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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_아트신] 강화정 프로젝트 - 오쏠로 연작 제 1탄 <오쏠로 기획> : '음악의 불가능한 전유의 움직임'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6. 29. 02:46

    클래식과 즉흥 음악을 오가며 팝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을 다섯 명의 각기 다른 무용수들이 솔로이스트로 위치해 전유해낸다.

    단독자적 주체로 무대에 위치한다는 것, 안무가의 안무 구성이 이들에게 부여되기보다 신체-단독자적인 움직임이 이들의 자의성을 토대로 배출된다는 것, 마치 혼자 동떨어져 무대에 날 것으로 놓인다는 것.

    내러티브의 파괴와 파편적인 이미지의 조합, 기묘한 분위기에서 감각되는 신체들이 기존 강화정 작품에서 느껴지는 특징이었다면, 이 솔로이스트들이 번갈아 무대를 장식하는 이번 무대에서 내러티브가 없음은 물론이겠지만, 사실상 무대는 아무 것도 없음, 날 것 그대로의 것이 튀어나옴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마치 시공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그렇지만 어딘가에서 나온 그러한 특이한 복장들, 거기서 나오는 움직임은 일종의 역할을 상정한다. 이야기가 비워져 버린 역할만의 남음, 그리고 그 낯섦은 이야기 속에서 빠져 나온, 그래서 지금 이 아무 것도 간직하지 않은, (아니 너무 다양한 사적 이야기들과 내러티브적 사고의 신체로 자리한) 관객들의 현재에 어찌할 바 모르는 낯섦의 곧 없음의 내러티브, 그렇지만 어딘가에 있는 내러티브를 상정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내러티브는 일반적인 목소리가 아닌 역할과 이야기들의 층위에서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아무 것도 없는, 앞서 말한 연출가의‧안무가로서의 목소리도 없는 자의적인 분출-이는 약간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로, 다만 표면만이 있는 것으로 치환할 수 있겠다-다만 빈 몸, 신체‧춤이 아닌 어중간한 누군가의 몸짓만이 남는, 그리고 음악의 잉여가 필연적으로 주어지는 환경에서 관객은 음악을 전유하는 한 여리고 또 텅 비울 수 없는 어떤 '침투할 수 없는'(접근할 수 없는) 역할의 움직임을 지켜보아야 한다.

    음악과 무용수 내지 배우, 각 독립된 장은 사실상 그런 의미에서 연장되지만, 동시에 각각의 이름을 갖고 있는 독립된 작품으로 또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다른 차이를 표현해 내야 한다. 그럼에도 그 각각의 장은 날 것으로의, 그리고 날 것만이 아닌 무엇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단단히 잡고 있는 신체를 분절해서 움직이되, 헐거운, 유연하지 않은 시각적 잔상이 남을 정도의 더디 움직이는 움직임.

    곧 배우들은 자기로부터 벗어나지만, 동시에 자신을 통제하는 힘이 무엇인지 잃어버린다. 또는 그 힘 자체가 실은 아무 것도 없음, 자신을 버림이다. 이런 묘한 역설의 연쇄 과정 속에 외화의 극단을 보여준다. 곧 보여주기 이외의 아무 것이 없는, 곧 보여줌으로써 완성되되 그 보여줌에 자신까지 있는, 실은 자신이 없는.

    가령 섬뜩한 듯 보이는 하지만, 실은 아무 것도 보내지 않는, 아무 것도 담기지 않는 그 눈의 배유리의 모습 등은 이국적인 어떤 무희를 떠올리게 한다. 곧 이는 우리가 아무 것도 취득할 수 없는 마치 아르토의 동양 발리극에서 충격을 받고 그것을 자신의 연극에서 표출하고자 했었던 것과 같이, 유제니오 바르바가 다양한 섬들‧문화들을 만나고자 했던 것과 같이 (어딘가에서 본, 어딘가에서 떠오른) 마치 그러한 심상을 주고자 했음인가.

    실상 음악을 전유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음악은 배경의 공기를 울리는 하나의 실재로 외떨어지며 장식되고, 몸은 그것에서 비껴나거나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한 분절과 리듬의 구조를 만듦을 통해 전유코자 하며 거기서부터 멀어지는 광경을 보여주거나 작아지는 광경을 보여주게 된다.

    기의 없는 기표, 의식 없는 신체, 내용 없는 역할, 안무 없는 음악의 전유는 어떤 하나의 음악적 구조 안에서 어슷비슷한 움직임으로 머물러 있다. 클래식 음악의 치밂에 분명 신체적인 것의 확장만이 아닌, 미치지 않는 듯한, 그럼에도 내면에의 약동이 있다. 따라서 움직임은 큰 변화 없지만, 음악은 조금 더 큰 부피로 체감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동시대 이전의 정서는 묘한 역할의 상정으로 불분명하게 표현되게 된다. 정연민의 무대에 오자 그는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이전의 무대에 존재하지 않던 목소리를 드러낸다. 동시에 관객과 직접적으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보이스 오버되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하는 목소리는 이전의 음악에 부여되는 무대에서의 지위와 거기에서 미끄러지며 움직이는 역할들의 기약 없는, 측정할 수 없는, 표현되지 못 하는, 곧 그 음악 자체의 구조 안에 갇혀 있던 움직임을 새삼스럽게 인식할 수 있게끔 한다.

     곧 음악에서의 목소리 없음은 신체의 측정할 수 없는 움직임에서 이전되기 때문으로 신체는 음악을 표현하기보다 전유하며 그저 하나의 덩어리에 머물러 있다.

    날 것은 그래서 기의 없는 기표, 내용 없는 역할의 차원에서 단지 음악과 마주한 단독자적인 존재로 관객을 마주하는 것을 가리키며, 그러한 다듬어지지 않은 음악으로부터 안무되지 않은 자의적인 움직임의 날 것은 그럼에도 벗겨내지 못 한, 비어 있음의 역할과 기표, 펼쳐 내지 않는 움직임으로 인해 날 것은 뭔가 이해되지 못 할 다른 층위와 미약한 연결 지점을 갖고, 이는 불분명함으로써 완전히 제거하지 못 한 날 것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묘한 층위에 전혀 동화될 필요가 없음에도 작품들은 그런 묘한 해석의 말미를 주고 있다.

    [공연 개요]
    ▪ 일  정    2011년 6월 16일(목) ~ 18일(토)
    ▪ 시  간    평일_ 오후 8시┃주말 오후 5시
    ▪ 장  소    LIG 아트홀 (강남역 8번 출구)
    ▪ 티  켓    일반 30,000원 / 대학생 15,000원
    ▪ 예  매    인터파크 T. 1544-1555  www.interpark.com
    ▪ 문  의    LIG 아트홀 T. 1544-3922  www.ligarthall.com
    * 관람연령   만 18세 이상

    [사진 제공=엘아이지문화재단]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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