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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회 서울 국제 즉흥춤축제 리뷰, 16일 그룹 컨택 즉흥
    REVIEW/Dance 2011. 5. 14. 07:40

    ▲ 에오시 무용단의 즉흥 모습

    보통의 즉흥은 음악과의 에너지적 충돌과 마찰, 밀접한 관계 내지 그룹을 만드는 가운데 영향의 주고받음으로 관계,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음악이 만드는 내러티브, 리듬, 에너지 층위는 무대 전체로 확대되고 이 영향권 아래서 움직임 또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시작 지점에서 동기와 이야기를 전한다면 이후 움직임에 그것이 덧입혀지는 측면도 크고, 이는 어차피 음악의 영향권 아래 움직임이 영향을 받고 있음을 뜻하면서 동시에 시선의 영향권까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움직임은 그것을 전복하고 때로 침묵하며 축을 새로 틂으로써 음악의 양상을 변화시킨다.

    즉흥은 의외로 탈코드의 탈주 전략을 일관되게 펼치는 것만이 아닌 코드를 쌓아 가는 코드의 방향 전환 정도로 볼 수 있는 부분도 크다. 즉 거부할 수 없는 음악의 내러티브가 갖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자신 앞에 던져져 머물러 있는 어떤 움직임을 띤 존재를 하나의 영향권 아래 즉 하나의 현실 층위 아래 끌어와 하나의 움직임을 새로이 시작하며 자신의 존립 근거를 찾을 필요가 생기게 되며 여기서 짐짓 그러한 현실 층위가 존재했던 것 같은 의뭉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어쨌거나 음악에 섞여들거나 음악 사이의 둘의 간극으로 인한 음악이 뒤늦게 움직임을 따라오거나 또 하나, 존재의 움직임에 어쩔 수 없이 섞여 드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영향력은 의식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고 음악과 타 존재 간의 어떤 구분을 명확히 두기도 어렵다.

    여기서 상대방이 제시한 또는 음악이 제시한, 아니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어떤 분위기의 층위에 주체적 역능을 드러낸다는 것은 어렵다.
    즉흥은 그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도 되지만, 제시된 코드에 몰입하는 것, 코드를 확장하는 것 외에 거기서 메타적인 넘나듦이 항시 필요해진다.

    이는 영속될 수 없는 분위기, 음악과 신체 리듬이 공통적으로 지치고 지루해지며 에너지를 잃는 것과 같이 어느새 음악과 신체 모두 변화를 필요로 하게 되고, 바뀌게 되지만 이 안에서 주체적 역능을 발휘하는 것과 음악에 따른 적응하는 춤이 아니라 음악을 비껴나고 자신을 깨우면서 자신을 벗어나는 탈자아 되기 또는 타자-되기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타자 되어 상대방을 각성시키기, 따라서 새롭게 전유하며 그 움직임을 분쇄시키기와 같은 전략들이 필요해지게 된다.

    ▲ 트러스트 무용단의 즉흥 모습

    트러스트 무용단의 여자 무용수는 관절을 분절적으로 놀리는 일련의 짧은 순간에서 흥미로운 움직임이 보였다. 뭔가 다른 움직임, 이 상황에서의 적응이 아닌 이 상황에서 새롭게 튀어나오는 움직임이 소중한 것이겠다.

    역시 트러스트 무용단 남자 무용수는 의뭉스럽게 분위기에 자신을 변화시켜 드러내며 무대와 적당한 거리를 두며 그 안에서 몰입하고 또 뱅뱅 돌며 나타나 새롭게 무대의 변화 지점을 가져오는 일련의 동작들을 수여하고자 했다.

    에오시 무용단 프랑스 남자 무용수는 메타 층위에서 음악 바깥에서 사운드와 움직임을 조직하며 유연한 움직임 대신 분위기를 새롭게 쓰는 공간 장악력을 보여줬는데 그로 인해 무대 바깥을 넘나들고 관객석을 넘나들며 그들만의 잔치에 그치지 않을 틈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마치 광대와 같은 역할로서 그렇지만 움직임 자체로서 흥미로운 지점을 보여준 것은 미약했다.

    의도적으로 크게 대화를 건네 관계의 현실적 층위를 인위적으로 형성하려 하거나 여러 말들을 속삭이며 애드리브를 치듯 현장감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순간들도 꽤 많았는데, 후자의 속삭임의 경우에 실상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했고, 육십분이라는 카운트다운 아래 진행된 무대 후반에 가서는 무대와 객석 간의 어떤 긴장도 없는 분위기가 놓여 있었고, 지치거나 지속할 수 없는 빠르고 힘 있고 분출하는 에너지의 움직임을 잠깐 휴식으로 치환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크게 긴장감 없는 즐거운 분위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그 분위기에 젖어 자연스럽고 몰입되어 그 분위기에 묻혀 버리는 움직임들도 상당 부분 있었다.

    즉흥이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전 조율과 움직임 직조는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어떤 것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들을 수여하고 자신의 익숙한 관성이나 또한 즉흥의 여러 비슷한 분위기 진행 양상, 적응 일변도의 무대 코드의 조옮김 정도에 그치는 방식의 과정을 하지 않는 차원에서의 움직임의 강구, 새로운 타자로서의 자신을 만나는 과정을 밀도 높게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방안, 노는 게 아닌 무엇보다 치열하게 이곳을 뚫고 자신의 주체적 역능을 지속적으로 그 과정 안에서 드러내는 노력에 대한 것들을 준비 아닌 준비, 그리고 짜이지 않은 실전에 자신을 확실히 던지는 어떤 즉흥의 무대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면 즉흥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살아남는 것이고 살아내는 것이며 살고자 발버둥 치는 것이며 노는 것인 동시에 치열하게 노는 것이다.
    움직임을 만드는 동시에 움직임을 생성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곧 즉흥은 탈코드의 탈주선을 그려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행사 개요]
    일 시 : 2011년 4월 10일(일) - 16일(토)  평일 19:30/토14:00,16:30,19:00/일 16:00 
    장 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주 최 :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
    주 관 : 2011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사무국  
    자문위원 : 김화숙(원광대 교수), 남정호(한예종 무용원 교수), 박은화(부산대 교수) 
    예술감독 : 장광열
    입장료 : 성인 2만원, 학생 1만원
               (단, 토요일 공연은 전석 1만원, 일요일 공연은 전석 5천원)
    예매처 : 인터파크 (
    http://ticket.interpark.com)
               한국공연예술센터 (
    http://www.hanpac.or.kr)
    공연문의/워크숍 신청: 2011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사무국(02-3674-2210)  

    [사진제공=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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