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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꽃상여」리뷰 :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의식儀式의 세계로'
    REVIEW/Theater 2012. 1. 1. 15:52



    죽음은 심연이라기보다는 거무스름한, 차가운 심상에 가깝다.
    잦아드는 사운드는 싸늘한 혼의 바람처럼 환유된다.

    「꽃상여」에서 어둠의 프롤로그 이후 등장한 현실은 전쟁으로 인해 헤어졌던 가족의 상봉은 단절의 어색한 틈에서 나오는 불편함을 야기한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장난은 시어머니의 시선에 의해 금기시되는 것으로 삶의 유희는 일종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시대 안에서 차단된다.


    꽃가마 타고 시집 와서(사회적 자아를 형성하는 삶, 제 2의 삶) 꽃상여 타고 저승 간다는 여성 삶의 비유와 같이「꽃상여」는 보편의 죽음이 아닌 시대와 여성의 숙명과도 같은 특수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꽃상여를 타고 올 때 풍물에 바로 이은 죽은 자를 애도하는 굿은 삶과 죽음이 일종의 유희를 곁들인 인간의 상징적 의식으로 중층 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며느리(공교롭게 이름이 제시되지 않는다. 이 이름은 처가의 삶에 철저히 예속된, 시어머니라는 선행된 신분의 명명 이후에 도래하는, 단독 주체로 사용될 수 없는 단어일 것. 이는 당연히 여성들의 보편의 삶을 제시하는 일반 명사가 아닌, 주체의 자리를 갖지 못 하는 전근대적 사고의 일환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에 가까울 것)에게 있어 이 현실은 하나의 풍경과도 같다. 여기서 그녀의 주체성은 구제될 수 없다. 이 풍경 안에 섞여 있고 이 풍경은 단편적으로 쉬이 지나가고 마는 것이다. 죽음의 의례와 흥 섞인 꽃가마의 행렬에 그녀는 그저 휩쓸려 간다. 탄생과 죽음이 자신의 바깥에 있다는 것(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인간의 실존을 닮아 있다.

    죽은 이의 혼을 위로하는, 아니 산 자의 삶을 지속시키는 신들림이 있는 굿은 소극 같은 양상을 띤다. 여기에는 다소 극 바깥에서의 자조적인 시선(죽음이 치환될 수 없는 것이라는 내지는 이것들 역시 시대를 입은 하나의 문화적 의식이라는)이 개입한다. 기타는 묘하게 부-조응한다. 굿은 실제 신들림을 전제하는 것이 아닌 단지 하나의 상징 의식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꽃상여」는 삶과 죽음의 이면과 현실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한편 그 두 차원은 겹쳐져 있다. 후자는 전자의 표층적 차원에 가깝다. 이어지는 아이들의 놀이는 거울 뒤 과거의 환영처럼, 생의 세계 너머 세계에서처럼 현상된다.

    거울 뒤의 놀이는 거울에서 나와 사운드를 입고 현재로 옮겨져 계속되고 이는 거울 뒤 숙희와 만득의 친구의 놀이로 이어진다. 놀이는 삶을 상징하고 삶을 그렇게 (사랑의 징후를 만드는 것으로 또한 관계의 추억을 쌓는 것으로) 잇는다(삶은 지속됨으로써만 삶일 수 있다는 명제가 여기서 유효하다).

    앞선 부조응의 기타 사운드와 같이 「꽃상여」에 쓰인 음악은 일정 부분에 있어 현대적이고 또 이국적이다. 이것이 시대극적인 요소를 오히려 현재의 일상으로 맞닿게 하는 부분이 크다. 시대극이 감정感情극이 될 수 있는 공산을 제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굴레 얽힌 삶에서 도피하고자 하는(인형의 집에서 나가고자 하는 모더니티적 결단의 주체로서 자리하는-이는 어쩌면 명확한 주체이지 않았던 그녀에게 있어 분명한 변화이다-) 부분에서 음악은 특히 그러하다.


    반면 이어진 밭에서의 두 주변 인물의 섹스에는 판소리와 만요 같은 음성이 섞여드는 퓨전의 혼합된 사운드판을 벌인다. 음악은 「꽃상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쓰인다. 배경background 음악이 아닌 자율적 요소로 기능한다. 극에 새롭게 시선을 겹쳐 넣는다( 「꽃상여」가 극단 서울공장의 전 작품인「백치 백지」와 매우 닮아 있다는 것은 「백치 백지」를 본 사람은 누구나 갖는 인상이 아닐까 싶다. 중요한 것은 차이를 찾아내는 것이지만 어쨌든 「꽃상여」는 어떤 음악극의 요소가 다분하며 유희가 갖는 움직임들 역시 신체극의 양상을 다분히 지닌다).

