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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서울연극올림픽] 「아마릴로」, 환상과 실재가 가로지르는 영역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0. 10. 14. 05:57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통과지대

     멕시코, 호르헤A. 바르가스 연출 「아마릴로」에서, ‘아마릴로’는 일종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통과지대이며 실재하는 정치의 영역이자 문화적 체취가 어린 감성의 영역이다.
     이 속에 위치하며 이름 없는 주체, 호명되지 않는 존재로서 이 부재하는 존재는 많은 이의 이름을 뒤집어쓰며 이름 없는 자의 보편적 전형이 된다. 이는 분명한 익명성의 상징이 아닌 현실을 표상하고 대표하는 길로 나아가는 용감한 선택에 가깝다. 이는 환영받지 못한 노마드로서, 존재의 위치를 부여받지 못한 타자로서 그 이름 없음 자체를 명시함으로써 하나의 정치적 영역을 형성한다.


     이 안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선택된 소수에 대한 가상의 꿈에서 선택되지 못한 수많은 사람의 이지러진 삶의 영역으로 한정 짓는, 이민자의 현실을 비추는 시선에서 재구성된다. 곧 아메리칸이란 주체가 소멸된 지점에서, 배제된 이민자의 자리가 지워지는 지점에서 주체로서 지위를 다시 출현시키며 등장한다.

     ‘아마릴로’는 이 아메리칸 드림의 일부분으로 구성되는 것이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좌절 이후의 잃어버린 신체의 터전을 간직하기 위해 그럼에도 계속해서 노마드로 나아가는 하나의 지도를 구성하는 현재진행형의 영역이다.

     획정 지을 수 없는 신체, 표상할 수 없는 공간 안의 신체는 처음에 배우가 자신의 몸을 훑으며 예리하게 신체 일부분들을 긋는 행위로써 영역으로서 신체, 기억의 저장 공간으로서 신체, 존재들의 대리자로서 신체를 작동시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의 증거들은 신체 안에 보존되고 이름 없는 이름들은 기억 속에 내재한다.
     ‘아마릴로’가 감성의 영역에 있다는 것은 곧 그가 그들이 위치하는 곳이라는 지점에서 버려지고 망각되지만, 그의 의식과 기억의 흐름에서 작동하는 기억과 지향이 섞인 과거와 미래의 교차작용 속에 구성되는 역동적 현재의 일부분이라는 지점에서 이는 쓸쓸한 죽음의 영역만이 아닌 정치적 발화의 위상으로 작동되는 것만이 아닌 것이다.

     존재가 서린 곳, 공동체로서 문화적 기억이 배태될 수 있는 곳으로서 이곳은 감성의 영역으로 작동된다. 한편으로 버려진 존재로서 하나의 대안적 공간이자 현실에서 좌절된 노마드의 노정에서의 한 좌표이며 죽음의 기억이 작동하는 쓸쓸한 공간이기도 하다.

     사실상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현재의 목소리는 소외된 주체 그렇지만 망각되거나 배제될 수 없는 명백한 주체로서의 정치적 목소리의 이념적 성좌를 직조하는데, 여기에 쓰이는 구음은 이 목소리가 결코 대항과 전복의 투쟁의 목소리에 머무는 게 아니라 그 죽음의 혼들을 위무하고 또 그 존재들의 삶에서 죽음으로의 통과지대의 영역을 상정하는 감성의 영역, 초현실의 영역, 문화적 상징의 영역임을 의미한다.

     물이 이 사막의 생의 영역 죽음에서 올라온 삶 차원의 긍정적 부가물의 상징이라면 모레는 신체와 직접적으로 접촉되며 죽음의 뼛가루로 구성된 사막에 대한 메타포를 작동시킨다.
    이를 찬찬히 흘려보내며 죽음을 떠나보내는 동시에 의식의 자장 안에 구성하는 행위는 그 시간의 전유다. 이러한 영혼의 전유는 이 사막의 아마릴로의 한 단면을 공동체의 기억으로 나아가게 한다.


     옷가지와 여권과 같은 사진과 이름 등의 현실적 잔여물을 영상으로 매개하며 무대 너머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건드리게 하는 시작 이후 영상은 배우들의 행위를 실시간으로 매개하는 동시에 모레 내지는 시체 가루가 만드는 영토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계속해서 무대 뒤 스크린이자 암벽 등반 장소 같은 구조물을 따라 오르거나 발로 돋움해서 팔짝 뛰는 것은 노마드의 본능적 작동에 가까운데, 무대 위에 엎드려 손을 내미는 여자의 손을 잡는 남자는 앉아 있고 무대를 기준으로 두 존재는 90도로 교차된 좌표를 그림은 영상에서 벼랑 끝에 매달린 여자의 손을 잡으려는 남자와의 평면상 이차원의 이미지로 매개된다. 이와 같이 무대 내 이미지들은 스크린에 재매개되고 존재는 영상에 선행하지만 그 종착지가 아닌 경우들이 생겨난다.
     
     남자의 발화를 통한 현실에 대한 시선은 그의 사라짐과 함께 그를 그리는 여자의 시선으로 치환되게 된다. 따라서 노마드가 아닌 멕시코에 정주하는 그녀의 삶은 사뭇 그와는 다른 대신 혼례를 치를 때의 기억들로 접점을 맺게 된다.

     존재를 표하는 수신호는 영혼의 새김과 문화적 전승과 공유로 남자와 똑같이 나타난다.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발화에는 배우가 아닌 역할이 되는 대본이 아닌 현실을 전유하는 층위에 이 연극이 조금 더 가까이 닿아있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어딘가에서 분명하게 새어나오는 음성, 위무의식과 심연에서의 목소리를 듣는 이 속에서 스크린은 조금 더 투명한 영상을 열어 보인다. 무대라는 환영을 영상에 남겨두고 현실의 소멸을 다시 영상에서 출현시키는 까닭에 이 연극은 실재와 환영을 오가는 묘한 중간 지대를 통과하는 의식의 지점을 안기는 것이다.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사진제공=서울연극올림픽]

    [공연 정보]
    공연명 : 아마릴로  AMARILLO
    공연일시 : 2010년 10월 6일(수) ~ 2010년 10월 8일(금) 20:00
    공연장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관람료 :
    관람등급 
    러닝타임
    작 : 가브리엘 콘트레라스 (Gabriel Contreras)
    연출 : 호르헤 A. 바르가스 (Jorge A. Varg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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