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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루브앤드, 〈물의 놀이〉: 물에 대한 지각 혹은 인식
    REVIEW/Music 2026. 2. 20. 13:38

    그루브앤드, 〈물의 놀이〉공연 사진[제공=그루브앤드 (groove&)](이하 상동).

    그루브앤드의 〈물의 놀이〉는 “물의 여정”을 소재로, 물의 이동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변화의 양상을 하나의 서사로 갈음하는데, 그것은 물이라는 하나의 유동하는 흐름에서 각각의 양태를 특정한 하나의 주어의 상태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의 구분하기 힘든 집합적 이행의 방식을 그 바깥으로 향하는 특정 개체가 겪는 시간적 변화의 질서로 재인식하는 것에 다름없다―그것은 내부에서의 주어의 구분과 외부라는 방향성의 정립으로 이뤄지는데, 그 둘은 물론 동시적이지만 약간의 시차 안에서 그러하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곧 주어가 하나의 분별된 지각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점에서, 음악은 표제음악의 성격을 띤다.

     

    이때 다양한 악기의 쓰임은 질감과 운동성이라는 물질적 차원에서의 여러 감각에 접근하는 한편, 그것에 입체적인 생기를 불어넣게 되는데, 이는 물의 일시적인 고정된 형상의 감각과 그것의 유동성을 띤 흐름, 곧 주체성의 특정한 분리와 이후 그것이 다른 형식으로 포집되는 일종의 이행은 후자의 차원에서 그 흐름에 상응하는 음악적 경로가 부가되는 것으로 매체적 전이를 이룬다. 전자가 물질 그 자체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재현적이라면, 후자는 조금 더 자율적인 음악적 서사를 구성하는 차원에서 그러한데, 그것은 물론 물의 이행으로서 서사를 그려낸다.

     

    중앙의 이상경, 그리고 하수의 손민주, 상수의 김하경의 배치는 중앙의 거의 고정된 흐름과 하수와 상수 각각 크게 두 군의 악기 더미에 맞춰 이동하는 손민주와 김하경의 흐름으로 연장된다. 이상경, 손민주, 김하경의 순으로 다루는 악기가 더 많아지는데, 그중에서 하수부터 재정렬하면, 손민주, 이상경, 김하경은 대체로 운라, 양금, 북을 주요한 악기로 다룬다고 볼 수 있다.

     


    대체적으로, 운라가 물의 다양한 위치성과 양태의 차이를 물질적 차원에서 드러낸다면, 북은 그야말로 장단을 맞추며 이행의 흐름을 가속화하고 유예시키며 곧 긴박함과 속도의 차원에서 표층의 형식을 배가한다면, 양금은 순수 음악적 차원에서 심층적이고 복합적인 정서의 서사를 내재적으로 결정짓는다. 물론 이 세 악기는 운라와 북 외에도 타현악기로서 양금까지 일정 부분 물의 흐름 자체를 물질적으로 재현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음악의 방향이 표제음악적 차원에서 물의 물질성을 묘사하고 연장하는 효과를 가져간다.

     

    *물의 양태와 음악적 형식
    안개 폭포 냇물 협곡 바다 심해 수증기
    일채 길군악 올림채 동살풀이 드렁갱이 양산도 굿거리 다스름 푸살 도드리
    장단 행진곡 장단 장단 장단 민요 장단 악곡 굿/장단 장단

     


    인트로 〈비〉는 각각의 위치에서 그 물의 특질을 독립해서 표현하는데, 이는 세 악기가 물의 파동을 어떻게 구체화하는지를 분별해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김하경의 북이 빗방울의 궤적을 점차 고조시켜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손민주의 운라가 그것을 더 입체적으로 복권하며, 마지막으로 이상경의 양금은 거기에 더 음악적 변화를 가미하여 정서를 만들어 낸다.

     

    〈안개〉는 손민주의 물허벅이 지면과 닿는 물의 마찰을 입체적으로 재현하고 표기하는 가운데, 이상경의 양금이 은근하게 잠재하여 음악적 경로를 더하는 가운데 그 위에 김하경의 칼림바가 내는 장단이 물의 지면 마찰에 대한 재현적 차원에서의 표층적 성질을 물허벅에서 연장하며, 따라서 물허벅과 양금 그 둘에 대한 시차를 생산하며 최종적으로 물의 움직임을 확장하고 분화시키는, 크게 물허벅과 칼림바의 동시성을 띤 장단의 교차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 마찰을 일종의 이동으로 상정함으로써 길군악이라는 음악의 장르적 특질을 전유한다.

     

    물론 여기서 단순히 공간적 울림의 물리적 차원에 가까운 물허벅이 아니라, 그 아래 자리하는 양금의 무의식적인 지각과 그것에 물리적 차원의 강조로서 기입되는 칼림바의 입체적 조형의 특질이 맞물리는 가운데 비로소 양금의 흐름을 결정지으면서 또한 양금의 흐름으로 결정되면서 물허벅의 틈새를 파고들어 물(질)의 움직임을 입체화함으로써 비로소 시간 축의 이행을 산출하게 되는데, 이는 후반 다시 양금의 음악적 생산 역량이 고도화되고 김하경의 북과 손민주의 징이 그것에 따라 붙으면서 독특한 정서의 이행적 흐름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이된다.

     

    〈폭포〉는 손민주의 운라가 주선율을 이끌어 가며 가속화된 흐름을 띠고 폭포의 쏟아지는 양태를 시원하고 청명하게 기입하는 가운데, 이상경의 북과 김하경의 꽹과리가 점입가경으로 극단의 밀도를 추구하며 압도하는 곡으로, 후반 손민주가 소리북으로 가세하며 운라가 이끄는 이 음악적 윤곽을 타악의 연주가 갖는 수행성에서 연유하는 폭발력을 밀고 나가며 고스란히 연장하고자 한다. 이때 타악의 관계성이 변화하는데, 꽹과리가 지닌 두 악기와의 차이가 부각되는 가운데 꽹과리가 주도적이고 선제적인 음악의 경로를 만든다.

