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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무용단(송주원 안무), 〈20▲△(이십삼각삼각)〉: 고립으로서의 매체
    REVIEW/Dance 2023. 5. 31. 23:33

    국립현대무용단 제작, 송주원 안무, 〈20▲△(이십삼각삼각)〉ⓒAiden Hwang[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이하 상동).

    〈이십삼각삼각〉은 ‘중간에’ VR 영상이라는 형식을 도입한다. 단순한 외삽 나아가 전시와 퍼포먼스의 종합―곧 퍼포먼스 사이에 전시를 끼워넣기 또는 전시라는 형식을 퍼포먼스로 확장하기―과 같은 장르의 분별로만은 보기 힘든데, 그 앞, 뒷부분은 VR에 대한 질문이거나 반응의 요소로서의 움직임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립’에 대한 의미와 그로부터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움직임의 요소가 어떤 의미 지층을 지니는지는 또 서사를 구성하는지는 사실상 부차적인 것일 수 있다. 이는 그 앞뒤에 자리하는 현장에서의 무용에 관한 단순한 보족이라기보다 기존의 무용을 재매개하는 역량으로 자리한다. 

    1층과 2층으로 나뉜 객석은 각각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퍼포머들과 한 공간에서 자리하는 것과 이를 위에서 부감하는 것으로 연장되는데, VR 상영이 끝나고 나서 비로소 1층으로 관객은 합산된다. VR은 기촬영된 것이며, 현재 그것들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곧 무대의 움직임과 다른 시공간과 또 다른 이미지 차원으로, 무대의 움직임과 대등한 차원으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다시 무대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VR의 매개 역량 자체, 그 나타남과 사라짐 자체가 〈이십삼각삼각〉의 핵심적 특질일 수 있다. 

    VR에서, 하나의 방에서 펼쳐지며 여러 문, 틈, 가구 등의 구멍에서 연결돼 확장되는 여러 무용수의 움직임은, 나의 신체를 투과하거나 넘치면서 출현하는데, 장소의 유동적이고 위상적인 전환에서 ‘나’의 중심은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이는 ‘나’의 중심이 이 방으로 생겨나면서 적어도 저곳에서의 움직임이 나로 찾아옴이 내가 이 공간의 온전한 주인이 되기 전에 선행됨을 의미한다. 나의 신체 가까운 곳의 한정된 시야를 확장하려는 또는 구성하려는 몸의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지게 되는데, 동시에 ‘나’는 그곳으로 몰입하고자 한다. ‘나’는 이미지를 볼 수 있게 하는 게 내 신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런 불확정적인, 불편한 신체 앞에 그 이미지가 놓인다. 그럼에도 그 이미지를 마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내 존재 의의는 사라지는 것일 수 있다―극장을 나가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이 극장에 관한 첫 번째 규칙이자 하나의 규칙이라면, 사실 여기서 VR 기기 착용이 가진 미학적 논점은 극장이 감은 눈의 각자의 신체들이 생성하는 이질적인, 조화를 이루지 않는 각자의 시공간 안에서 주조된다는 것이다. 극장에 모두가 같이 위치한다면, VR은 각자가 선택한 시선의 지점에 따라 장소의 출현이 달라지는 관계로, 결코 그 자리가 같지 않은 것과 같이 같은 시공간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 각자의 다르게 생성되는 이미지들이 몸과 결합한다는 차원에서 안무는 새롭게 쓰인다. 
    그러니까 VR 기구를 착용한 사람들을 배치한 이미지를 누군가가 볼 수 있음에서 비가시적 극장이 생겨나는 것이 주요한 것이 아니라 VR 기구를 착용한 이들의 서로가 보이지 않는 개별적인 시공간‘들’의 극장 전체가 볼 수 없게 구성된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곳은 여전히 극장으로 지속되는 것이다. 

    1부에서 퍼포머들은 뱅글뱅글 원환을 전제로, 뛰고 걷고 정지 동작으로 멈추었다 재가동하는 식으로, 움직임은 교차되고 연속된다. 여기서 멈춤은 다분히 연극적이며, 다른 이와의 역학관계를 뚜렷하게 지정하지 않지만, 전체의 변주가 하나의 시계열 속에 쌓이는 구조에서 시간과 장소를 쪼개는 방식을 구사한다. 그럼에도 그 멈춤과 재시작의 차원이라는 프로토콜이 간격을 삽입하는 것까지 해서 엄격하게 지켜지며, 그러한 동력 자체를 자가 운용한다는 점에서 연극적인 셈이다. 

    3부에서 퍼포머들은 VR 착용이 끝난 이후, 어떤 극장의 배열을 지정받지 않은 분산된 관객들을 대상으로 퍼포머들이 대거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식으로 관객에게 주의를 구성한다. 관객이 그로써 나타나게 되는데, 1부가 관객과 퍼포머의 거리를 산출한다면, 곧 거리 자체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3부는 그 거리를 역설적으로 더 가깝게 체감하게 한다. 사실 이러한 방식이 관객의 어찌할 수 없는 참여를 요청, 유도하며 고립에 반대되는 테제를 전유하는 바 있지만, VR을 신체에 달라붙는 조각들, 다 볼 수 있지 않은 잉여의 시각 범주와 예기치 않은 출현들에 대한 메타포로 읽힐 때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후, 퍼포머들은 자신들만의 원환 아래 바닥을 두드리며 큰 소리가 나는 식의 움직임들을, 곧 과도한 바닥에의 충격을 동반하는 움직임들을 펼치는데, 이는 바닥에 붙은 매트의 이격, 곧 이 바닥 자체를 촉각적인 지점으로 체감하게 하는 바 크다. 곧 퍼포머들의 동작 자체가 낯설고 기이하고 과잉된 제스처의 ‘비일상적’ 장면을 보여주는 데 일차적으로 초점이 맞춰졌다면, 실제 더 남는 잔상은 바닥에 둘러앉게 된 관객이 느끼는 바닥이다. 
    〈이십삼각삼각〉은 VR 기구를 착용한 이들이 극장을 배회하는 타자적 이미지 자체의 공연 전 홍보 이미지가 절대적인 신비감을 주지만, 지나치는 타자의 이미지와 타자임을 체감할 수 없는 경험과 적극적인 타자의 이미지를 통해 VR이 갖는 매체적 경험과 극장 경험의 차이를 매개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마치 VR이 만드는 고립된―그것이 바깥과 안을 가른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차원에서―환경과 그 바깥의 대조적인 환경을 비교하며 주제 차원에서는 오히려 코로나 사태의 국면에 더욱 충실한 경향이 커 보인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제목: 20▲△(이십삼각삼각)
    일시: 2023-02-24 ~ 2023-02-26, 금 3PM·7:30PM 토요일 3PM·7:30PM 일요일 4PM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문의: 02-3472-1420

    〈제작진〉
    안무: 송주원
    출연: 배효섭, 오진민, 이진형, 이채은, 이현석, 정재필, 정채민, 조명희
    움직임 리서처: 공영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박지선
    리서치 및 아카이빙: 김보경
    VR 제작: 전봉찬
    VR 출연: 공영선, 알레산드로 나바로 바르베이토, 오진민, 이진형, 이채은, 이현석, 정재필, 정채민, 조명희
    VR 코디네이터: 김보경
    사운드: 카입
    조명 디자인: 공연화
    무대감독: 이도엽
    의상: 황새삼 Stromovka
    무대 디자인: 김혜림
    음향감독: 안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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