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용해숙, 《유토피아 삼경》, 굴절된 주체의 시각상
    REVIEW/Visual arts 2021. 12. 30. 11:02

    용해숙, 〈미호천교각 – 유토피아 삼경 연구 1, 2〉, 잉크젯 프린트, 각각 34x102cm(2점), 2021년. [사진=작가 제공](이하 상동)

    《유토피아 삼경》의 사진들은 세계를 담는 거울, 곧 자신의 다면체의 공간―북두칠성의 성좌―으로 세계를 변형하며 2차원 평면의 사진으로 압축한다. 기존의 ‘파노라마 삼부작’은 현장에서 뒤엉키고 너저분하게 널린 파편적 사물들이 만든 풍경과 거기에 일부로 포화되는 작가의 퍼포먼스로 구성되었다면, 《유토피아 삼경》에서 작가는 ‘순전하게’ 거울로 용해되었다. 여러 각도로 연접한 거울은 사물을 각각의 모나드 안에 기울어진 채 수용하는데, 축소되거나 확대되는 크기의 차원, 바깥쪽으로 이탈하거나 안으로 접히는 이행의 차원, 표면 자체가 울거나 반전되게 이미지를 구성하는 왜곡의 차원은 모두 동시적으로 이뤄진다. 이 모나드들이 또한 동시적으로 신체를 포화/불포화시킨다. 이는 이전 작업 ‘파노라마 삼부작’과의 연장선상을 이룬다. 
     
    파노라마 삼부작에서의 기존의 파노라마 사진은 실내 장소에서 대상과의 일정 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한 번에 다 담을 수 없는 사진들을 이어 붙인 것으로서, 인간의 시선을 이전한 카메라라는 매체에서 (아마도 가장 시야각이 넓은) 광각 렌즈의 제한된 시야각을 전제하며, 그 한계선상에서 사진들의 합성을 시도해 이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확장된 현실은 그것을 하나의 시점에서 일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만 차이를 갖는다. 이 사진 속 풍경과 행위는 현실에서 명백히 벌어진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차이는 ‘더 많은’ 사물들과 연관된 인간과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함에서 의미를 얻는다. 사물들과 그 사이에서 인간의 구도는 회화적 정물의 연장이며, 철저히 의도된 것이다. 파노라마 이미지는 화면 안의 대상들은 모두 투명하고 공정하게 비춘다는 점에서 카메라라는 매개는 회화적 이상 아래 사라지게 된다. 

    용해숙, 〈강룡사 대불보전 – 유토피아 삼경 매시업〉, 잉크젯 프린트, 95x285cm, 2021년.

    《유토피아 삼경》의 차이는 ‘파노라마 삼부작’에서의 왜곡 없는 현실의 반영이, 다초점의 굴절된 현실 반영들로 확장, 수렴된다는 것이다. 복잡한 현실의 구조적 층위가 명확했다면, 그리하여 현실을, 구체적으로는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환경, 예술의 위치가 구성하는 세계의 구조를 보이는 것으로 만들었다면, 《유토피아 삼경》은 그 세계를 보는 시각 자체가 온전할 수 없음을 예시한다. 이는 일견 종교적인 신성으로 연결되는 듯하다. 
    가령 〈강룡사 대불보전 - 유토피아 삼경 매시업〉(잉크젯 프린트, 95*285cm, 2021.)은 강룡사 대불보전 안에서 정면의 불상이 있는 전경이 거울에 반영된 것을 다시 찍은 것으로, 여러 시야각의 복잡도를 거울과 어느 한 각도 평행을 이룰 수 없는, 곧 그럼으로써 ‘평등한’, 평면의 카메라 시각으로는 한 번에 담을 수 없어서 더 정확히는 거울의 크기인 “107*309cm”―나아가 사진의 크기인 “95*285cm”―의 크기의 재현 값을 얻을 수 없어서 개개의 모나드를 각각 근접 촬영해(모든 각도에서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기법을 작가는 “매시업”이라고 지칭한 듯하다. 여기에는 물론 그러한 시각의 다초점적 양상이 전제되어 있다.) 한 번에 비친 이미지로 ‘복원’한 것이다. 그것은 의도 차원에서, 왜곡이라기보다는 세공의 완성도를 높여 나간 것에 속한다. 

    마치 절을 올리기 위해 바닥에 엎드려 절의 이곳저곳을 바라볼 때 드는 기이한 풍경, 현란한 이미지와 분위기로부터 현기증이 나는 시각장의 경험을 옮긴 것으로도 보이는 이 같은 거울 이미지는, 현실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없는 것으로 재현하며, 현실에 대한 재현과 지시를 일견 포기한 듯 보인다. 반면 “유토피아 삼경 연구 1, 2”의 세 작업 중 “강룡사 관음전”이 아닌, “K컨벤션웨딩홀”, “미호천교각”은 현실의 이미지를 구현한다(하지만 절 역시 현시 바깥의 공간은 아니다. 현실의 한 장소이다). 이 세 곳에는 모두 인물이 빠져 있다. 강룡사에서의 불상의 자리만이 고유하다―이러한 불상의 얼굴은 현실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해맑다.
    결국, 아무도 없음, 세계의 비어 있음을 비추고 있는 거울은 공허한 인상을 주는데, 덕지덕지 붙은 파편들, 깨어져 나가며 붙고, 각자의 자리로 수렴하며 관계없이 하나의 세계에 위치하는 ‘무관계의 관계성’은 세계의 물리적 구조가 아닌 각자의 불일치하는, 비평행하는 세계관들과 세계의 파편들이라는 존재의 차이는 구원 불가능한 세계의 이념으로 연장되는 것 아닐까. 곧 《유토피아 삼경》은 혼탁한 현 세계(인의 시점)의 반영이 아닐까. 

