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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다페 2009] ‘Anatomies’, 인체에 관한 실험과 춤의 직조
    REVIEW/Dance 2009. 6. 1. 14:35


     José NAVAS (캐나다)의 <Anatomies>는 인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거나 해부한다기보다는 인체에 대한 탐구이자 인체를 극대화시켜 보여줌으로써 미적 고취를 달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춤을 춘다기보다 인체의 굴곡과 미묘한 떨림을 움직임 사이에 느낄 수 있게 하며 움직임은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선분과 선분을 이어 나간다. 엄밀히 이는 추상보다는 구체에 가깝다.


     몸을 실재로서 드러내고 어떤 원소의 본원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무인격적인 움직임을 직조해 나간다. 이는 철저히 짠 비례와 평행의 구조적인 계열체의 확장과 반복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조명과 선분과 선분 사이의 알 수 없는 공기를 채움이 몽롱하고 도취된 느낌을 전한다. 부드럽지만 언뜻 꽉 짜인 안무는 답답하고 지루함을 일으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이 신비하고 원초적이기 전에 인공적이고 실험의 대상으로 무용수들이 여겨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몇 개의 소품으로 나뉜 작품은 음성으로 아나토미 1을 알리며 시작해 5까지 매 다른 느낌의 실험을 만들어 냈다. 죽은 듯 보이는 한 남자를 일으켜 세워 움직임을 선사함은 마치 시체와의 사랑을 그리는 것처럼 보였다. 동시에 죽음에 생을 부여하고 같은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기괴하게 느껴졌다.


     생동하는 리듬을 만드는 건 규칙적인 박자를 따르는 움직임에서 홀연히 나타난 파열음 따위의 음소를 내뱉는 사람들의 음성이었다. 이는 어떤 힘과 유희 본능을 나타내는 육화된 소리로 자리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었는데, 몸은 그와 상호 조응을 하는 것 같았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만은 아니었다. 마치 이들을 지켜보는 것 같은 보이지 않는 화자를 상정한 것 같은 느낌을 전했고 오히려 움직임보다 자유로웠고 능동적이었던 것이다.


     무용수들이 모두 처음부터 팬티만 입고 상반신을 노출한 상태로 춤을 추고 가끔 정면을 응시하는 건 실재 차원에서의 접근이고, 또 그 자체로 비례와 균형 굴곡과 미를 갖추고 있는 전후의 움직임을 만드는 같은 계열을 이루는 차원에서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실험적이라는 것은 정해진 절차나 기존의 관습을 따르지 않는 구조를 상정한다는 데 있다. 그것은 임의적이고 자유롭다. 그렇지만 철저히 그 변인을 통제하는 것으로 곧 무용수들이 무미건조하게 움직임에 집중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인체에 대한 단순한 투영이 아닌 몽롱한 느낌을 전하는 움직임은 실재 차원의 접근 대신 환영을 전하는 것 같았다. 움직임 그 자체가 하나의 지점을 향하는 게 아니라 그 움직임의 과정 중에 이는 몸의 떨림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주로 학생이나 젊은 층의 관객이 자리를 지켰다. 완전한 도취에 빠지거나 수긍하기는 어려웠던 작품이었지만 그에 황홀감을 표하는 관객들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러한 도취적 상태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의 연장선상에 닿을 순 있겠지만 과연 그런 순수한 미적 세계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만으로 많은 이에게 도취 너머의 공명이나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는 작품이었다.


    사진제공_ⓒ Valerie Simmons
    관람일자 및 장소 : 05-29,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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