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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감독 김화숙, 안무 최상철, 미디어아트 황선정, 남영동 대공분실 이머시브 퍼포먼스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과거와 현재의 민주주의의 두 주체를 교차시키기
    REVIEW/Performance 2026. 7. 8. 13:55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는 치안본부 대공분실(‘남영동 대공분실’)을 전신으로 한 민주화운동기념관의 개관과 함께,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관람하는 이머시브 immersive 형식을 차용한다. 분실동 마당에서 시작해, 민주광장 일대로 나가는 결론부의 사이에는 건물 내부의 다섯 공간을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다른 시간의 경로 안에서 방문하게 되는데, 은밀하게 자행되던 수많은 고문이 자행되던 건물이라는 총체적 개념 아래, 제각각의 장소들은 목적성을 지닌 이동의 양태, 곧 최소한의 이동 경로만을 통해 도달하게 되는 가운데, 촘촘하고도 미로처럼 박혀 있는 방들, 수직축의 좁은 폭의 나선형 계단과 같이 건물의 구조를 일부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1970년대 유신 체제 속에서 만들어진, ‘조작간첩’의 무고한 피해자들을 양산했던, 미디어상의 재현을 통해 잘 알려진 ‘남영동 대공분실’의 건축적 구조와 흔적, 어두침침한 조명의 조율 등은 다크 투어리즘을 기저에 깔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관의 성격을 드러내는데, 이제 무용은 이곳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안무의 과제로 부상한다. 과거의 장면들은 민주주의에 어떤 말을 걸 수 있을 것인가. 과거의 기억이 사라진 역사의 복원에 대한 현재의 의무를 성찰하게 하려(는 것이라)면, 과거는 어떻게 현재에 다시 위치해야 하는가.

     

    이머시브 공연은 대체로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각각의 장소에 부착되는 생생하게 재현되는 연기-움직임 양식을 근거리에서 목격하는, 장소 특정적 성격을 띠는데, 이때 그 체험이 실재하지 않으나 실재 같은 가상 현실에 대한 몰입을 구성하는 건 기본적으로 그것이 관객의 현실과 거리를 산출하며 그 자체의 논리로 제어되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생생함으로부터 관객은 투명한 목격자로서 위치하며, 그것이 그 내부로 전달하는 메시지와 감각의 직접적 침입이 방지되고 있음의 사실에 대한 가치 판단, 곧 이것이 공연이라는 사실을 유보한다.

     

    관객의 몰입이 극대화될 때 관객은 눈앞에서 체현되는 신체를 자각하는 경로 안에서 자신의 신체가 체현됨을 감각한다. 이는 관객 역시 이 장소의 일부이면서 그 장소에서 자신들에 대응하는 전면의 장소 바깥에 있음을 인지하게 되기 과정이다. 온전한 유령적 신체들의 현상 앞에서 유령적 시선의 자기 환원이 자리한다. 여기서 장소는 엄밀히 그 장소 자체의 흔적으로서보다는 (장소의 논리를 따르기보다는) 서사의 경로를 따르는, 미시적이고도 정교한 세공을 통한 새로운 공간의 정의에 속한다.

     

    과거의 것을 재현하지 않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차원의 윤리적 과제는, 이머시브 공연에서 생생함으로 치환되는 현재성의 현현적 양태 속에서 해소되기보다 봉합되는데, 곧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는 것은 과거를 어떻게 현재와의 관계 속에서 구성할지의 철학적 차원보다 그 현재적인 표현의 실재로 과거를 들여놓을 수 있느냐의 문제 해결적 차원에 더 가깝게 소구되기 때문이다. 실제의 현재를 지우고 그것의 생생함이 현재로 자각될 수 있게 하는 방식의 요청은, 그 과거가 현재이자 현재로서의 격차로써 구성되고 있음에서부터 가능해지며, 그 생생함은 과거의 직접성을 현재와의 직접적 거리로부터 반추해 내며, 과제를 풀어낸다.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에서는 모두 다른 양태를 가짐에도 중심적인 몸의 구성 원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어떤 압력에 대한 극대화된 수용의 차원이다. 각자에게 부여하는 힘의 크기는 무거운 정서의 전달에 기초를 두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엄밀히 가해자를 지정하지 않는 방식, 피해자의 반응적 형태 속에서 추상적으로 그 가해자의 형상을 부차적으로 짐작할 수만 있게 하는 드러냄의 방식을 통해, 고문의 폭력이 다다르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경로로부터 오는 재현의 차원을 상쇄하는, 어두운 역사의 무게라는 환원의 차원을 향하는 듯 보인다. 여기서 역사의 피해자는 말이 없는 대신, 그리고 이름 역시 없는 대신, 신체적 압력을 통해 왜상의 흔적 그 자체를 시차와 존재의 범주를 벗어나 불특정 다수, 곧 관객에게 수여하려 한다.

     

    민주화운동기념관 옥상의 간판을 마주한 건물 끄트머리에 오른 남자가 소거되며, 이 건물을 가로막고 있는 옛 대공분실 벽면의 영상으로 옮겨지는데, 이때 유동하며 투명한 실루엣의 꿈틀거림이 붉게 물들어 가는 미디어 아트가 구현하는 건 역사에서 소거된 주체의 형상이며 그것의 정위할 수 없음의 사실과 그것에 쓰인 정념으로서 역사, 그리고 역사의 잔여적 정념이다. 그리고 이는 이머시브 무용에서 결정적으로 사라지는데, 움직임은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곧 적당히 멀어서 너무 가깝게 다가올 수 있는 야외 벽면의 미디어 아트의 표현을 오히려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영상과 움직임은 (작가와 안무가의 독립적 크레디트를 생산하며) 양분되어 역사의 형상들에 접근하는데, 영상 프로젝션 이후 건물로 진입함으로써 거대한 건축적 반경을 투사하는 비형상으로서 역사는 미시적 존재의 생생한 얼룩들로 구체성으로 옮겨진다. 곧 그들은 다시 되돌아온다기보다 그곳에 이미 현전한다. 시간이 지워지는 만큼, 곧 시차를 상정하지 않는 만큼, 구체적 역사의 현장은 재현의 정도를 너무 과도하지 않게 동시에 너무 심미적이지 않게 드러나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는 (영상에서처럼) 목격자가 겪는 투박하고 거친 실재의 조각이 아닌, 우리가 소거되는 실재의 은밀한 누출의 형식이다.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는 거친 역사적 과거를 공간의 솔기를 거쳐 환각적 차원의 현존으로 드러낸다. 그것은 단순히 민주주의에 대해 말을 건다라는 것보다는 민주주의가 중지되었던 순간에 대한 기술, 곧 말이며, 그것이 말을 거는 대상은 현재를 살아가는 민주주의의 이념을 수호하고 지지하는 오늘날의 존재들이다. 이때 민주주의는 재정의되는데, 그것은 민주주의의 이념으로서 고문 피해자들을 비롯한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과거의 존재들을 민주주의의 대표로서 재위치시키는 것으로써, 민주주의를 재천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김민관 편집장

     

     6·10민주항쟁 제38주년 기념 현대무용공연『2025 Exhibition of Democracy –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예술감독 김화숙
    안무 최상철
    미디어아트 황선정
    출연 최상철 현대무용단

    • 일시: 2025년 6월 11일(수)‧12일(목) 오후 8시
    • 장소: 민주화운동기념관 (서울 용산구 남영동 32-2)
    • 런닝타임: 약 80분 / 만 12세 이상 관람
    • 주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공연협력: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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