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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2회 LDP 무용단 정기 공연' 리뷰 : '즉물적인 움직임과 수행적 구문 사이에서'
    REVIEW/Dance 2012. 4. 24. 07:49

    <Symposium>(안무: 김재덕) : 즉물적 무대의 확장의 장

    Intro : '촉각적' 무대...

    ▲ '제 12회 LDP 무용단 정기 공연' 포스터 [사진 제공=LDP 무용단]

    무엇보다 무대는 촉각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춤추는 이와 보는 이의 거리를 상정하지 않음을 의미하며 관조에 따른 깊이의 차원을 고려하는 대신 속도와 분절, 치환을 통한 환유의 차원을 극대화시킴을 의미한다.

    군무는 여자와 남자의 갈림 속에 극명한 대비를 통해 전개되는데, 처음 여성 무용수들의 등장은 분명한 매질의 형태를 가시화하는 충격음과의 동기화된 움직임으로 그 청각적 충격을 시각으로 온전히 폭발시키는 데 이른다. 오히려 사운드보다 더한 긴장이 움직임에 흐르고 그 속에서 내파하는 역량을 시험하는 듯 보인다.

    특성 없는 현대인...

     무용단에서 사실 성의 구별은 소용없는데 여성 무용수들의 경우 매우 남성적인, 중성화된 존재자들을 구현하고 있고, 남성 무용수들의 경우 내러티브를 갖는 목소리 기관의 부분이 발현될 듯 보이지만 오히려 말할 수 없는 현대인의 큰 지형도를 그리며 사라지는 정도로밖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둘의 관계도가 어떤 관계적 측면을, 그로 인한 감정의 양태를 그려내지 않기 때문에 또한 그러한 구별은 무색해 보인다.

    증발하는 순간들

    ▲ 현 LDP 무용단 단원 이용우가 안무한 <N.F.P.P Escape>, 지난 2011년 10월 5일, 2011 SIDANCE 프로그램 '힙합의 진화Ⅴ'에서 열린 드레스 리허설 장면,  현 LDP 단원인 정혜민(사진 오른쪽)이 홍일점 역할로 함께 출연했었다

     이는 이들이 우리가 스스로를 대입할 수 있는 또는 타자를 보는 영상이, 내지는 환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움직임의 몰아붙임, 잔상 없는 시각적 파편들이 매우 찰나적이고 또한 급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격함의 전개는 속도와 치환을 통하는데 곧 움직임은 또 다른 움직임으로 교체되는 식이다. 이는 관계의 쌍, 반복적 차이의 구문을 만들어 내는 대신 끝없는 차이의 반복들로 구축의 양상을 만드는 식이다. 곧 이 순간은 한 순간이고 증발한다.

    매우 즉물적인 이 순간들은 궁극적으로 춤을 추동하는 원동력에 대한 물음으로 소급했을 때 초자아적 외침이 깊숙이 내면화를 이룬 것으로 느껴진다. 이 급격함이 어떤 그 스스로 소진의 양상과 빛바램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이는 치환의 트릭이기도 하지만, 힘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사드적 양상이 결부된 까닭일 것이다. 마치 여성 무용수들의 모습은 중성화되어 있기도 하지만 전설의 아마존 여전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김재덕만의 리듬과 무대 디자인

    ▲ 2011년 6월경에 열린 천종원 안무, <마이너 룸>(Minor Room)에서 현 LDP 단원 김재덕(사진 왼쪽)과 김재윤이 출연했다 [사진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김재덕은 뒤늦게 무대에 출현하는데 그의 리듬이 다른 무용수들 간의 약간의 미끄러짐을 낳는 것은 똑같지만 다른 그만의 움직임이 리듬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 치환, 자리 바꾸기의 춤은 무대의 위치 이동과 확장, 춤에서 노래로, 또 그 반대로의 역전과 전이로 경계를 넓힌다. 어떤 폭발은 예견적이고 에너지를 비축하던 것의 응축에 대한 보상적인 해소 작용이기도 하다.

     김재덕의 끼는 LDP 무용단의 기실 이차적 파생의 문구이기도 하고, 한편 이번 공연은 그가 무용단을 이번에 일시적으로 재편하고 그의 몸을 덧댐으로써 어떤 재기발랄함, 노닒의 미덕과 여유가 부과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속도의 춤

     음악이 없을 때 일종의 숨소리들마저 소리와의 동기화 작용을 만드는데, 음악은 이처럼 감정의 양태를 추동하는 게 아닌 끝없는 움직임의 순간들, 동기화의 지점들을 지정하는 데 어떤 기능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움직임은 그 사운드를 상쇄해야 하고 또 그로부터, 그로 인해 튀어나와야만 한다.

