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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서편제> 리뷰 : 한국 뮤지컬의 경계를 실험하다...
    REVIEW/Musical 2012. 4. 23. 13:39

    중첩 레이어들과 하얀 평면의 무대 미학


    ▲ 뮤지컬 <서편제> 장면, 유봉 역 양준모(사진 가운데)와 송화 역 차지연 [사진제공=랑]

    하얀색 무대는 매우 넓은 무대를 만든다. 한지들을 붙여 수놓은 천의 레이어들은 불투명하며 그 자체의 내러티브들을 품고 있는 듯 보인다. 즉 이 수많은 한지들은 층층이 쌓인 시간은 많은 사연의 각각의 모나드monad(단자單子)로 소급된다. 이 커다란 레이어들이 중첩되고 일순간에 사라지는 가운데, 하나의 레이어가 한 존재의 등장 내지 사라짐을 상정하고, 또 중첩되어 복잡한 현실의 실타래를 상징하는가 하면, 모두 다 사라져 북과 북채만 달랑 놓인 공간으로 일순간에 등장인물의 내면에 대한 공허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자체적인 레이어의 이동은 무대의 존재들이 개입되지 않는 시간과 운명의 거대한 힘을 상정한다. 어린 시절의 미로 같은 기억의 평면은 중첩된 평면으로 조직된 이 레이어들의 바뀜과 함께 지나가며 무대 전체가 열리고, 이내 제일 뒤의 악단석이 드러나자 이 무대의 스펙터클이 순식간에 완성된다. 그리고 이 소리는 뒤에서부터 은근하게 배어드는 식이라 공연 전체적으로 보면 그다지 큰 존재감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초반 꿈의 장면의 의미

    ▲ 뮤지컬 <서편제> 장면, 배우 서범석(사진 가운데) [사진제공=랑]

     초반에 <서편제>는 이 혼란스런 레이어들의 급격한 이동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특히 동호의 과거 기억의 각인된 바와 삶의 방향의 한 축을 강렬하게 그려내는 데 일면을 담당한다. 등장인물들의 과거 신인 아역 배우들의 장면으로 바뀌며 내는 맑은 소리의 공명이 위로 향한다면 그래서 환상적인 느낌을 창출한다면, 어머니의 위로의 목소리는 잠재성을 띠고 무의식 결에 또 배면에서 작동한다. 다양한 소리들의 층위가 각기 다른 존재들을 드러낸다.

    여기에 목소리들 역시 중첩되는데, 동호의 목소리에 그 자신의 어린 시절 목소리가 중첩되는 신이 있는 부분에서는 코러스가 아닌 하나의 목소리이자 새롭게 구성되는, 현실과 무의식이 혼합되는 새로운 현재를 드러내게 된다. 이 아이로 나타난 그 자신은, 또한 과거로의 추동의 힘은 자신을 이끌고 가며, 이 때 자연 레이어들이 사라짐은 더 넓은 절대 공간을 창출한다. 이는 더 넓은 환경에의 혼융과 현재의 지평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거로의 경계 지움, 낙원과 같은 이미지의 창출은 이후 펼쳐질 고난의 역경에 비하면 오히려 하나의 이상적 꿈과도 같다 하겠다.

    뮤지컬 속 음악 장르의 경계에서...

    ▲ 뮤지컬 <서편제> 장면, 동호 역의 배우 김다현(사진 가운데) [사진제공=랑]

    <서편제>를 가로지르는 것은 한편으로 시대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의 변화와 음악의 중첩과 혼융인데, 고수로 있던 동호가 초반에 록 스타가 되는 과정을 밟는 데서부터 알 수 있듯이 지금의 대중음악의 효시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역사적 그림자가 투영되고 있는 가운데 이 음악이 <서편제>의 우리 소리와 대립되면서도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하며 심지어 이 시대적 소리와 근원적 탐색의 소리와 겹쳐지는 지점이 꽤 많다.

    배우들의 목소리와 노래 역시 우리 소리부터 록까지 장르적 경계로 분화하는 여러 지점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는 일관된 뮤지컬-톤에 어떤 실험과 시험의 차이를 들게끔 한다. 꾹꾹 눌러담는 발성은 청아한 맑은 톤이 아닌 판소리와 뮤지컬의 긴장 영역을 발생시킨다.

