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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무용단의 ‘그 후 1년’, 팬데믹 이후 어떤 예술의 양상들
    REVIEW/Dance 2021. 7. 16. 11:34

    ‘그 후 1년’ 포스터

    국립현대무용단의 ‘그 후 1년’은 2020년 국립현대무용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공연이 취소되고 일 년 후에 재개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제목은 팬데믹이 어느 정도 공연의 판도를 변경시키고 다르게 만들었는지, 1년의 경계가 얼마나 확연하게 관객되는지를 관객 역시 공유하고 있음을 전제한다. 각기 다른 세 개의 공연은 이러한 환경에 맞추어 그 매체 자체가 변경되거나(〈승화〉) 또는 직접적인 팬데믹 환경을 알레고리로 하거나(〈점.〉) 그것과 결부 지어 예술의 조건을 의제화하는(〈작꾸 둥굴구 서뚜르게〉) 등 그 대응의 정도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의 대응들을 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그 후 1년’을 보는 하나의 시점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랄리 아구아데+백종관, 〈승화〉

    국립현대무용단_그후1년_승화_워크숍 현장사진 ⓒAiden Hwang

    〈승화〉는 안무가 랄리 아구아데의 안무 과정을 바탕으로 백종관 작가의 연출로 만든 댄스필름이다. 여기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데, 연출의 개념에는 영상 촬영과 편집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안무에서 연출로의 모호한 전환―그 둘이 하나의 레이어상에서 종합되어 제시된다는 점에서―에는 저자의 이양이라는 어떤 타협의 지점을 가정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는 랄리 아구아데 안무를 영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기록하고 편집한다는 관찰자의 시각이 부상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를 다시 랄리 아구아데가 최종적으로 확인했는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아무래도 이 최종 매체의 형식은 백종관 작가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사실상 영상에서 연출은 안무의 영역을 포함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주어질 차례이다.) 이는 애초에 의도되지 않은 채 이 매체의 형식이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유래한다고 보인다. 그러니까 극장 위에서의 현존하는 몸이라는 매체가 팬데믹 상황으로 기각되었다. 

    해외 안무가의 작업은 주로 워크숍과 부가적인 인터뷰 일부의 영상 기록으로 전환된다. 줌과 같은 온라인 회의 방식이 장소의 장벽을 허물며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 같은 플랫폼을 다루는 데 있어 제시되고는 하는 어떤 클리셰의 형상으로 인터뷰 일부는 수렴되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이러한 단면은 몸과 몸이 어떤 확고하고 안정적인 지반 위에 있음을 약속하고 서로를 충실하게 마주하는 기존 커뮤니케이션의 절차를 ‘이 장벽을 넘어서’ 실천하겠다는 어떤 의지가 뒷받침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가운데 그 플랫폼의 특이성은 소통의 보편성으로 한층 더 수렴한다. 두 개의 장소는 사실 하나의 지반 위에 구성되는 것이다. ‘너’라는 공간이 거울 공간이 되고 있는 서로의 공통 시간이라는 장소에서.

    어떤 결괏값을 산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대 위의 재현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국립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어떤 견고한 기틀의 형식을 벗어난 실험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전제로부터, 만약 몸의 교류가 온라인에서 가능하다면, 온라인에서 안무의 지시는 그 과정의 연장선상으로 이어지며 끝까지 점철될 수 있는 어떤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이런 과정 자체의 재현은 오히려 여전히 안무가가 함께 하나의 물리적 장소에 있지 않는다면, 안무는 가능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보수적으로 확인시켜준 것으로 보인다.

    권령은, 〈작꾸 둥굴구 서뚜르게〉

    국립현대무용단_그후1년_작꾸둥굴구서뚜르게 연습 사진ⓒAiden Hwang

    〈작꾸 둥굴구 서뚜르게〉에 등장하는 몇 가지 춤은 현재를 팬데믹 여파를 타개할 그리고 은밀한 역사를 승계할 경전의 문자들쯤으로 전제된다. 생존을 위한 춤으로서 애교를 장전한 춤은 미래와 연결되는 외전에 담긴 어떤 아카이브이자 일종의 메소드북에 실릴 가상의 춤 정도로 상정된다. 그렇게 여섯 명의 무용수들(권예진, 김선주, 김승록, 이민진, 이은경, 이학)은 인형처럼 또 다른 메소드로써 각각의 단위를 구성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를 순환해 나간다. 일종의 가상적 시간과 무정형의 존재자로서 인형은 존재의 실존을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의사-실존은 다름 아닌 무용가의 실존적 어려움을 은밀하게 지시한다. 

