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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퍼도 커튼콜」(2011 봄 작가 겨울 무대) 리뷰 :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어루만짐의 누군가REVIEW/Theater 2011. 11. 12. 00:14▲ 「서글퍼도 커튼콜」 연습 장면[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재생 장치를 두 배쯤 빨리 돌려 빠르게 몸에서 내닫게 만드는, 초반의 몰아붙이는 말들은 마치 말들의 잔치인 소설을 압축해 담아내고자 하는 절박한 강박으로 보인다.그렇지만 이 빠른 말들의 속내는 기실 파국의 파토스의 뜨거운 분출을 예고한다.
현실을 연극으로 비유한 곧 어둠 속에서 빛/끝을 향해 내달리는 처절하고도 외로운 고투로 비유한 것, 연극의 커튼콜은 단 한번뿐이지만, 실제 이 연극에서 커튼콜은 두 차례 정도 미리 주어진다. 빗소리 비는 박수 소리와 묘하게 겹쳐 청량하게 무대를 전환시킨다.
비가 내는 불규칙적 수없는 마찰은 귀를 자극하고 연달아 이어지는 박수와 역시 닮았다.
각자의 어머니만이 존재하지만 이 연극에서 우람의 엄마는 반지의 엄마로 치환된다. 우람을 떠나 반지를 찾은 우람의 엄마에게 이 외롭고 처절한 삶의 생채기를 어둠 속에서 반지가 드러낼 때 우람의 엄마 역시 어둠 속에서 그녀와 거리를 어느 정도 두고 바닥에 닿아 있고 이 거리는 어느새 좁혀진다.
자신을 두 번이나 버린 엄마를 전복하고 다시 빛과 같은 따스한 엄마가 저기에 있다. 엄마는 새롭게 왔다. 그리고 현실의 찌꺼기가 빗소리와 함께 깨끗이 씻겨 내려간다.
등장인물들의 아픔은 파도, 파도 또 파도처럼 밀려온다.
▲ 「서글퍼도 커튼콜」 연습 장면[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반지가 마치 구정물 옷을 입은 것 같다고 했던가.
누군가는 고통으로 낙인 찍혀 나오는 것일까.이들의 아픔이 현실에 뿌리를 둔 곧 사회의 어두운 문제들을 드러내는 매우 직접적인 살의 장치로 뿜어져 나올 때 오히려 이들이 삶을 긍정할 수 있는 부분을 만나기를 원하게 된다.
긍정은 결코 긍정의 조건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삶의 역설, 고통을 느끼기에 행복할 수 있는 나날을 기다리고 또 행복이 올 수 있다는 것은 또한 역설이렷다.
남의 엄마가 나의 엄마가 되는 기적과 같이 아들이 죽었다는 엄마는 다시 현재 배고 있는 아이를 자신의 아들이 될 것이라는 기적으로 전유코자 한다.
누군가가 삶을 어루만지고 또 빈자리를 대신해 줄 수 있다는 것, 이 희망 같은 바람은 이 연극이 찾아 낸 관계 맺기의 삶의 치유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색된 결과로 보인다.
조명이 배우를 말없이 어루만지듯 이 누군가는 삶의 기적과도 같이 또 삶을 추동한다.[공연 개요]
■ <서글퍼도 커튼콜> 김슬기 작, 오유경 연출
- 공연기간 : 2011. 11.9(수) ~ 11.10(목) / 3:00pm, 8:00pm
- 공연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스 태 프 : 이주환(조명), 도성종(무대감독), 김경남(음향), 조연출(김민경),
이호근(음악), 최두선(무대/소품), 김지연(의상)
- 출 연 : 송인성, 이혜진, 천용철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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