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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진호 안무, 〈갈라〉: 밀도를 구성하는 방법
    REVIEW/Dance 2023. 8. 7. 02:16

    제26회 크리틱스초이스댄스페스티벌 '신원민&배진호 신작 더블빌' 중 배진호 안무, 〈갈라〉 리허설 컷 ⓒ윤보람(이하 상동).

    〈갈라〉는 대상에 대한 강렬한 사로잡힘을 의도한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매우 과격하며, 급속하게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이러한 움직임은 갈라 공연에 관한 어떤 환영이다. 〈갈라〉는 백스테이지의 광경을 소환하며 무대의 시간과 그 바깥의 시간을 혼합하며 ‘갈라’로서의 실재를  이미지로 연장한다. 막이 걷히기 전 정면을 향한 두 남녀 무용수의 모습은 막이 올라가며 본격적인 무대가 펼쳐지는 가운데, 흩어진다. 그 둘은 하나의 무리에 속하며, 그 둘의 이전의 모습은, 그리고 행위에서 움직임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사실상 가장 전면의 무대가 백스테이지였다는 점에서 관객의 시선은 전도된다. 관객은 그 둘의 뒷모습에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며, 순간적으로 관객의 신체는 무대 바깥의 장소를 체현한다. 
     
    그럼에도 사실상 첫 번째 장면은 무대와 그 바깥의 시간이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고, 극장의 시간과 극장 바깥의 시간이 서로 넘나들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마주하는 게 아니라 서로 뒤돌아 있고, 남자의 정면에 대한 시선만이 관객을 불특정하게 향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무대의 전형적인 움직임의 조각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다시 여자의 남자에 관한 시선이 개입된다.  〈갈라〉는 일종의 극중극이라는 표층을 통해, 무대가 가진 엄청난 폭발력을 무대 뒤의 광경으로 분절해서 해소하고, 무대의 에너지로 급작스레 폭발시키고 다시 멈춘다. 
     

    〈갈라〉에서 무대 위의 표현이 무대라는 굳건한 동시에 사라지는 환영을 만드는 것이라면, 무대 바깥은 배우의 내적 충동이나 내면으로 상정되는데, 여기서 표현주의적인 양태가 만들어진다. 곧 두 개의 층위가 표현과 내용, 의식과 무의식으로 분절되는데, 무대의 절대적인 강도가 여전히 무대에 대한 강렬한 매혹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듯하면서 표층을 뒷받침하는 움직임이 자리한다는 게 실제 의미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반면 이러한 두 개의 시간은 자리바꿈을 하며 맞물려 돌아간다. 극단적인 강도의 순간 이후의 몸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실제 그 강도를 가능하게 한다. 
     
    〈갈라〉는 닫힌 시간의 질서, 느린 시간의 고른 배분, 알 수 없는 내면에의 탐색의 특징은 사라지는 대신에 무대 안팎의 시간, 빠른 속도에 대한 밀도와 더딘 몸에 대한 밀도라는 분배, 표층 자체로서의 내면과 표현 자체로서의 내면이라는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어낸다. 〈갈라〉는 무용이 여전히 매혹적일 수 있음을 드러내면서도 무용이라는 스타일로서의 춤과 근원적 표현 욕동으로서의 움직임을 대별시키는 것으로써 무용 너머를 끌어들이려 한다. 이는 서사의 구조에 의한 것임에도 곧 무대 안과 무대 너머의 심리라는 또 하나의 극적 프레임에 의해 설명되는 것임에도, 후자의 움직임이 간질을 일으키는 사람 같다거나 극도의 히스테리를 부리는 존재라거나 알 수 없는 차원은 재현의 양상을 초과하는 힘을  갖는다. 
     

    단박에 정점을 찍는 〈갈라〉의 힘은 춤이 미디어의 매개를 거치지 않은 채 극장에서 마치 그것과도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어떤 생명력 그 자체를 힘과 전형적인 리듬으로 체현하는 듯한 초기 LDP 작업이 떠오르기도 하고, 시나브로가슴에의 원초적인 생명력의 점진적으로 부하가 걸리는 작업도 떠오르지만, 분명 차이는 있다. 〈갈라〉는 극의 구조 자체를 드러내면서 그 극의 안팎으로 힘의 질적 차이를 표현한다. 〈갈라〉는 힘들의 표현과 힘의 분배 자체에 대한 드라마적 설계이면서 표현의 다른 양태‘들’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의 의의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가령 무대라는 이 극단적인 치솟음의 순간에는 평면의 배치가 아닌 원형으로 포진하는 것이 눈에 띈다. 한 명이 중앙에 서며 그 바깥에서 그를 보조하고 확장시킨다고도 할 수 있겠으며, 나아가 이러한 배치는 중심이 되는 주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형으로서 기능한다. 각각의 무용수는 각자의 방식대로 최고도로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상대방으로 그 역할은 넘어간다. 따라서 기존 무대가 갖는 군무의 형태는 부족 단위의 장으로 가면서 오히려 해체되고, 각자의 주체성이 그 안에서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형식이 구성된다.  
     
    이는 그 독특한 양태들의 공존이라는 점에서 또 군무의 일자적인 배열과 동일함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나아가 이는 무대의 정형화된 규칙과 그에 따르는 관객의 시선도 재배치하는데, 앞선 그 무대의 뒤편에서 거꾸로 무대를 바라본다고 했던 부분에서처럼 무대를 일자의 시선으로 갈음하지 않는 부분, 마치 입체주의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게 하는 이 같은 부분은 〈갈라〉가 지닌 또 하나의 특이점이라 하겠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7.26(수)-7.27(목) 20:00

    공연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관람등급: 만 7세(초등학생) 이상

     

    안무: 배진호

    출연진: 최호종, 권재헌, 현준범, 윤혁중, 서이진, 최정홍, 민경원, 서예진, 방주련, 강한규, 강현욱, 김이연, 박진석

    무대감독: 김진우

    조명감독: 김재억

    음악작곡: 유정민, 신성진

    영상: 권재헌, 김주환, 장한

    사진: 윤보람

    피디: 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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