간으로 열리자 비-관계의 치열한 공간이 생성된다.


    공허한 주체



     다시 나타난 남자(뫼르소)의 표정에는 공허함이 가득하고 여자(마리)는 주변을 맴돌지만, 이러한 노력이 가닿는 과정은 실제적인 한편, 이 어긋나는 시점에서 다시 여자의 생기(생기)는 남자의 치유할 수 없는 공허로 지속된다.


     흰색 옷을 입은 여자로 변전된 또 다른 층위를 그리는 존재와 누운 채 생경하게 몸을 뒤집으며 그 시차를 비껴나는 두 존재의 밀접하고도 분명한 거리의 형성과 함께 남자의 미끄러지는 시선은 공허의 내면으로 화한다.


    죽음의 기호



     남자는 여러 분할된 자아의 스크린과 겹치며 자아를 잃어버린 존재로 힘없이 연장된다. 철문과 구획된 공간 속 주체가 되지 못한 존재들은 박수의 인도를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이 머물러 있고, 어떤 집단의 체계를 형성한다.


     이는 집단의 우두머리(아랍인)를 산출하고, 그 외부에서 주인공은 그에게 총을 겨눈다. 영상이 드러내는, 전쟁의 포화 속 댄스 향연의 장이 펼쳐지고, 이 아이러니한 현실은 삶이 비극적으로 고양되며 수채화 같은 풍광의 역사가 잿더미로 되는 가운데 슬픈 몸짓들로 기입된다.


     두 남자의 대립과 심각한 갈등, 검은 옷들의 존재자들, 붉은 피, 이방인의 외부 존재, 현대인은 이렇게 의미 없는 기표로, 실존이 아닌 그저 생을 가진 타자들로 현상된다.


     이방인은 대결과 갈등 너머 곧 스스로 현실의 보이지 않는 뒤쪽에서 목숨을 끊게 된다. 이후 뫼르소의 목숨의 행방은 차라리 분명하지 않은 게 맞다. 그 수행적 삶의 마지막 자체가 하나의 스펙터클의 장면으로 현시되는 것이다.


     곧 죽음은 열린 기호이자 열린 결말을 열어주며, 내재적이지 않은, 철저히 외로운 현실의 이름을 기입하며 불투명하게 사라져 간다.


    p.s. 소설에서 무용으로...


    <이방인>은 재현의 도식을 따른, 또 스크린과의 합치를 지향하며 다양한 색감 위주의 화면들과 춤의 결합, 무대의 고정된 설치 대신 의자들의 활용을 통한 안무의 변형 등 원작 소설을 현상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은 원작을 활용하되 그 탐구와 재전유로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보인다. 곧 왜 실존주의를 그린 이방인이 주는 현재적 삶의 좌표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가져가지는 못했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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