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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퍼포먼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리뷰, 미디어의 파도 속에 몸/감각의 분배
    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9. 26. 09:48

    이미지(영상)와 춤, 사운드의 문법. 이 세 개의 층위는 각기 어떻게 작동되는가, 아니 어떻게 엮이는가. 어떻게 충돌하는가.

    기계의 분절적이고도 정확한 결합의 소실점을 향해 가는 이미지 패턴의 운동들을 만드는 가운데 레이어들은 중첩된 배치와 소멸, 끊임없는 생성을 만드는 한편, 그 소실점이라는 것으로 인해 카타르시스로 치닫는 시각적 속도감으로 문을 연다.

    그 세계는 철저히 닫힌 세계(그 소실점은 이 이미지 상에서 구현되지 않기 때문에), 또한 현실 차원을 넘는 하나의 세계로 가는 창구가 된다.

    영상이 그려낸 현실 공간과 문 그 안에서 노니는 사람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구불거림과 명징한 선의 부유하는 이미지로 들락날락 문을 오가며 등장한다. 어떤 신체 자체가 온전히 무대를 전개해 가는 법은 없다. 이미 영상과 사운드의 시선이 무대에 쓰이고 있다. 어쩌면 이들은 이 영상과 사운드를 또 다른 의미에서 외화시키고 더 확장하며 그 분위기 안에 몸을 달구고 있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지배하는 무대는 이 음악의 감각적인 일면으로 인해 몸과 무대보다 우선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어떤 서사의 구조 자체가 없는, 곧 기승전결의 흐름이나 음악적 구조에 상응하는 되돌아옴이 없는, 끝없는 생성의 늪에 관객을 빠뜨리는데, 튕기는 현이 아닌 일종의 건반과, 분출과 휩싸임의 사이렌과 같은 사운드로 주로 이뤄진 음악에서 주선율로 작용하는 건반의 역할이 실제 하나의 리듬 단위로 편제되고, 이로써 시간을 재는 규칙적 리듬의 기능은 부재하고, 멜로디와 리듬 위주의 음악이 뒤섞이는 묘한 경계에서 이 (음악의) 흐름/전개/양상과 시간을 측정할 길이 없게 된다.


    후반의 먼저 리듬(일정한 속도)과 분출(휩싸임)의 단위로 편제되는 음악이 도돌이표처럼 되돌아오는 악구로 인해 어떤 하나의 서사/분위기를 얻고, 이 악구로의 돌아옴이 너무 더뎌 이 사운드에 몽롱하게 잠겨 버리고 마는 것 역시 그 음악을 분석/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나의 크기가 계속 변해 그것을 측정할 수 없다는 선문답 같은 동화책을 읽어 주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나의 자아가 획정된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명제와도 같은데, 이로써 근대적 주체를 훌쩍 뛰어넘는 몰아의 경지로 나아간다.

    이어 대형 미디어 파사드가 비추는 현실의 풍경 아래 의자를 객석에서 돌려, 주로 뒤돌아 앉아서, 또 당연히 일어나면서 춤추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어떤 위치의 지정과 그 안에서 노늬는 것인데, 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음은 이 음악과 영상의 선분이 중첩되며 그리는 가운데, 사실상 혼란 그 자체의 리듬과 변주의 곡선을 달리는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이므로 그 몸 역시 어떤 혼돈의 양상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데, 실상 영상과 사운드의 증발적 기호들과 달리, 몸은 단단하게 그 네 명의 그림을 통해 얼개를 짜 맞추어 나가고 있고, 하나의 실재 공간을 결코 버릴 수 없이 붙잡아 두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그것이 하나의 주체의 목소리로 발화할 수 없다는 것, 영상과 사운드에 가로막혀 부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목소리라는 것의 몫은 신체를 통해 감행되어야 할 것이고, 또 분명 그러한데, 여러 목소리의 층위가 중첩되는 가운데, 오히려 각자의 몫은 과잉적 양태를 이루고, 또 그 과잉 속에 분배(인위적 분절을 포함한)가 됨으로써 이들의 몫은 차단되는데, 곧 시선의 영역은 사운드/몸과 영상/시선이 가져간다.

    이 몸에만 집중할 수 없이 미디어 파사드는 현실을 비추어내는데/횡단하는데, 먼저 공간을 데칼코마니 형식으로 이미지화하며 시간 차원이 아닌 단편적인 세계, 이미지 자체의 유동하는 레이어의 자유로운 생성과 분화의 나열/흐름을 보여준다면, 이어 현실이 흘러가는 흐름을 보여줌으로써 속도와 시간을 결합시켜 보여주며 이 현실의 단편들은 하나의 점으로 분한 사람들, 그 끝없는 인파와 거대한 도시의 자취를 보여줌으로써 거리두기로 우리 삶을 포착할 수 있게 만든다.