    <서편제>의 음악적 혼융과 분화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며 음악적 완성을 보이는데 판소리를 하는 송화의 장면에 멜로디의 화음이 섞여 거칠고 메마르지 않은 유연한 음악으로 만든다거나 대중음악의 자취가 스쳐갈 때 송화의 소리가 지나가는 것 등으로 나타난다. 마치 소리와 이 음악 모두 어떤 환영적인 과거의 한 순간으로 여겨지게 하는, 무엇도 중심을 갖지 않게 하는 측면이 크다. 반면 이 소리의 온전한 무대 장악의 이러한 미끄러짐의 현상은 이 소리의 시대적 미끄러짐의 역사적 현실을 증명해 내는 것으로 작용한다.

    소리/끈의 메타포

    ▲ 뮤지컬 <서편제> 장면에서 배우 이자람 [사진제공=랑]

     전체적으로 극에 드러나는 주요 메타포는 '소리'와 끈인데 앞선 레이어들에 붙어 있는 종이들이 각각의 사연을, 그 레이어들의 자율적 작동이 거대한 운명의 힘을 나타내는 데 비해 이 운명의 얄궂음과 시간의 구성 역량에 따라 동호는 과거로부터, 인물은 시대의 흐름으로부터, 또 동호와 송화‧유봉은 소리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되며 이 분절된 관계와 시간 속에서 흩어짐의 운명은 늘 잡히지 않는, 아련한 하나의 끈을 찾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이 끈은 처음 동호의 어머니가 잡고 있던 그리고 동호가 또 잡고 있던 끈과의 실제적인 거리로 드러나며, 어머니의 죽음에 상여 줄을 잡고 가는 삶과 죽음의 평면을 잇는 끈으로 이내 드러나고, 그 질박한 운명의 끈에서 자유로워질 것을 어머니에 대한 염원으로 드러내는 동호의 노래로 또한 아내 드러난다.

    그리고 이 끈은 아버지 유봉이 그토록 강조하고 사로잡혀 있었던 소리에 대한 신화에 대한 끈에 대한 속박을 벗어나고자 하는 동호의 지속적인 행동의 핵을 형성한다. 한편 그 어머니가 온전히 삶에 자리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자리하는 절대 공간과 점점 멀어지고 그것이 잊힘으로 현실이 전개된다.

    소리에 다다르는 길

    ▲ (사진 좌측부터) 뮤지컬 <서편제> 장면에서 배우 이자람, 서범석, 김다현 [사진제공=랑]

     그토록 찾던 소리의 필수 요건으로 어떤 한이 강조되는데 이런 내면에서의 뿜어 올림, 갈고 닦아 몸에 체화된 소리의 완성은 몸과 삶의 완성, ‘한 많은’ 특수한 삶의 자기 조직화와 보편적인 서사의 한 특수한 화자를 상정하는 것(가령 창자는 특수한 소리를 가지고 모두의 삶에 미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이기도 한데, 실상 이 소리를 찾아 헤매는 건 어떤 소리에 대한 응전, 삶 자체와의 고투 끝에 소리를 찾는 게 아니라 소리가 나를 찾아오는 어떤 경지에 접어들기 위함을 의미한다.

    소리는 어떤 지정된 위치에 있는 게 아닌, 허허벌판 같은 풍광 속에 미세한 끈으로 마치 내가 자신이 아닌 어떤 상태에서 나를 홀연히 찾아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소리를 아우르는 자리를 형성하는 것에 가까운 것이다. 그 때까지 나는 나를 경주시켜야 한다. 마치 동호의 어린 시절 내가 동호를 알 수 없는 드넓은 이 무대의 흰 풍경의 펼쳐짐 속으로 이끌듯 내가 소리를 찾는 게 아니라 엄밀히 소리가 나를 찾아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소리 찾기는 그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노니는 어떤 소리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관계의 끊어짐과 세상과의 단절로 이어지며 비극을 낳는다. 이러한 한은 극 안에서가 아닌 관객의 기억에서의 <서편제>의 이야기의 완성을 기약하며 또 다른 한의 문화로 이어지게끔 한다.

