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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가야(伽倻)의 무대 위 현전(現前)의 세계
    REVIEW/Dance 2009. 9. 23. 17:42

     

     서장 아! 부활에서 우륵(이정윤)은 가야금을 매고 관객석에서 홀연히 등장했다. 별똥별이 연신 자취를 남기며 떨어지고, 엄청난 사운드에 무대 위에 자리하던 커다란 구가 분리되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 속으로 현대의 우륵이 접속하는 것이다. 각종 혼령들이 무대를 메우고, 그들은 곧 예전 가야의 인물들로 분해 가야를 구현하게 된다.

     

     춤극 「가야」는 가야에 대한 재현이자 동시에 창조적 접근으로 가야를 현전시키는 시도에 가깝다. 이는 곧 80여명의 무용수의 출연과 350여벌의 다양한 의상 등을 통한 시각적 이미지의 충만 등을 통한 스펙터클의 미학에 기인한다.

     

     아홉 촌장이 김수로왕과 다섯 왕을 맞이하는 1장 하가라도(下加羅都),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성대한 혼례의식이 치러지는 2장 상가라도(上加羅都)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작품의 윤곽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전개로 인해 자막의 설명으로만 시퀀스가 구분됨을 인지할 수 있었다. 계속 새로운 스펙터클이 눈앞에 펼쳐졌던 것이다. 음악을 타고 군무가 주가 되는 무대에서 춤은 에너지를 구축하는 안무이자 하나로 합산되어 에너지를 발산했다.

     

     허황후의 등장은 무대의 깊은 공간감을 안고 환영적 질서를 열었다. 전반적으로 여성의 하늘거리는 옷자락에 살랑대는 몸짓은 욕망의 기호를 담고 있었고, 남성들의 힘이 있는 반경이 큰 안무는 웅용함의 기호를 담보했다. 전체적인 안무의 질서는 양(발산, 군무, 조명 인)과 음(집중, 솔로/듀엣, 조명 아웃)의 양분된 기호를 오가는 식으로 대부분의 시간이 지루함이 없을 정도로 강한 아드레날린을 분출하고 있었다.

     

     2장의 결혼식이 남녀 그룹이 등장하고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만남으로 앞으로 둘의 사랑과 인연을 예약하며 장대한 질서를 펼쳐 놓았다면, 3장 보기(寶伎)는 이국적 풍광을 보는 듯한 광대의 결혼식 축하 의식무로 추는 짧은 오락에 잠시 박수와 함께 한 호흡 쉬어 가는 시간에 가까웠다.

     

     4장 달이(達已)는 신녀 묘견 공주가 암흑 아래 달빛을 품고, 무녀의 광기 같은 것이 조금 서린 가운데 미적 질서를 구현했다. 5장 하기물 (下竒勿)에서는 우륵의 가야금을 만드는 과정이 이정윤의 솔로로 진행됐는데, 한 줄씩 가야금을 튕기는 것 같은 춤사위가 인상적이었다. 작품은 우륵의 12곡의 순서에 맞춰 진행되는데, 장의 순서가 약간의 변동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20여분의 인터미션 후 시작된 6장 물혜(勿慧)에서는 일렬로 길게 등장한 무용수(가야인)들이 풍요로운 질서를 구가했고, 남녀가 한데 섞인 가운데 집단적 신명의 장을 만들어 냈다.

     7장 사자기(師子技)에서는 사자춤이 코믹하게 펼쳐졌고, 8장 거열(居烈)은 우스꽝스러운 메추라기의 춤에 이어 고고한 자태로 등장한 까마귀는 유려한 선의 안무, 촐싹대는 몸짓으로 익살을 보여준 쥐의 춤 세 개로 이뤄졌다. 3장 보기(寶伎)와 7·8장 같은 경우 스펙터클의 재현적 세계 대신 관객과 직접 맞닿는 현장감이 컸다.

     

     9장 사팔혜(沙八兮)는 칼과 방패를 들고 위용을 뽐낸 후 전쟁에서의 장렬한 최후를 맞는 시간의 흐름에 담긴 서사성이 있었다. 조각상들이 함께 무대를 채우는 게 춤극 「가야」의 특징이었는데, 웅장하게 위치한 기마상은 무대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금관가야의 세 여전사의 춤, 10장 이사(爾赦) 이후, 11장 상기물(上竒勿)에서의 가야는 앞서 보인 예전의 가야가 아니었다. 가야의 현존 인물 우륵이 존재하면서 그 전의 가야를 다시 소환한다는 메타적 시선이 중첩되어 있었고, 슬픔의 질서의 중심에 위치하며 그것을 극대화하고 승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12장 사물(思勿)은 순장의식에서 망자의 슬픔과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무대 전면에 우륵이 의식 자체에서 외떨어져 위치하여 그 의식을 끌고 당기는 흐름을 만들었다. 망자가 전해 준 가야금으로 추인할 힘을 얻고, 새의 모형을 든 사람들, 공중 위에서 빨간 천을 탄 사람들의 악기 연주 등이 가파른 흐름을 타는 것과 함께 무대 위에서 박을 탁 치는 것과 가야금을 든 우륵의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막이 내린 이후, 원으로 돌아가는 무대에 정면으로 선 출연진의 모습이 여전히 스펙터클의 세계를 이어갔고, 주연배우들의 개별 인사 등을 통해 커튼콜이 한참 계속되며 뜨거운 판의 숨을 발산했다.

     

    관람일자 및 장소 : 9.22일(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김민관 기자 mikwa@artz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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