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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질 조뱅의 「검은 백조」, 단단한 춤성과 재기발랄한 유머REVIEW/Dance 2009. 10. 13. 12:00
지난 9일 8시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질 조뱅Gilles Jobin 안무 및 출연의 「검은 백조」가 펼쳐졌다.
시작에 사운드가 무대에 덩그러니 놓였고, 이는 원초적 심연의 상태를 가리키는 듯했다.
여성 솔로가 중심이 되며 시작한 첫 번째 부분은 단단한 안무의 움직임들이 유연한 곡선의 흐름을 생성하는 가운데 그 안에서 몸의 탄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호흡의 단위가 춤을 구성했고, 그래서 춤은 유연하게 이어지며 끊임없이 계속될 수 있었다.
무대를 비교적 은은하게 뒤덮고 있는 사운드는 공연 내내 무대를 열고 닫는 신호이자 시선으로 자리하는 듯했다. 특정한 규칙에 의한 것이 아닌 풀어헤쳐진 사운드는 자연을 상징하고, 그에 침잠되기보다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경계와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사운드의 지속으로 인해 무대는 단지 구분되지만 전환은 이뤄지지 않는다.공연 후에 마련된 질 조뱅과의 대화 시간에서 질 조뱅의 말을 통한다면 이번 작품의 사운드는 질 조뱅과 여러 차례 함께 작업을 해 온 Cristian Vogel이 맡아 알고리듬 공식에 따라 음악을 저절로 생성시키는 기술을 도입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단단한 춤성의 발현에 이어 토끼 인형을 손에 낀 사람들은 그것을 무대 위에 놓는 것으로 움직임의 출발을 알렸고, 토끼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만들기 위해 우스꽝스럽게 보일 만큼 부단히도 몸을 달궜으며 다시 그것을 무대 바닥에 둬 출발선상을 알릴 때 이들의 몸에서는 계속된 긴장과 움직임의 지속됨이 느껴졌다.
위에 고리가 달린 철봉을 바닥에 대고 스르르 끌던 여자 무용수의 뒤에 질 조뱅이 함께 위치해 원으로 교차해서 저었다. 각도에 따라 철봉 밑동이 사라지기도 했고, 반짝 빛을 반사하기도 했다. 바닥에 끌리는 소리는 또한 사운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앞선 말 인형들을 무대 위에 놓고 철봉 꼭지에 달린 고리로 그것들을 앞으로 밀어댔다. 소리와 빛은 말을 향했고 미니멀리즘적 효과를 빚기보다는 오히려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또 다른 현현을 만들어 냈다. 그것이 말이 아닌 다른 것일지라도. 즉, 말의 움직임은 천천히 그것을 이동시키는 몸의 긴장으로부터 전해진 신성함의 추어올림과 결부되며 생명의 감각을 전해 왔던 것이다.
앞으로 「검은 백조」를 가지고 세계 투어가 예정이라고 한 질 조뱅의 안무 역학은 멀티미디어를 최소한도로 사용하여 단순한 듯하면서도 빛과 사운드로 인한 총체적 감각의 체험이 주어졌고, 춤은 유연한 듯 보이면서도 단단했고, 동시에 재기발랄한 유머도 담겨 있었다.
[사진제공=국제무용협회]
김민관 기자 mikwa@artz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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