    용해숙, 〈K컨벤션웨딩홀 – 유토피아 삼경 연구 1, 2〉, 잉크젯 프린트, 각각 34x102cm(2점), 2021년.

    애초에 작가는 거울을 북두칠성의 성좌 이미지로 구현했다. 성좌의 결절점들을 이으면 북두칠성이 된다. 영원한 우주의 풍광에서 포착될 어떤 파편들의 이미지는 홍천의 한 절인 강룡사에서 구현되었다. 또는 도시의 상징적인 두 곳이 아울러 채택되었다. 결혼과 생식의 목차 또는 사회적인 계약의 가시화라는 상징성을 띤 장소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던 군중이 빠지고 난 뒤의 헛헛한 광경, 또는 수많은 차가 교차하던 다리 아래로, 다리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 밑 광활한 공터의 모습은, 도시의 이면과 빈 시간을 가시화한다. 성좌, 별자리는 물론 2차원이 아니다. 비정형적으로, 입체적으로 연결된 거울은 그러한 성좌가 비추는 왜곡된 상을 즉물적으로 구현한다. 두 공간으로 나뉜 전시장에서 〈강룡사 대불보전 - 유토피아 삼경 매시업〉 외에 다른 작업은 모두 다른 한 공간에 놓이는데, 이 거울 역시 그렇다. 
    이 거울은 관람객의 모습을 왜곡돼 반영한다.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는 방편은 아무래도 그대로 멈춰 있기보다는 좌우로 움직이며 이 거울을 통과해보는 것이 될 것이다. 거울의 길이는 신체의 전체를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거울 통과 경험은 그 자체로 몸의 굴절과 시각의 왜상―이 둘은 밀착된 관계를 이룬다.―을 불러일으킨다. 

    〈강룡사 대불보전 - 유토피아 삼경 매시업〉의 크기 구현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토피아 삼경’의 미니어처 버전이라 할 수 있는 〈강룡사 관음전 - 유토피아 삼경 연구 1, 2〉, 〈미호천교각 - 유토피아 삼경 연구 1, 2〉, 〈K컨벤션웨딩홀 - 유토피아 삼경 연구 1, 2〉―각각 “1”, “2”를 좌우로 나열된 두 개의 사진을 한 쌍으로 해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순서로 같이 하나의 사진처럼 여섯 개의 사진이 붙어 있다.―는 각기 다른 두 가지 방식의 촬영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뒤에 “1, 2”가 붙는데, 차례로 카메라의 높이(한 번은 낮게, 다른 한 번은 높게) 조정으로, 시간의 차이(한 번은 낮게, 다른 한 번은 늦게), 다시 카메라의 높이 조정을 통해 두 번씩 촬영한 것이다. 따라서 시각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전시는 실험되고 있고, 한편 시험 버전의 속성을 지닌다. 

    용해숙, 〈강룡사 관음전 – 유토피아 삼경 연구 1, 2〉, 잉크젯 프린트, 각각 34x102cm(2점), 2021년.

    또한 〈강룡사 관음전 - 유토피아 삼경 연구 1, 2〉와 다른 두 사진은 거울이 180도로 뒤집혀서 촬영된 것이다―거울에는 카메라가 같이 찍히므로, 삼각대와 연결돼 바닥에 놓인 카메라를 중심으로, 사진을 거꾸로 배치한 것이 아닌, 거울을 뒤집어 찍은 것이 맞다. 사실상 두 다른 장소에 비해 강룡사가 더 흥미로운데, 교각과 웨딩홀은 모두 비어 있고, 사진은 그 외의 것을 찍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두 사진이 특별한 내용 없이 분절되고 뒤틀린 광경의 그래픽적 분할로 갈음되는 차원이 크다면(사진 자체의 형식적 실험 자체의 양상을 보여주는 데 가까워진다.), 강룡사는 그 자체로 시각적인 인공물과 회화로서의 표면이 자리하며, 프리즘적 분할에 의해 이런 세계가 한 차원 흥미로워지는 측면이 크다. 

    《유토피아 삼경》은 서사적으로 종교와 현실을 비교하는 한편, 매체적으로 왜곡상을 통한 세계의 재현을 재구축한다. 〈강룡사 대불보전 - 유토피아 삼경 매시업〉은 일종의 입체파의 알레고리에 가까워지는 사진적 회화이면서, ‘겹눈’의 시각을 통해 재구성한 현실을 통해 주체의 왜상 혹은 착시로써 세계와 주체의 관계를 재설정한다. 세 개의 장소가 유토피아의 삼경이라 말할 수 없다는 점은 바로 이러한 굴절된 시각 상을 통해 명확해진다. 그것이 유일하게 유토피아 삼경이라고 이 전시를 작가가 지칭한 이유일 것이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전시 개요]

    전시명: 유토피아 삼경
    전시 기간: 2021.12.08-12.14 
    전시 장소: 홍천미술관 2실
    촬영, 편집: 이기수
    프린트: 전수현
    조형제작: 정순호
    도면제작: 전수현(3D), 박용철(CAD)
    운송/설치: 박주욱, 이금성, 윤석규
    장소 협조: 홍천읍 천태종 강룡사, 홍천읍 K컨벤션웨딩홀 
    글: 김남수
    디자인: 디웍스
    인쇄: 상림인쇄
    감사한 분: 홍법스님(강룡사 주지), 조영숙(강룡사 사무장), 김영명(강룡사 부회장), 김영숙(K컨벤션웨딩홀), 김현정, Jan Creutzenberg

    작가 홈페이지: https://yong-hae-sook.tumblr.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