     

    〈냇물〉, 〈협곡〉, 〈늪〉은 냇물-협곡-늪의 일종의 물의 자율성이 낮아지는 구간이자 동시에 정박된 차원 안에서의 미시적 복잡성을 가져가는 구간이다. 손민주의 로그드럼과 이상경의 실로폰, 김하경의 장구가 합을 이루는 〈냇물〉에서 셋이 서로를 바라보는 대형으로 모두 북을 갖고 연주하는 〈협곡〉은 후반 심벌의 개입과 함께 급선회되며 협곡에서의 뒤틀림을 그려낸다. 〈늪〉은 이상경의 웅웅대는 핸드팬으로 시작해 늪의 질척거리는 촉각의 양태에 근접하고자 하는데, 손민주와 김하경의 박수가 그 위에 더해진다. 후반, 손민주의 귀로로 보이는 악기 역시 이색적으로 투여된다. 전반적인 느낌은 재즈에 가깝다.

     


    〈강〉은 양금이 주조하는 멜로디 선율을 따라 신비하고도 모호한 분위기 안에 물소리가 입혀지며 시작되는데, 상하수의 운라가 그에 맞추며 따라 가서 이를 한층 입체적으로 연장한다. 이는 다음 전환의 계기를 만드는데, 곧 양금이 핸드팬으로 바뀌면서 촉각적 양태의 지각이 강화―현에서 면으로―되는 것이다. 이제 상대적으로 그보다 적확한 운라가 음악적 양식의 구조를 세밀하게 쌓아 나간다면, 핸드팬은 중앙에서 퍼져 나가는 물의 환유적 심상을 구현하는 데 가깝다. 마치 물 안에서 다양한 종의 울림이 일어나는 것과도 같다―재현적 매체의 특성은 음악이 담기는 용기가 된다. 이는 다시 세밀함을 구가하기 위해 양금으로 돌아오고, 물질적 파장과 힘 역시 점차 줄어들며 처음에 가까워진다.

     

    〈바다〉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음의 인상을 주는데, 유동하고 불안정한 선율과 진행이 특징이다. 이는 김하경의 장구의 장단 아래, 주선율로 낮게 자리 잡는 이상경의 양금의 연주에 기인하며, 거기에 초반 손민주의 실로폰이 바다의 산란을 이따금 표시해주다 북으로 전환하면서 한층 지각적 양태의 밀도가 커진다. 〈심해〉는 〈바다〉보다 한층 무거운 느낌, 그리고 그로 인한 신비한 느낌을 주는 곡인데, 김하경의 운라, 손민주의 실로폰이 촉각적 양태의 단속적 선율―특히 운라는 실로폰과 동조화되며 특징적으로 부각된다.―로써 어떤 존재적 양식을 구현한다면, 거기에 이상경의 박이 어떤 전개의 변화 양상을 표식하곤 하며 시작되는데, 이후 한차례씩 더해지는 심벌 등이 그보다 낮고 무겁고 물질적인 차원을 안겨준다.

     

    마지막 연주인 〈수증기〉는 손민주의 운라가 기저에 깔리고, 이상경의 양금이 수증기가 맺힘의 특정 양태를 반복적으로 표식하고, 이때 김하경의 장구가 그것에 하중을 실어 준다. 양금에 따른 멜로디는 비정형적이며, 단속적이다. 또한 더디게 진행된다.

     


    〈물의 놀이〉는 물과 관련한 어떤 다양한 양태를 찾고, 그것의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흐름에 초점을 두고, 그 양태가 변화한다는 차원에서 서사의 흐름을 만든다. 물을 지각할 수 있게 하는 지점에서, 물이라는 주어가 생겨나며, 선율적 차원에서 음악적 전개의 양식이 이와 대등한 또는 상호 지지적으로 엮이며 나아간다. 타악기의 비중은 그것이 사물과 또 자연과 닮아 있고 닿아 있는 결과를 만든다. 그것은 또한 구체적이지만 음악적 차원에서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인상을 거꾸로 주기도 한다. 음악적 선율의 구체성이 물질적 양태의 밀도와 교류하면서도 완전한 지배적 차원을 구가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러한 두 차원의 음악적 성질이 전도되거나 전환되는 지점 역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상대적인 것이다. 곧 물질적 양상의 재현적 차원과 시간적 흐름을 구성하는 음악적 차원이 이분법적으로 적용된다기보다, 가령 〈강〉을 보면, 운라와 같은 악기가 양금을 대체하며 주선율을 이끌어가는 구간이 있고―운라를 그 두 특질의 중간적 존재이자 중간항적 위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폭포〉의 후반을 보면, 꽹과리의 수행성이 표면을 잠식하며, 그 자체로 선율의 경로까지 제시한다.

     

    또한 다양한 타악기의 다양한 동원은 결과적으로 각 악기만의 고유한 특징을 체험한다는 느낌도 주는데, 이는 물의 양태를 입체적으로 또 다양성의 차원으로 구현하는 데 일조한다. 결과적으로, 〈물의 놀이〉는 물에 대한 지각, 재현적이면서도 음악적인 차원에서 장구한 “여정”을 거치며 물이 분기하는 시간의 양상을 지각하는 한편, 물의 다양한 편린들을 마치 촉각적으로 만지듯 분별하는, 다소 복잡하고 정교한 ‘놀이’의 체험이라고 하겠다.

     

    김민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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