    이러한 명확한 움직임들은 어떤 사유의 측면을 버려두고 있고 끝없는 속도와 그것의 뒤바꿈을 통해 전개되는 가운데 무의식의 측면에 다다른다. 곧 초자아적 명령(안무적 지침으로 바꿔 생각할 수도, 안무적 철학이나 깊숙이 배인 LDP 무용단의 안무의 체화된 특징일 수도 있다)이 추동하는 의식적 각성의 춤에 어떤 빈틈은 이들이 예상치 않은 또는 간과하던 시간의 구성적 역량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술 취한 듯한 모습으로 그 무의식의 단초가 보이는데 신체는 거기에 잠기는 게 아닌, 곧 기억과 과거로 소급되는 게 아닌 여전히 신체가 먼저라는 것, 낙차가 큰 동작들을, 또 다른 파편적인 움직임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으로 나아간다.

    '거리의 발명, 사유의 시간의 필요성'

    ▲ 지난 3월 8일 서울 강남구 레벨 라운지 &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 행사에서 현 LDP 단원, 차진엽이 안무/출연작품 <Collective A>

    거리라는 것은 어떤 시선과 영상을 발명하는 데 유효한데, 이들의 춤은 그 거리 자체를 소거함으로써 또는 그러한 방향의 전개를 의도함으로써 관객을 조여 촉지적인 감각을 지닌 신체로 변화시킨다.
    또한 어떤 존재로 확정할 만한 제스처에 따른 기호들이 도출되지 않는데 이는 중성화된 존재 양상과 상응한다. 마치 인형처럼 보인다. 곧 이는 무질Robert Musil의 특성 없는 현대인(『특성없는 남자』)의 양상을 가장 적확하게 빚어내는 결과를 낳는데, 이러한 감각적인 지배 양상에 따른 쾌감은 배제할 수 없지만, 사유의 조각들이 떠다니고 응집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이는 무대가 큰 시간, 대타자-시간의 지배 양상을 거부할 수 없는 시공간이기 때문으로, 이들 무대에서도 무의식의 단초가 결국에는 뒤따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에 의식하지 못하는 무력한 양상이 빚어질 뿐이다.

    최근에 보았던 정영두의 안무는 이와 완전히 상반적인데 정영두의 안무는 존재의 감정 양태가 선행하며 움직임의 낙차 역시 그것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또한 기억들이 몸을 지배하고 다시 몸을 원점으로 되돌린다. 하지만 이는 정교화된 움직임으로 빚어져야만 한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던 공연이기도 했다.

    매체적 폭발

    ▲ 2011년 3월경에 열린 김재덕이 안무/출연한 모던테이블의 댄스콘서트 <Kick(부제: 차인 사람들의 러브노트)>에서 현 LDP 단원 김재덕의 모습(사진 오른쪽)

     마지막에 매체와 확장의 철학을 도입시켜 무대의 폭발, LDP무용단의 에너지를 폭발시킨 김재덕은 객석 통로에 마이크를 사전에 배치해 창자의 도입과 또 마이크를 들고 온 무용수들의 난입으로 그 중간에 관객들을 공명하는 신체로 변이시킨다. 여기서 거리 두기의 태도stance를 취하기는 더욱 어렵다.

     LDP 무용단의 공연 <No Comment>를 두 차례 정도 본 적이 있지만, 그 역시 매우 즉물적이었고 사실 이러한 관객 난입을 폭발적으로 허락했었다. 이 역시 구축의 양적 토대의 ‘쌓아감/확산의 미학’이었던 반면, 노래의 도입과 부과된 서사는 김재덕의 전매 특허적 속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This performance is about me>(안무: 신창호)

    김보라의 수행적performative 구문의 엶

     2011년 12월 13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마이크_microphone> 공개 연습 현장에서 현 LDP 단원 김보라, 지난 1월경 열린 2011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 9 Works in Progress에서 김보라는 <혼잣말>로 주목할 만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제대로 된 영상을 만들어 낸 것은 두 번째 무대라고 봐야 할 것이다. 김보라의 삶과 일치된 퍼포먼스적 구문의 삽입과 무대의 변용이 극적 핵심이었다.

     그녀의 더듬거리는 리듬이 지배하는 끊김의 말의 양태는 온전한 문장 형태를 이루지 않는다. 초록색의 동일 계열 옷을 입은 여성 무용수의 등장이 그녀를 대리한다. 이는 그녀에 대한 영상인데 수많은 남성-타자들에게 가로막히고 지배당하며 이 안을 빠져 나오지 못하는 순간으로 귀착된다.

