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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다페 2009] 소극장 세 작품과의 친밀한 만남
    REVIEW/Dance 2009. 6. 1. 14:30

    김정은&서정선, 국은미, 박혜은...


    이이이이... 이ㄹ : 두 존재의 공생기


     이 작품을 김정은과 서정선, 여성 두 명이 엮어 내는 이야기로 생각하거나 하나의 현실 차원이라고 간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둘의 실재적인 마찰이나 조우를 동반하기보다 공통된 내적 반영의 표상을 드러내거나 어쩌면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고 있다고 보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무용수의 움직임은 땅을 불안정하게 밟고 서 있음에서 출발한다. 빛을 구원처럼 바라보고 부유하며 공간의 이동에서의 약간의 주저함과 망설임이 스쳐가고, 일단 발을 붙인 선택된 지점에서는 반복된 움직임들을 끊임없이 풀어내고 있었다.


     여기에 불안과 실존이 감지되는데, 두 사람은 공통된 안무를 향유하는 차원이 아닌 하나의 공간 대신 다른 층위에서 동시적으로 나타나거나 하여 소통의 가능성 이전에 내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한편으로 한 여자의 과거와 현재가 양분되어 나타난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과거에 매여 신기루처럼 그것을 따라가다 마지막 장면은 그 과거의 짐이 현재를 밀어내는 의도치 않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또 다른 타자와의 만남이었다.
     그것은 다시 두 존재 간의 막을 깨뜨리며 시간의 차이나 다른 층위에서 존재함을 일순간 허물어뜨리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현재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 김정은이라면 그녀를 밀어낸 서정선에 의해 이후 미래의 알 수 없는 차원으로 공연이 혼란에 빠뜨리며 끝을 맺었다. 무엇보다 늘 갖고 있는 타자와의 차이 어린 만남과 실존적 외로움의 깊이, 그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몸의 몽상 : 직조의 안무를 풀어내다


     전체적으로 공연은 몇 가지 자기 원칙에 따른 안무의 직조에 있다.
     안무자 국은미는 계속해서 움직임이 이어지게 하는데, 땅에 발을 붙이고 걷거나 하는 일 없이 오로지 손과 발 몸을 맞대며 움직임을 만드는 이동이 있을 뿐이다. 안무자에게 이동의 범위는 제한적이지만, 움직임을 만드는 데에 따른 가능성은 최대치로 열어두고자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발을 딛으면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천천히 궁구하는 듯했다. 마치 워밍업 같은 시작은 그녀가 혼자 추는 춤에 빠져 있구나 하는 인상을 버릴 수 없게 한다. 관객의 시선을 머금고 추는 게 아니라 어쩌면 자신이 어디까지 춤을 출 수 있는지 하는 자신을 펼쳐 보이는, 순간적이고 즉흥적으로 안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저 풀어낸다는 것.
     매 순간의 움직임은 현재적인 그녀의 판단과 선택에서 주어지고 거기에는 몸의 가용 범위에 따른 여러 가능성이 잠재한다.


     그래서 지루하거나 무미건조하게 다가오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떤 서사나 주제를 담는 대신 움직임만으로 오롯한 자신을 세우는 것만으로 무대를 만들겠다는 데 그녀의 고집과 메시지가 전해지기도 한다.
     마지막에 소리를 지르는 것 역시 공명이 아니라 단지 내적인 표출에 가깝다고 보인다. 즉, 이는 충격과 반전의 차원을 전하기보다 들었음에도 듣지 못한 것 같은, 그녀 내면의 한 층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새빨간 거짓말 : 속도의 시대에서.


     MP3를 듣는 신세대 남자의 경쾌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은 단순한 유희와 표피적인 차원의 멋들어짐이 있을 뿐이다. 적어도 그것을 지금 시대적인 한 모습으로 그리고 했음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경쟁과 시간의 속박, 그에 따른 비정함과 짜증, 지쳐감 따위가 강하게 드러냄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주제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너무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무자 박혜은을 비롯해 무용수들은 몸을 활짝 열어젖혀 시원하고 거세고 빠르며 역동적인 춤사위를 선보이지만, 단지 안무의 구성으로서의 속도의 원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속도는 다시 현대인이 매여 있는 속도, 즉 그에 대한 현대의 강력한 질서와 구조, 즉 속도의 시대의 상징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마냥 그러한 메시지 자체를 진지하게 수긍만 하고 있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미 이러한 현실 자체를 재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재현이 아닌 실재 차원의 충격이 필요한 것이다.
     표층은 신세대를, 이어 여성들의 움직임에서 내면과 아픔이 드러나는 심층의 세계로 이끄는 약간의 구분된 상태가 오히려 도식적으로 다가왔다.


     차라리 처음 나온 남자 빨대에 빨려 들어가 버리는 존재의 가벼움의 측면이 오히려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가벼워져버린 세계 그럼에도 남는 것, 주체의 반영은 무엇일까, 그것을 그려내는 것이 새로운 묘를 얻는 것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_ⓒ모다페
    관람 일시 및 장소 5.28(목) 8pm,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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