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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달파란과 권병준의 프로젝트 공연 ‘여섯 개의 마네킹’ : 마네킹의 목소리가 출현하는 과정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7. 24. 04:35


    기타와 드럼 대용의 뒤집은 장구의 '투 세션 밴드'의 노래가 탄생하는 걸 하나의 오디션 현장으로 치환하며 '어색한 머리가 크다'라는 식의 노랫말들로 마네킹 내지는 또 다른 존재에 대한 풍문과도 같은 이야깃거리를 흘려보낸다. 이는 대부분의 마네킹의 세계 바깥에서 그것을 지칭하는 것일 수 있다.

    ▲ 영화 <달콤한 인생>으로 스페인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공동 음악상 수상(장영규)한 바 있는 달파란

    말하는 듯한 턱관절의 움직임과 목을 까딱거리는 로봇을 미디 장치로 통제함으로써 기계의 삐걱거림과 멈춤의 시간에서 나오는 사운드를 생성하며 시스템(뇌) 작동과 수정을 조율하는 로봇 이미지의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어 마네킹들에 팔을 부착하는 과정에서 미디 장치와의 통합적 매체 환경이 구축되는 가운데 팔의 이동이 사운드에 대한 위치 정보를 갖게 된다. 사운드는 어떤 화음이나 멜로디의 기본적 단위나 체계를 만들지 못 하고 불안정한 자국만을 줄 뿐 입체적인 음악-신체를 만드는 데 주효한다.

    마네킹을 작동시키는 이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가운데 스크린에 나타나는 이들 음악가의 얼굴들의 잔상은 음악가가 아닌 마네킹의 시선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과 같다.

     반복 생성되는 파동의 단위들은 드럼을 편재한 사운드와의 섞임을 통해 화음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익숙한 노래들을 믹싱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입체적인 신체-음악-기계의 움직임, 곧 팔을 들고 내림을 주로 하는 음악가의 움직임에 따른 움직임으로 갑작스레 틀어졌다, 변환되는 것으로 인해 단말마적인 비명으로 터져 나오게 되어 살아 있는 것의 목소리를 체현하게 된다.

    한편 이 바깥에서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와 같이 익숙한 노래들을 믹싱함으로 인해 음악가는 디제이의 역할로도 자리하게 되고, 그러한 기계 메커니즘의 통제를 통해 기계와 결부된 사운드, 곧 기계 자체의 생명성을 간직하게 된다.

    마네킹의 팔 등, 부분 신체를 조절함으로써 마네킹 특유의 분절된 신체를 부각시키는 가운데 이들에게서 유래하는 사운드(사실 사운드는 흘러나오고 있고, 이것들은 이들의 신체 조종을 통해 중단 내지 변환되는 것에 가깝다)에서 이내 ‘만져줘’ 따위의 가사들로 신체적인 것들, 환유로서 노래에서의 목소리를 등장시키고 마네킹에 덧댄 욕망을 그들 신체로부터 유래함을 거꾸로 확인시킨다. 욕망은 그렇게 생기는 게 아닌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네킹 고유의 세계를 출현시킨다.

     단순한 멜로디는 은은하게 전체를 지배하고 있고, 리듬 층위의 반복 구간 아래 전혀 다른 층위에서 울려 퍼진다. 곧 그 안에 들어온다.

     어느새 마네킹은 사운드 기계가 아니라 그 음악 안에 있다. 실루엣으로 비춰지는 장막 안에 있는 마네킹들과 조종자-아티스트들의 모습은 실루엣과 그 안의 스크린으로 이중 화면으로 겹쳐진다. 도돌이표처럼 계속 반복되는 한 구절, 역시나 음악은 의도적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다만 몽환적으로 그 감각에 도취되며 그 안을 타고 흐르는 음악을 목소리로, 또 어떤 명확하지 않은 상징들로 생각해 볼 수밖에는 없다.

    ▲ ‘삐삐롱스타킹’의 보컬로도 활동한 바 있는 권병준

    권병준은 마네킹 뒤에서 마네킹을 움직이며 가없는 층위의 구음을 불어넣어 목소리가 신체에 주입되어, 말 없는 마네킹을 목소리-개체로 상정시킨다.

     또 그는 손과 연결된 미디 장치들을 통해 신체(손)-악기를 출현시키며 움직임의 체적을 순간적으로 형성한다. 어떤 멜로디를 만드는 대신 공간에의 반응을 통한 공간 형성, 곧 공간을 전제시키는 특별한 노이즈가 발생한다.

     달파란은 작은 인형을 작은 마네킹의 세계 안에서 뱅뱅 돌리고 있는 행위를 지속하는데, 이로써 인형은 조종되고 있다기보다 이 반복되고 몽환적인 음악 속에 마네킹 내지는 인형의 세계 그 자체 안에 우리가 귀속되며 그 바깥의 풍경을 상상할 수 없는 정도에 다다르게 된다.

     여기에 마네킹의 목소리 또는 알 수 없는 목소리의 비명 찢어지는 소리가 채워지며 계속해서 몰아닥치고 흩어진다. 이는 거센 한편 점증‧확대되지만 뚜렷하게 커지기보다는 밀도가 높아지는 또는 집적되는 것(물론 흩어지지만)으로 느껴진다. 이는 마치 썰물과 밀물의 환경과 같이 바다 물결의 자국들을 남기며 끊임없이 뚜렷이 형성되거나 이어지지 않고, 그 자국에서 다시 시작되는 결과를 낳는다. 어떤 공간 자체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늙지 않는 신체, 하나의 시간에서 갇혀 버린 육체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표정의 영원성, 주름이 없는 미끈한 신체인 인위성을 갖지만 한편으로 인간과 닮은 탓에 친근함보다는 섬뜩함을 안기는 마네킹을 사운드와 연결 짓고, 거기에 목소리를 부여하고, 심연의 목소리를 출현시키는 데서 마치 마네킹은 생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위치하는 듯하다.

    사운드 아티스트인 권병준과 달파란의 존재를 지우고 그들의 신체와 목소리를 마네킹에 수여하는 것으로, 마치 하나의 동화적 세계를 만들고 잡히지 않는 그 세계를 엔트로피 흐름처럼 흘려버림으로써 그 세계를 측정할 수 없게 만든다. 그 마지막의 부분에 있어 현실에서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 다 들을 수 없는 과잉의 목소리는 어떤 타자성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인가? 이는 풀어야 할 숙제와도 같았다.

    ▶ 프리뷰 기사 보기

    [공연 개요]

    * 일 정 2011년 7월 14일(목) ~ 16일(토)
    * 시 간 평일_ 오후 8시┃주말 오후 5시
    * 장 소 LIG 아트홀 (강남역 8번 출구)
    * 티 켓 전석30,000원
    * 예 매 인터파크 T. 1544-1555
    www.interpark.com
    * 문 의 LIG 아트홀 T. 1544-3922 www.ligarthall.com
    * 관람연령 만 15세 이상

    [사진제공=엘아이지문화재단]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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