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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돈키호테’ 리뷰 : 낯설지 않은 돈키호테에 대한 모험
    REVIEW/Theater 2012. 1. 20. 12:02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유아기와 역사』를 보면 『돈키호테』에 대한 짧은 언급이 나온다.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적 사유와 연관하여 인식과 경험이 분리된 것을 돈키호테와 산초가 보여준다는 것이다. 돈키호테가 인식의 오래된 주체로서, 경험을 소유하지 못하고 다만 만들 수 있을 뿐이라면, 산초는 경험의 오래된 주체로서, 경험을 소유할 수 있을 뿐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식과 경험이 합치하는 인간상을 상정하는 가운데 돈키호테의 저돌적인 광인의 모습이, 어떤 하나의 이상적인 인물 유형이라기보다는 산초란 짝패 속에서 완성됨을 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상 이에 대한 배경적 지식의 차원이 작품 안에서 제공될 수는 없지만, 1605년작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원작 『돈키호테』를 토대로 하는 ‘돈키호테’는 명확하게 그 전제가 되는 시대상·시대관에 대한 분석과 현재에 새롭게 의미를 찾는 데 있어 유효한 지점들을 상기시킬 필요가 분명 있다.

    무엇보다 양정웅 표 돈키호테는 재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편 왁자지껄한 그 시대의 시장 분위기 속 무대를 꽉 채우는 코러스 내지 앙상블의 도입 아래 꽉 찬 몽타주, 빈틈없는 몽타주의 무대 이미지에 일종의 집단 창조 형태로 작품이 진행되고, 내지는 돈키호테와 산초 간의 허점 우스꽝스러운 콤비가 여전히 유머를 준다.

    곧 이는 돈키호테를 어렴풋한 줄거리나 이미지 대신 실제로 보게 됐을 때 얻는 신선함 같은 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앙상블과 더불어 라이브 음악의 작품에 대한 동시적 접근이 작품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열정 내지 무모함으로 표상되는 그 중간의 어디쯤 있는 돈키호테를, 극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주역을 이순재라는 원로 배우가 맡았다는 것은 돈키호테의 또 다른 색깔에 상응하게 된다.

    작품 내에서 '노인장'이라는 언급이 나오는 것은 이 작품이 원작 텍스트에 새롭게 부여되는 맥락들이 있고 이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메타 언설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이다.

    현실에 무모하게 대립하는, 사물과 싸우는(이는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환기되지만 사물-실재를 인식하고자 하는 과감한 용기와 적극적 행동주의 양식으로 치환될 수 있을 것이다) 돈키호테를 띄엄띄엄 움직임과 무대에 약간의 느림의 안착이 보이는 것은 돈키호테를 정신없는 행동에 휩쓸려 가는 이미지가 아닌 돈키호테의 몸 자체를 성찰하게 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에 가깝다.

    카랑카랑한 이순재 배우의 목소리는 고유하고도 특정한 것인 한편, 또 한편으로 마치 소극과도 같은 사건들이 매끈한 서사라기보다, 기승전결을 갖기보다 우발적으로 벌어지고 단속적으로 이어지는 '돈키호테'에서 한편 우스꽝스러운 돈키호테로 고착되는 이순재의 모습은 TV의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연장된 이미지로쯤 느껴지는 부분이 크다.

    곧 대중매체의 측면에서 배우 이순재가 소비되는 측면은 실상 전문적으로 연극에 빠져 살지 않는 관객층에게 낯설지 않은 무대 경험을 안기는 측면이 분명 있어 보인다. 이는 관객 반응으로 확인된다.

    양정웅의 '돈키호테'는 분명 재밌고, 즐겁다. 한 편의 유희와도 같은 광경들이 펼쳐지고, 돈키호테의 무모함이 유희로 또는 재미로 치환되는 가운데, 아련하지 않은 구체적으로 와닿는 삶에의 모험은 과감하다. 왁자지껄하게 삶에의 모험의 경험을 펼쳐 놓는 게 '돈키호테'였다면 가령 이 실재로 나타나지만 이를 만질 수 없는 괴물로 인식하는 돈키호테의 망상 곧 경험하지 못하는 인식은, 삶을 (실제로 대면하고 부딪치는) 경험을 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는 경험하지 않는 현 세대에게 어떤 경험을 안겨주는 것일까.

    [공연 개요]

    원작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작 : 빅토리앵 사르두  
    연출 : 양정웅
    공연일시 : 2012년  1월 7일(토) - 2012년 1월 22일(일)
           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3시/ (화 쉼)
       (1월 14일(토), 18일(수), 21일(토) 3시, 7시 30분 2회 공연)
    장    소 : 명동예술극장
    티켓가격 : A석 2만원/ S석 3만 5천원/ R석 5만원
    문의/예매 : 명동예술극장 1644-2003
    www.MDtheater.or.kr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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