    역사의 축과 비극

    ▲ 뮤지컬 <서편제> 장면, 송화 역의 이자람과 동호 역의 김다현 [사진제공=랑]

    <서편제>는 질곡 어린 운명의 양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가운데 비극적 서사를 안고 있는데, 이 소리는 실상 그 개별적인 서사와 감정 양태는 달리 작동하고 있었지만, 모두 그 끈을 찾고자 하는 의식은 분명한 가운데, 대중가요에 대한 열광에서 국가적 탄압의 물결이 동호의 음악을 가로막는 한편, 시대적 흐름 자체에 역행하는 음악으로 판소리 자체가 사라져 가는 시점에 유봉과 송화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영화를 통해서도 익숙하듯 아버지의 소리에 대한 가없는 갈망으로 인해 송화의 눈이 먼 것은 무대에서는 현실로 매개하고 인도하는 어떤 중개자의 미약한 존재로서 아버지의 사라짐이 곧 소리가 누군가를 향해 표현될 수 없음의 비극적 잔상을 남기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들 운명이 얼마나 가혹하게 작용하는지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같은 장면을 품고 있다는 것으로 드러나는데 마치 또 다른 배우로서, 아니 그 둘은 진정 자신의 모습을 배우라는 존재로서만 완성할 수 있다는 역설을 자연 전제한 채, 그러한 전제가 통한 채 소리를 청하고 또 함께 하는 연행의 장을 꾸미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둘은 배우로서 역할을 하는 게 아닌 관객들은 이 둘 속에서 역할 속에 있는 배우라는 존재를 보게 된다.

    마지막에 동호와 송화의 노래는 어떤 음악이 섞여들지 않는 순수 소리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이때 소리는 현존하는 몸에서 빚어지고 있다.

    송화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리를 메웠듯 그리고 무대에서 레이어의 바뀜으로 인해 송화가 어머니에서 존재 바꿈을 했듯 동호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비로소 치유하게 된다.

    에필로그 : 뮤지컬의 경계 넓히기

    ▲ (사진 좌측부터) 지난 21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커튼콜 장면에서 뮤지컬 배우 임병근, 이영미, 서범석

    ▲ 지난 21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커튼콜 장면에서 뮤지컬 배우 이영미

    뮤지컬 <서편제>는 여러 음악의 장르적인 경계선상에서 확장되고 혼융되며 음악적 실험을 감행하며 <서편제>의 고유 서사에 시대를 집어넣어 현재의 유의미를 달성하고자 한다. 이영미가 보여준 판소리 창자의 역량을 비롯하여 동호, 유봉 역의 임병근과 서범석이 보여준 판소리, 그리고 다양한 보컬의 혼융이 꽤 깊이가 있었고, 기존 뮤지컬의 단조로운 음색의 가능성의 폭을 깨뜨렸다.

    무대의 하늘거리는 레이어들은 딱딱하지 않고 유연하게 아날로그적이며 우리만의 멋과 맛을 잘 살려냈다고 보인다. 동호의 과거 트라우마와 기억으로 재편된 서사는 영화와는 또 다른 뮤지컬만의 서사로 새롭게 탈바꿈되었다.

    중간 중간 끊임없는 흐름으로 박수를 칠 타이밍이 거의 없이 두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으로 진행됐지만 마지막 관객의 박수는 그만큼 더 크고 진했다.

    ▲ 지난 2월 7일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쇼케이스에서 송화 역의 이자람

    [공연 개요]

    공연명 뮤지컬 서편제
    공연기간 2012.03.02(금) ~ 2012.04.22(일)
    공연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공연시간 화 ~ 금 8시 / 토 3시, 7시 / 일 2시, 6시(월 공연 없음)
    3월 14일, 4월 4일, 4월 11일, 4월 18일(수) 4시 공연 있음
    주요 스태프 작곡 윤일상/ 극본 조광화/ 연출 이지나/ 음악슈퍼바이저 김문정/ 안무 남수정/ 무대 박동우/ 의상 홍미화, 안현주
    출연    이영미, 이자람 ,차지연, 김다현, 한지상, 임병근, 서범석, 양준모, 정영주, 문혜원, 심정완 외
    제작 오넬컴퍼니, 신영이엔씨
    협찬 현대건설, 우리은행
    후원 DAUM
    티켓가격 VIP석 9만원 /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3만원
    입장연령 8세 이상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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