    이러한 애교 곧 춤이 직접적으로 소구되는 방식을 통해 춤의 비경제적 역량과 실존의 미소함을 드러낸다. 따라서 〈작꾸 둥굴구 서뚜르게〉는 코로나를 직접 타개하는 유흥의 방정식을 구성하기보다도 제도 비평적인 차원에서 무용에 관한 풍자적인 코드를 갖는 것에 가깝다. 여러 메소드가 회전하면서 반복되는 가운데 사실상 기계적 생명력을 갖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작위적이며 코드화된 율동에 가까운데, 그 애교가 갖는 율동적 움직임이 주는 신선함이나 즐거움의 표층은 애교 춤의 일차원적 의미의 바깥을 직접 지시한다는 점에서 표층의 동력은 점점 인위적인 무엇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존재자의 특이한 동력은 전환들 속에서의 변환의 형상으로서, 기괴한 감각의 역치를 시험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애교 춤은 무용의 독자적 생존과 직접적 상응 관계를 맺는가. 곧 이러한 무용 형태는 재미와 웃음을 일부 유발한다는 점에서 기존 춤과의 변별 지점을 형성하며 관객의 호응을 경제의 지표로 연장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이러한 기묘한 존재자들의 향연은 예술의 지위를 풍자하며 예술의 자리를 상상하게 한다. 무엇보다 SF적인 상상력이 관객을 직접 향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김보라, 〈점.〉 

    국립현대무용단_그후1년_점. 콘셉트 사진 ⓒ목진우

    김보라의 지난 작업들에서 선보인, 〈인공낙원〉에서와 같은 거대한 무대 장치 혹은 무용수가 무대를 구획화하며 획득하는 지표로서의 장소는, 튜브 재질의 투명한 비정형 큐브의 존재와 그 안팎을 드나드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연장된다. 이러한 팬데믹 이후의 시대에서 그에 관한 마스크라는 가장 직접적인 은유로서 구성될 이러한 유동적 공간은, 실제 그 드나듦에서부터 그 위에 올라타거나 하는 행위 등을 거치며 그 질기고 마찰력 있는 질감을 촉각적인 실재로 드러내는 것으로 전환된다. 반면 그 오브제의 특이성을 드러내는 행위는 우연과 즉흥의 산물에 포함되면서 움직임 자체의 별다른 특이성이나 단절된 그리하여 새로운 시대의 어떤 이념을 주조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안의 안으로 수렴되는 안과 밖의 비유로서 볼 수 있을 곧 내폐된 개인들의 세계는 우리의 신체적 갑갑증과 익숙해짐 그 재현의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기괴하고 정교한 반면, 이 세계의 언어는 그 투명한 표층의 즉물성 바깥을 비집고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움직임들은 실존의 어떤 극복으로 귀결되지 않는 점은, 곧 아마도 실존적 몸짓을 무용이 재현하는 여러 양상에서 강조되는 ‘주체’의 형상을 떠올려 본다면, 〈점.〉은 어떤 해결책도 없는 징후로서의 현대인을 포착하고 있는 것 아닐까.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1.6.4.(금)-6.(일) 금 7:30PM, 토 3PM·7:30PM, 일 3PM

    공연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소요시간: 90분(인터미션 포함)

    〈승화〉*댄스필름
    안무: 랄리 아구아데
    연출: 백종관
    출연: 권요한, 류진욱, 서동솔, 손지민, 유재성, 이대호, 정재원, 정철인

    〈작꾸 둥굴구 서뚜르게〉
    안무 권령은
    출연: 권예진, 김선주, 김승록, 이민진, 이은경, 이학

    〈점.〉 
    안무: 김보라
    출연: 박상미, 최소영, 이혜지, 박선화, 양지연, 백소리, 김희준, 강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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