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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계로부터의 시각', 경쟁 부문 EX-Now 4 :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2011. 9. 11. 15:19


    무채색의 섬 The Achromatic Island(소피 토르센 Sofie Thorsen, Austria, Denmark/2010/B&W/15min/DigiBeta) : '세계 구성의 시지각 조건'

     

    삶은 하얗고 검은 색 지각의 조건 ‘무엇을 보는가?’가 아닌 ‘어떻게 보는가‧보이는가?’의 질문, 곧 보통의 영화에서 카메라는 제 3의 눈으로 화면 바깥에서 내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투명한 존재라면 이 영화는 하얀색과 검은색 간 빛의 채도만이 이 세계를 구분 짓게 되는 화면/시선에의 필터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불투명한 존재로 자리한다.

    사물은 명확치 않고 세계는 인공적이며 이 다른 하나의 세계의 장면들이 한 때 Fur섬인가의 색맹인 사람들을 표상해서 그 시선의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는 다르게 보이는 세상의 시각 조건을 바꾼 게 아니라 시각의 결과를 재전유하는 셈인데 이는 꽤 낯설다. 곧 우리는 지금 펼쳐지는 세계를 의심하는 대신 우리의 시각 조건을 의심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실재 그 자체가 아닌 보이는 것이란 것, 반면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우리의 모든 사고를 결정한다. 이런 지각 조건은 보편적이면서도 특정한 것이란 것

    재배치 relocation(피터 지넨 Pieter Geenen, Belgium/2011/Color/23min 20sec/HDV) : '외화면 목소리의 실재적/환영적 몸'


    Fur섬과 그 바깥세상과의 경계, 색맹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적 분포의 섬, ‘무채색의 섬’이 문화적 환경(자연 환경 그 자체로는 볼 수 없는, 아마도 다시 문화의 조건으로 소급되는)의 인간 삶의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면 ‘재배치’는 아르메니아 국경의 광활한 초원과 아라랏 산을 보고, 잠언과 같은 대화의 정경을 보여준다. 자막이 곧 언어가 광활한 풍경의 이 표면에 새겨지는 물질적 경험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드문드문 나타나는, 듣는 게 아니라 들리는 경험으로 이 자연 속에 지정되지 않는 한 지점에서부터 출현한다.

    상징적으로 누구의 목소리도 아니고 누구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목소리는 형체가 없고 이 자연을 가르지만 아니 오히려 자연이 이 몸을 투과하는, 그래서 그것들의 의식을 신비화된 어떤 지점에서 우리가 전유하게 된다.

    경계는 그들이 왔을 때 주어졌고, 경계는 경계로 남았다. 타자성의 무책임한 동일화 전략에 의해. 이민족들에 의해 침략/통치되어 온 아르메니아의 역사적 진실.

    경계 Boundary(데빈 호란 Devin Horan, Latvia/2010/Color/16min 46sec/Digibeta) : '인간과 자연의 극렬한 대비'


    어둠 속 사람들의 표면/얼굴, 그 거대한 동상 같은 얼굴의 확대, 실재, 견고한 표면, 빛과 명암으로 환원되는 표면,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아니 그 속 자체가 표면으로 드러나 그 속이 실상 없는 얼굴들, 이 얼굴과 자연과의 병치, 이 둘을 오감, 그 급작스러움과 견고한 집, 인간의 의식과 바깥 자연의 광활함과 힘, 그 둘의 대비.

    얼굴은 붙잡고 있는 것일까, 더듬어지는 것일까, 얼굴은 공기와의 마찰로 떨리고 있고, 그 고정됨을 카메라와 일치시키는 데 따른 간극, 결과적으로 이 흘러가는 시간이 실상 쌓이며 이들의 창백한 얼굴의 잘 분간되지 않지만, 희미한 주름과도 같은 의미 계열을 이루게 된다.

    단지 영화는 그 알 수 없는 얼굴, 침묵 속에 말하지 않지만, 말하고 있는 얼굴, 너무 명백하지만 실은 너무 나약한 얼굴, 얼굴을 클로즈업/확대해서 낯설게 보여주는, 그리고 그 두려움과 공포, 내적인 의식의 누출하지 못 함이 자연의 광활한 분포로 그 경계선을 지우게 될 때의 화면과 극렬한 대비를 이루는데, 인간과 자연 간 문명의 히스테리의 징후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이전의 신화적 사고, 자연에의 participatory thought 참여형 사고까지 반추하게 하는 것 아닐까.

    라스베가스 | 초원 Las Vegas | The Meadows(벤자민 R. 테일러 Benjamin R. Taylor, Canada/2011/Color/33min/DVCAM) : '도시와 그 바깥'


    라스베이거스 도시 전광판 불빛, 그 자체의 기표, 그리고 그 바깥에서의 풍경. 광활한 사막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를 받치고 있는 것은 무형의 자본이 아니라 도시 공간 바깥의 공백의 경계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인지하게 한다.

    이 네 짧은, 무채색의 섬, 재배치, 경계, 라스베가스 단편은 일반적인 사람과 색맹의 시각 체계의 경계(화면/시선의 재편과 메타 인지 수용), 보이는 물질-아득한 정경과 보이지 않는 목소리-감각되는 신체 간 경계, 인간과 자연의 출현과 병치, 도시와 도시를 벗어나며 그것을 포함하고 또 맥락을 벗는 곧 기호화되지 않는 자연 간 경계를 보여주며, 각각의 경계, 그 간극과 사고의 지점을 출현시킨다.

    [사진 제공=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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