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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생활자들」 리뷰 : '지하의 대기, 열린 판의 무의식의 결을 따라'
    REVIEW/Theater 2011. 10. 21. 12:01


    ▲ 7일 3시경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지하생활자들> 프레스리허설 장면

    「지하생활자들」의 판은 열린 의식의 수용 지점을 안긴다. 소위 깨어 있다. 이 판은 유동하는 흐름으로, 꿈틀거리며 생성된다. 이 판은 구조 속에서 나열식으로 전개되며 그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게 아니라(졸음 의식을 부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식의 자장 너머 세계와 마주하며 그 대기를 흡착하게 만든다.

    이 대기는 세계 내 존재, 곧 세계와 내가 분리된 존재가 아닌 내 몸을 통과하며 구성되는 세계, 세계와 나(배우)와 내가 하나의 대기로 일원화된 세계의 평면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이는 존재를 주체화하지 않고, 이 대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유랑극단의 풍모를 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말을 신나게 따라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 되는 것일 것이다.

    주인공 역시 존재한다기보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명확한 경계/자리를 가지고 있기보다 말이 흘러드는 몸, 또 말을 생성하는 몸(추임새를 생성하는 일종의 고수와도 같은 위치로, 또 판에 끼어드는 집단 공동체의 한 명으로), 무의식적인 말들의 감염으로서 몸이, 또한 그 말들이 오가며 구성되는 주인공/뱀비닐남자만이 있을 뿐이다(실상 그의 목소리는, 그의 자아는 구성되지 않고, 단지 그는 계속 자야겠다는 의식과 꿈의 무의식을 오가고 있다).

    한 명의 익명의 사람, 곧 보통 사람으로 표상되는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판은 새롭게 짜인다. 따라서 그 판은 몸으로, 몸을 통해 밀려온다. 또한 이 말들의 자리로서 몸은 지하생활자들, 낮은 차원의 사람들의 말이기에 또한 소수/주변자의 대변되지 않는, 주체화되지 않는 사람들의 몫(소위 인심으로 대표되는 생존의 터전이기도 하다)을 대리한다.

    유동하는 몸/판은 마당놀이의 터전에, 또한 사물놀이라는 리듬 위주의 음악에, 또 무의식의 말결에 따르는데, 마당놀이는 프로시니엄 아치의 무대 성격을 애초에 두지 않기 때문이고, 사물놀이는 이 박자의 빈 공간에 머무르는 감칠맛 나는 움직임을 만들며, 무의식의 말들은 꿈결을 따라 가없는 바다의 폭으로 정처 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전체인물의 등장부터 이 유랑극단의 판의 밀려옴에 예측할 수 없는, 먼 곳의 목소리, 아련함을 상정하며 무대를 환영 공간으로 만드는데, 여기에 다시 여자의 이야기가 꿈의 세계에 대한 것임을(하나의 액자 구조임을) 상정하며 왁자지껄한 판은 놀이와 유희의 판으로서 환영을 또 다른 꿈인 목소리와 이야기의 환영/재현에 덧댄다.

    꽹과리의 금金속성 사운드와 북의 심장(火)의 환유적 표상은 공간 구석구석을 그들의 돎(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한편,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듯 순환의 세계를 나타낸다. 곧 이 변화는 하강이든 상승이든 지향의 삶을 너머 그것을 더 크게 포괄하고 있는 세상/자연의 이치일 것이다)을 통해 관객을 찌르고 뛰게 하는데, 이들의 등장이 밀물과 같은 흐름이었던 것처럼(끝날 때는 썰물처럼 그 흐름의 단단한 결을 또한 보여주지만) 이들은 무대를 빙빙 돌며 그 빈 박자에 채워 넣는 미묘하게 감각되며 대기를 흔드는 살랑대는 특유의 팔놀림, 담대한 발걸음을 집어넣으며 음악이 체현된 무대에 신체를 수여한다.

    「지하생활자들」이 가진 하강/추락의 서사/판타지가 유행처럼 번지는 기류는 높은 곳에 치닫고자 하는 현 세대의 인류에게는 이해키 힘든 행동으로도 보인다. 세계를 체험한 남자가 이 땅은 평평하다flat고 생각하는 것은 세계화globalization 따위의 문구와는 전혀 상관없고, 또한 상승의 욕망이 아닌, 이 디디고 있는 땅의 견고함, 생존 차원에서의 발버둥치는 인간들에 대한 은유로 비친다.


    그렇지만 지하생활자들은 대지/어머니의 손길로 약한 자들을 따스하게 품어주고, 굽어보는 시선을 상정하는 것이라기보다 하강에 대한 상승의 대척점으로서, 또 하나의 지향점을 상정하며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의 모습(마치 두더지 부족을 상정하는 듯도 하다. 어떻게 보면 장구를 치는 남자는 이 지하 세계에서 시력을 잃은 두더지 같다는 생각도 스쳐간다. 이들이 꾸는 꿈이 판타지라면, 또한 체념과 포기의 모습이라면, 남자는 꿈꾸는 꿈, 꿈 안의 꿈으로 한없이 하강한다)과 꿈꾸는 남자, 꿈꾸며 자아를 벗고 자신으로 침잠하는 뱀비닐남자의 모습을 병치시켜 신화적 세계로의 무궁한 여행, 그 답 없음의 길을 상정하고 부각시키고 있다.

    곧 우리나라 전래민담 뱀신랑설화라는 것의 신화를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하며 합리적 의식의 말들의 경계를 벗어나며 꿈(꾸기)을 통해 이 현실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신화의 세계를 생성한다(이 남자를 쫓는 사람들과 한 여자는 후반까지 그 간극깊이를 계속 두고 만나지 않게 된다).

    [공연 개요]
    공연명 지하생활자들

    프리뷰 10월 7일 ~ 10월 9일
    본공연 10월 11일 ~ 10월 30일 시간 화~금 20시 / 토, 일 15시 / 월 쉼 (총 21회)
    장소 국립극단 소극장판
    작 고연옥
    연출 김광보
    스태프 무대디자인: 김은진 | 의상디자인: 이명하 l 음악: 최정우 |조명디자인: 김하림 | 안무: 이윤정 l 분장디자인: 길자연 | 동작지도: 고재경 | 의상디자인: 이명아 | 조연출: 김수희 l 조안무: 배유리 l 조명보: 김진아 | 조연출보: 이준우 l 프로듀서 손신형
    출연 조정근, 김지성, 이기봉, 김학수, 한갑수, 윤가현, 김정영,정나진,강학수, 김정환, 이철희, 변민지
    관객과의 대화 10/15, 10/16 오후3시 공연 후 Press Rehearsal 10월 7일 (금) 오후3시
    예술감독 손진책
    제작.주최 (재)국립극단
    관람료 R석 2만원 ㅣ 청소년(만 24세미만) 1만5천원 국립극단 다솜석 3만원 공연문의 02-3279-2233
    예매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 1544-1555 국립극단 02-3279-2233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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