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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버설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읽기 : ‘발레를 보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REVIEW/Dance 2012. 4. 11. 15:12

    ▲ 잠자는 숲속의 미녀(1막 군무)-강예나 [사진 제공=유니버셜발레단]

    집단 도열의 군무 신은 하나의 스펙터클이다. 3막의 끊임없이 다른 스타일의 치환은 내러티브나 이야기의 환영 대신 관객에게 직접 제시되는 것이다. 강예나의 춤은 일종의 인간이 낼 수 없는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있다.

    발레의 장르적 힘

    ▲ 잠자는 숲속의 미녀(3막 결혼식)-강예나, 이현준 [사진 제공=유니버셜발레단]

    발레 역시 현대로 들어오며 토슈즈를 벗어 버리는 실험이 용인된 지도 오래다. 갖은 레퍼토리와 총보는 발레를 재연의 틀을 따라, 정해진 동작들과 이에 토대가 되는 갖가지 기본기의 습득을 통한 발레가 가진 형식 틀은 일종의 발레를 무용에서의 하나의 장르의 힘으로 채색하게 한다.

    여기에 가녀린 발레리나의 움직임에 몰입하고 고난도 테크닉에 따르는 박수와 환호를 뿜어낼 수 있는 관객들 역시 이 발레를 하나의 오랜 문화로의 계승을 가능하게 한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에서 끊임없이 환영처럼 지나가는 발레리나들의 움직임, 하나의 틀로 도열하는 앙상블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성립한다. 여기에는 도취와 감흥의 수용자 의식을 만들며, 따로 거리를 형성하지 않는다. 흐름은 완성되어 있고 붙잡을 수 없다. 내러티브 역시 필요하지 않고 이 흐름에 대한 도취가 중요하다.

    한 발로 꼿꼿하게 서서 상대 발레리노에게 인사하고 마주할 때 왜 이 움직임은 현실의 재현을 발레의 틀에 빌어 표현할까에 대한 물음이 지나간다. 이는 다시 발레의 틀이 현실 재현의 틀임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스스로에게 소급된 질문의 형태로 이 무대와의 간극을 낳음으로 이어진다. 이 틈은 물론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장르의 특성이 단단한 발레인 것.

    여기서 랑시에르Jacques Ranciere의 예술의 세 체제의 분류, 윤리적‧재현적‧미학적 예술체제가 스쳐간다. 언뜻 심미적 예술 체제에 완벽히 적용될 것만 같던 발레는 재현적 예술 체제에 가깝다는 게 분명해진다. 여기서 그 틀을 깨고 현대의 흐름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미학적 예술 체계로 가려는 하나의 전유적 몸짓에 가깝다.

    가령 <지젤>에서 김주원은 슬픔과 대면하며 또한 이 슬픔을 대면하는 역할과 그것만으로 성립되는 무대 위에서 자아를 잊어야 하고, 발레의 틀이 아닌 어떤 기막힌 연기를 수행해야 하는 가운데 역할과 자신과 무대와의 실감 나는 싸움 안에 있게 된다.

    하지만 재현으로서 공연 역시 늘 같을 수 없다. 희한하게도 이 재현에 대한 입장은 상반적이다. 이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입장 역시 이 같음에서 다름을 하나의 묘미로 말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드러내곤 한다. 실제 이 공연 하나에 주목하기보다 누구의 캐스팅에 따라 달라지는 이 재현될 수 없는 차이의 생성만을 절취해 열광하는 관객 역시 많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다.

    어쨌거나 재현을 형성하는 총보score와 기본기의 발레를 지배하는 누층은 발레에서 아름다움을 절취해 내는 데 성공한다. 한편 같음에 부착되는 다름, 다름을 통한 같음의 전유 전략은 시간과 문화, 장소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이다. 여기에는 연출자와 무용수에 따른 모든 달라짐의 요소가 다 대입될 수 있다.

    이 캐스팅의 차이는 그래서 정말 커다란 차이를 낳았다. 오프닝 공연에서, 강예나의 긴 다리는 한 발을 들었을 때 하늘거리는 떨림의 궤적이 크며 그 전이의 정도 또한 크다. 이 붙잡을 수 없는 움직임은, 그러나 이 신체의 견고한 훈련을 통한 꼿꼿한 한 다리의 유지에서 가능한 한편(곧 이 힘듦을 우리는 가령 볼 수 없다. 또한 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발레리나는 관객에게 그것을 보이지 않는다), 이동하고 한 다리를 차며 남기는 시각의 궤적은 기억의 잔상으로 곧장 연결되며, 이 하늘거림의 인간의 가장 연약한 한 부분(사실은 가장 어려운 한 부분)에 대한 어떤 정서의 감응을 분명 야기하게 되어 있다.

    신체의 부분적 수용은 발레의 아름다움의 절취와도 상응한다.

    1막이 환영 같은 장면들 곧 무용수와 무대, 조명의 배치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었다면, 2막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깨어나는 내러티브에 동화된다. 3막은 이제 깨어남 이후의 잔치이다. 앞서 말한 커튼콜의 무한한 반복과도 같은 관객에게 직접 보여주는 장치들(이는 이들을 보는 왕궁 사람들과의 시선을 우리가 전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무한한 세레모니의 장면들은 차이의 생성과 그 단절된 장면들의 집합을 만든다. 이는 풍요롭다. 그리고 이 무대 역시, 많은 무용수 역시 풍요로운, 하나의 동화 같은 환영의 세계에의 도취에서 초과되고 또한 부합되는 것이다.

    [공연 개요]
    ◈ 공연명 : 유니버설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The Sleeping Beauty >
    ◈ 일  시 : 2012. 4. 5(목) ~ 4. 8(일) / 4일 5회 공연
               (목,금) 19:30, (토) 15:00, 19:30, (일) 15:00
    ◈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구  성 : 3막 4장
    ◈ 지  휘 : 최승한
    ◈ 협  연 :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주  최 : 유니버설발레단
    ◈ 협  찬 : 신영증권, LIG손해보험, 동부화재, 웰메이드, 아디다스
    ◈ 후  원 : 통일그룹,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소요시간 : 2시간 10분 (인터미션 2회 포함)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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