    곧 몸과 탈세상(현실)적인 시각의 대비는 결코 분절될 수 없는 결합을 이룬다. 매우 분리적인 결합, 곧 몸은 이미 무대 중심을 벗어나 있고, 이들의 몸에 대한 시선을 보내는 데는 이미 매우 좁은 시야만을 보장할 뿐이고, 이 전체의 그림 안에서 이 판타지/허상의 이미지들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 가운데, 이 실재 그렇지만 그 움직임 자체가 이미 언어를 벗어나고 있는, 그 파악할 수 없음의 기호가 실은 어떤 하나의 그림자로 놓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치의 안무는 몸의 안무 자체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의 소멸과 생성 곧 영화의 현실로의 봉합이 아닌 이미지의 축적만도 아닌 끊임없는 생성과 생성을 통한 사라짐은 곧 이 되돌아오지 않는 반복하지 않는 테크노 내지는 일렉트로닉 음악과 흡사하며 이로써 오히려 단단하게 하나의 기표(뭔가를 가리킨다거나 앞서 닿지 않는 상정된 소실점과 유사 계열 의미에 있는), 선 상태에서 팔을 구불거리는 식의 움직임 등은 단단하게 자리 잡지만, 어떤 의미 자체로 독립되지 않는 하나의 그 기류 안에 속한 것이 되기 때문에 이는 애써 파악할 수도, 파악하기도 힘들다.

    이 무용수들은 미디어 파사드가 바닥으로 전이/확장되고 나서 전면에 드러나며 계속된 걷기, 또 앉아서 개구리처럼 점프하기, 넘기, 넘어가기, 뛰기, 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동물들의 상징이 튀어 나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미디어의 환경을 타고 또 뛰어 넘어 계속해서 진화하는 초월/포월의 어떤 상태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어린아이와 어른/아버지와 아들의 이 초상은 고양이와 사자의 눈을 강조해 중첩시키는 이미지의 미디어 파사드와 또한 중첩되는데, 이는 그 종의 진화의 거슬러 올라감과 다시 그 무수한 시간의 소멸한 그 시간을 전제한 이어 붙임이며 번데기가 나비로 변태하는 것과 같이 이미 나는 내가 아닌 나로 다시 변화하고 또 초월함의 선분을 그리는 것 같다.

    카드들이 흩어졌다 다시 모아지고, 또 그 빠른 속도의 흐름을 보여 주기 이전에 잠깐의 흔들거림, 이 유동함은 실상 이미지들의 빠른 편제뿐만 아니라 그 유동하는 공간에 입체적으로 정위하는 그 이미지의 안무 자체가 실상 작동되고 있음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곧 모든 것은 안무의 개념으로, 또 현실의 연장으로, 또 탈현실의 초월을 꿈꾸기로서 나아가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이 앨리스의 동화를 벗어나 이 미디어가 이루는 현실에의 힘과 또 현실의 편재(遍在)와 다시 재편(再編)된 우리 현실, 그리고 감각적으로 이미지와 사운드, 몸과 만나며 이 자리 안에 있다. 그것들은 구조가 아닌 흘러가는 것이고, 이야기는 완성되는 게 아니라 벌려 놓는 것이며 이미지는 끝나는 게 아니라 단지 멈춘 것.

    현실의 한 단편으로 수렴되는 이미지 속에, 그리고 그것이 꺼지고 몸으로 모든 것을 구불구불 유동하며 넘는, 또 그 안에 의식을 담그고 있는 누움까지 몸은 반응하며 또 변화한다.

    [공연 개요]
    공 연 명 <미디어퍼포먼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사 업 명 HanPAC 새개념 공연예술 시리즈 <2011 한팩 하이브리드>
    일 정 2011. 09. 22(목) ~ 09. 25(일)
    공연시간 평일 8:00pm / 토 3:00pm, 7:00pm / 일 4:00pm
    장 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입 장 료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공연문의 한국공연예술센터 02) 3668-0007, 02)3668-0044
    감독 및 연출 예술감독: 안애순
    연출: 김효진
    영상 및 미디어아트 예술감독: 김형수
    공동안무: 김형남, 김효진
    제작진
    음악감독: 표신엽, 무대디자인: 김인철, 작곡: 표신엽, 문수영
    대본: 권혜원, 의상: 이효수, 조명디자인: 이인연, 무대감독: 김경원
    영상시스템 감독: 강봉준
    출 연
    무용수: 김형남, 이윤경, 송보현, 허지은, 안진주, 이현경, 이동하, 최우석, 배민우
    배우: 김산호(아버지 역), 배건하(아들 역)
    주 최 한국공연예술센터
    제 작 YMAP, 한국공연예술센터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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