    시어머니가 떠남을 허락하지만 딸은 남겨두라는 말 이후 딸의 눈물은 무대 전면에 스크린의 비로 형상화된다. 이어진 전쟁을 상정하는 스크린 속 폭격의 구름 자취는 단지 소리와 움직임만이 가득한 가운데 몇 번의 죽음-자취에 대한 슬픔으로 무대는 자욱하다. 소리는 변전되고 무대는 온전히 죽음과 슬픔에 절어 있다. 죽음은 역시 구제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과도 같이(죽음으로부터의 인간의 구제는 「꽃상여」의 하나의 숙명적 과제와도 같을 것).

    며느리는 떠났고 딸은 성장하고 만득과 자유를 꿈꾼다. 음악의 고양에 따른, 유희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춤은 곧 시어머니의 시선으로 중단된다. 그리고 이 시선-신분의 분별 의식, 여자는 곧 수동적 주체라는-과 또한 전쟁과 같은 시대의 분열이 또 다른 죽음임을 「꽃상여」는 이야기하고 있는 듯 보인다.


    딸은 만득과의 사랑에 대한 좌절을 죽음으로, 만득은 여기에 또한 죽음으로 부응한다.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이 가관이다. 여기서 비루한 삶과 죽음의 허무함 너머 사랑에 대한 순수한 죽음의 의지가 단연 빛난다(죽음은 돌연한 것이라기보다 자발적으로 탄생하는 유일한 순간이 출현하며) 위무가 나오고 꽃상여 의식은 극의 시작과 수미쌍관을 이룬다. 죽음 의식에서 삶 곧 현실은 증발한다. 산 자를 애타게 찾는다.

    시작의 죽음이 어둠이었다면 오히려 마지막 죽음 의식은 둘을 옥죈 줄을 풀며 태어난 아기와도 함께 광명으로 빛난다.

    어머니와 딸 간 세대 간 벽을 허물고 관계를 짜고 통합된 의식을 형성함은 어머니의 죽음에 다다라서이다. 의식과 의식이 유기적으로 엮이는 순간은 정말 한 순간이다. 현대적 의식을 안은 딸 곧 살날이 많은 이 딸의 출현은 삶의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에 모두의 춤의식은 일종의 과잉이다. 세레머니와도 같은 것.

    「꽃상여」는 일상에서의 생기 넘치는 놀이와 죽음에서 오는 제의의 서로 대립되는 것 같은 이미지를 오가며, 제의의 유희로의 치환과 같은 독특한 꽃상여 의식으로 우리 문화의 원형에서 삶과 죽음이 연속적인 흐름을 갖고 갈 수 있는 여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한다.

    프로그레시브한 음악(물론 이는 극의 함의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이다)에 신체 움직임이 강조된 3대에 걸친 여성의 이야기는 역사의 한 순간으로 현상되며, 명확한 역사의 전달이기보다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하나의 놀이-굿과 같은 의식에 동참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공연 개요]
    작품명 : <꽃상여> (한국공연예술센터 테마별 공연예술 시리즈, The HanPAC Stage『2011 한팩, 우리 시대의 연극』)
    공연단체 : 극단 서울공장(작 하유상, 연출 임형택)
    제작진, 출연진
    원작 : 하유상
    연출 : 임형택
    공동제작 : 극단 서울공장, 한국공연예술센터
    음악 : 윤경로 안무 : 김소이
    조명디자인 : 진용남 조명오퍼레이터 : 김재억
    음향디자인 : 안창용 음향 : 이주호
    무대 : 신동환, 김경원 무대디자인 : 도나 정
    무대미술 : 하일해 의상디자인 : 이주희
    분장디자인 : 정지호 조연출 : 안치선
    각색 : 임형택 기획 : 김연정
    제작감독 : 이수연
    출연 : 이엘리, 유나영, 강영해, 이재훤, 윤가현, 이도엽, 김충근, 강학수, 조재룡, 이미숙, 한강우, 최아름, 정지은, 배수진
    특별출연 : 김소이, 김정수(춤), 김지현(소리-성악), 초인(소리-팝), 이승민(소리-국악)
    공연일시 2011년 12월 29일(목) ~ 2012년 1월 8일(일) 화,수,목 8시 / 금 3시, 8시 / 토,일 3시, 7시 (총14회)
    장 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티켓가격 : VIP석 7만원 / R석 5만원 / S석 3만원 / A석 2만원
    할인 : 장애인, 국가유공자 동반1인 포함 50% / 수험생특별할인 전석1만원 / 한팩매니아 30% / 연극사랑티켓 20% / 한팩회원, 극단 목화, 극단 서울공장 회원 30% / 더한팩스테이지 패키지 50% / 송년모임 5인이상 40% / 20인 이상 단체 50%
    문의 한팩 콜센터 02-3668-0007
    예매 한팩홈페이지(
    www.hanpac.or.kr),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yes24, 사랑티켓, 미소티켓, 나눔티켓, 클립서비스, 메세나티켓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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