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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동 안무, 〈리듬의 측〉: 움직임이 곁에 머무는 방식
    REVIEW/Dance 2023. 9. 12. 00:35

    정수동 안무, 〈리듬의 측〉[사진 제공= Soo d Art & Co: SDCO](이하 상동).

    〈리듬의 측〉은 하나의 평면에 속한 ‘사회’적 존재들을 가시화한다. 이는 개인을 초과하는 거대한 배경을, 이를 부분으로 축소하고 해체하는 개인의 주체적 역량을 동시에 지시한다. 이는 그 사회가 유기적인 질서와 통합된 풍경으로서 존재하거나 긴밀한 관계들의 연속으로 진행되는 곳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오히려 존재는 우연적이며 우연에 의해 존재가 탄생한다. 무작위성이라는 ‘원칙’은 질서와 규칙, 상승과 하강의 흐름이 부재함을 의미하며, 단지 움직임의 차이와 반복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환경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가장 평평하고 창발적인 장이 된다. 그렇다면 이는 동작에 대한 충실도를 요청하는가. 아님 그것이 하나의 환경이라는 명제를 내세우는가. 곧 형식으로 그치는가. 아니면 어떤 이념을 내포하는 것인가. 

    〈리듬의 측〉은 무대 끄트머리의 사선으로 선 무용수의 시선에서 시작한다. “측(側)”은 모든 정면의 것들을 옆으로 만드는 뒤튼 시선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리듬의 측〉은 시선과 움직임의 병치를 내세운다. 두 개는 그럼에도 같이 작동하지 않는다. 시선이 장과 나 사이의 거리를 만든다면, 움직임은 나와 장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좁힌다. 곧 시선이 나와 거리를 획득하는 장 자체를 구성한다면, 움직임은 ‘나’라는 물리적 장소와의 거리를 확인하면서도 극복하려는 시도가 된다. 무용수들은 이 장소에 묶인 것처럼 움직인다. 장은 투명해 보이지만, 그것은 신체를 제약하고 신체가 펼쳐지고 있음이 인지되는 장소이다. 

    〈리듬의 측〉은 움직임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다른 이를 향한 시선과 자신을 인지하는 의식을 구동한다. 여기서 움직임에 관한 메타 인지는 그 바깥, 관객이라는 장소로 인계된다. 동시에 움직임은 하나의 연습이자 시도가 된다. 〈리듬의 측〉은 그 이외에 어떤 내용도 그에 결부되는 형식도 갖지 않는다. 여기에는 움직임의 시작과 움직임의 차이만이 있다. 정한별의 등장은 움직임이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그는 움직임을 계속 지속하는 데 갈등을 갖고 있다. 곧 의식은 움직임에서 튀어나온다. 형태를 만드는 것, 그것에 주력하는 것은 하나의 목표가 되지 못한다. 

    의식적인 자아의 창출은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르게 바라볼 수 없는 시선의 층위를 만들어 낸다. 아마 극에서 가장 문제적이자 드라마적인 인물로서 정한별은 이 장소가 갖는 형태의 총체적인 집합장, 형식의 실험장으로서의 층위를 깨뜨리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깨지기보다 혼란스러운 양상이 단지 하나의 층위로 더해지는 데 국한되는 듯 보인다. 그것은 다만 옆에 머무는 것이 된다. 개별적인 것들의 드러남, 거기에 어떤 우선순위도, 위계도, 질서도 없이 더해지고 사라지는 방식을 갖고 〈리듬의 측〉은 진행된다. 

    그러한 차원에서, 안애순 안무가의 〈몸쓰다〉는 〈리듬의 측〉과 흥미로운 접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리듬의 측〉은 장소를 스텝으로 인계하고 드러내며 다루는 방식을 하나의 형식적 미감으로 구축하는 방식과 같이, 움직임에서 어느 정도의 공통됨을 추출해 내고자 한다. 반면, 〈몸쓰다〉는 개별적인 안무가의 장들을 완전히 분절된 형태로 추출하고 이를 배열하는 데 전력한다. 그것은 특이한 것들의 이질적인 조합이라는 결과를 산출한다. 그것은 개별 무용수의 의식 상태를 담지하지 않는다. 오로지 형태의 차원만을 추출한다. 어떠한 형태들이 기괴하게 펼쳐진다. 〈리듬의 측〉은 다양한 형식들을 통해 오히려 하나의 장을 산출한다. 이는 움직임의 시작 지점을 인계하며 신체와의 접면 장으로서 장소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치 즉흥적인 것들을 합산해 놓은 듯한 〈리듬의 측〉은 단조로운 기계음 주파수의 사운드 스케이프가 몇 번 모습을 달리하는 것과 함께 개별 무용수들의 독특한 움직임을 이끌어낸다. 그것이 특별한 이념에서 유래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움직임을 인지하는 시도로부터, 움직임이 신체 바깥으로 연장되는 순간으로부터 움직임이 비로소 형성된다는 무의식적인 진리를 드러내는 것으로써 가장 단순하고도 단단한 움직임의 서사 양식을 확인시킨다. 이것은 마치 즉흥의 한 현장인 것처럼 느껴지는 바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일시: 2023년 8월 25일 20시 / 8월 26일 14시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주최, 주관: Soo d Art & Co: SDCO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안무 및 콘셉트: 정수동
    출연: 김서현, 유지향, 허성욱, 정한별, 정규은, 정건, 박현지, 신정민, 문형수, 정수동
    사운드 디자인: 최혜원
    드라마투르그: 장지영
    조명: 김재억
    무대디자인: 김종석
    프로듀서: 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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