    실존의 장(말과 말 사이 삽입된 영상)

    ▲ 현 LDP 무용단 단원 이용우가 안무한 <N.F.P.P Escape>, 지난 2011년 10월 5일, 2011 SIDANCE 프로그램 '힙합의 진화Ⅴ'에서 열린 드레스 리허설 장면, 현 LDP 단원인 정혜민(사진 중간)이 홍일점으로 함께 작품에 출연했었다

    거대한 파도에 맞서는 배에 승선하여 고투하는 선원의 모습을 형상화하듯 그녀는 그들이 만드는 덩어리에서 한 자리씩 이동한다. 즉 관계를 맺지 않고 사실상 타자가 아닌 순수한 외부로서 거리(거리는 타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다)를 형성하지 않는다. 이 관계는 그래서 폭력적인 형태로밖에 맺어질 수 없는 듯 보인다.

    움직임의 바꿈의 원칙이 전제되어 있고 강력한 움직임에 사로잡혀 있는 존재자들은 뒤늦은 사유로 흔들리는 주체의 모습으로 분하게 된다. 공허함의 실재를 드러내는 한편 급격한 행동을 추동하는 강박은 남아 있다.

    그들의 외부에 어떤 세계의 다른 지평 내지는 초월적 지평은 없으며 살과 살이 맞대는 치열한 각축의 장이 따를 뿐이다. 이들은 몸만으로써 실존하는 양상을 빚는다.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의 고고와 디디의 무의미만을 달성하는 주체로서 무대에 사유 없이 실존한다.

    김보라의 수행적performative 구문의 닫음 

    이 무대를 구원한 건, 또 변화시킨 건 김보라의 재등장이었는데 분절거리는, 더듬거리는 발화는 단어들을 신체들과 엮고 짜는 양태 속에 성립하고 있었다. 문장이라기보다 낱말들의 엮음으로 완성되었다. 이 더듬거림의 육신-말은 지금 사유되고 있음을 알리는 징후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녀의 과거 영상에 대한 충격적 고백은 이 무대를 크게 보면 에고 트립ego-trip과 같은 양상으로, 제한적 무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의미가 더 이상 없어지며 이 발화는 관객의 신체와의 엮음의 판을 실천했다.

    제 3의 관계적 평면

    ▲ 2011년 12월 13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마이크_microphone> 공개 연습 현장에서 현 LDP 단원 김보라(사진 왼쪽)

    나의 평면과 타자의 평면, 그리고 제 3의 객관화된 평면까지 이 평면은 겹치며 그 외부성에서 자율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사실, 곧 아주 쉽게 말해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그녀는 보여주었다.

    김보라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두 가지 큰 기억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불분명한 기억의 영상-이미지로, 또 하나는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분명한 한 문장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녀의 고백 전후의 시점으로 무용수들이 어떤 애도의 기호들을 만들어 내며 그녀 주변을 빙빙 돌았는데 앞선 그녀를 대리한 무용수들의 움직임, 그리고 거울을 가지고 거울 평면을 돌려 현실로 바꾸는 움직임의 반복에서 거울과 현실 사이를 찰나적으로 교차하며 삶을 압축적으로 은유하며 혼란의 장을 만들고 깨려는 어떤 무의식적 각성의 노력들은 그녀 과거와 기억에 대한 어떤 은유와 꿈꾸는 듯한 하나의 영상이었음을 가리키는 가운데 이 무대는 관계적 평면으로 바뀌고 있었다.

    수행을 통한 (체體의) 변화의 지점

    ▲ 2011년 12월 13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마이크_microphone> 공개 연습 현장에서 현 LDP 단원 김보라

     그녀가 순전히 외부로 상정했던 이것은 자신의 마음의 자폐적 구문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상처를 말하는 순간 이후로부터 그녀 역시 생각지 못한 변화에 동요하게 됨의 선행된 순간들로 인한 어떤 실제적이고 현시되는 순간들의 일부가 되었다.

    두 번째 그녀 무대를 봤지만 그녀 자신의 상처나 기억의 조각으로부터 출발하는 지점이 돋보이는데 내재적 평면의 단단해짐과 함께 관계 맺기의 평면으로의 확장 역시 기대하는 바다.

    [공연 개요]

    제 12회 LDP 정기공연

    일시_ 2012년 4월 20일 8PM / 4월 21일 4PM 8PM
    장소_ 서강대 메리홀
    티켓_ R석 30,000원/ S석 20,000원/ 단체 20%할인
    문의_ LDP무용단 010.8609.1345/010.6472.5406
    주최_ Laboratory Dance Project
    후원_ 서울문화재단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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