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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내 마음의 풍금』, 아련한 추억과 내밀한 짝사랑에 대한 공감 어린 뮤지컬
    REVIEW/Musical 2011. 8. 16. 12:40

    ▲ 『내 마음의 풍금』 200회 공연 커튼콜 장면(이하 사진 동)

    '내 마음의 풍금'이란 추억의 한 알레고리를 포착한 것이다. 동시에 시대적인 것이며 개인적인 측면으로 소환된다. 떠오르는 이전 이미지일 뿐만 아니라 들려오는 아득한 소리로 감각되는 것이기도 하다.

    크게 홍연과 박봉대 선생의 성장 이야기로 볼 수 있는 『내 마음의 풍금』은 사랑이 처음 오는 순간 다시 오지 않을 순수한 사랑의 한 순간을 잡아낸다.

    성숙해 가는 소녀와 풋내기 모습의 새로 부임한 선생의 짝사랑과 첫사랑, 여기에 삽입되는 곡들은 상황과 간극을 두기보다 이야기 속에 출현하며 캐릭터 자체를 두드러지게 하기보다 그가 담고 있는 순수한 사랑의 이념 꿈의 이상을 표상하는 데 더 큰 기능을 한다.

    반복과 변주는 기본적 바탕을 이루지만 클라이맥스와 함께 명확한 끝을 지정하기보다 인물의 내면의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여운의 상태에서 현재의 상황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한다. 이른바 길지 않은 곡, 끝맺음이 없는 듯한 곡, 흥얼거리는 기본 악구의 자취가 아련해지며 다음 곡으로 이어지는 약한 이음매, 그렇지만 뭔가 아련한 느낌을 선사하는 구성을 만든다.


    박 선생이 홍연을 사랑 주체로서 눈을 뜨이게 만들었다면 홍연은 선생님의 사랑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으로 가져오며 현실로 다시 발을 디딜 수 있는 힘을 준다.

    선생님이 보는 일기는 일종의 선생님을 품은 홍연의 마음이 담긴 편지와도 같고 선생님은 초자아적 대상이 아닌 그녀에게 답변을 줄 수 있는 친밀한 관계 형성의 측면을 가져가게 된다.

    선생님으로 인한 사랑은 (선생님의) 다른 사랑의 촉발로 인해 슬픔에 젖지만, 그 다른 사랑이 슬픔에 젖으면서 둘의 상황은 묘하게 일치되게 된다. 경어가 아닌 문장을 교정해주는 것으로 어설픈 선생 흉내와 독특한 억양을 드러내는 박봉대의 모습에서 성립되던 어른과 아이의 경계는 선생과 홍연의 허한 마음을 서로 주고받는 동안 경어로 질문하게 하며 빈자리를 하나의 연인으로서의 대상으로 치환하게 하는 홍연의 낭만적인 정서는 둘의 관계를 어떤 금기를 넘어선 사랑의 알레고리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그 사람이 있었던 봄만이 나에겐 의미 있는 봄, 곧 봄이었다는 가사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반면 『내 마음의 풍금』은 봄에 겨울을 거친 곧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성장 내지는 성숙의 시간을 거침으로써 온 꿈의 실현의 순간을 또 봄에 투영시킨다.


    이 작품은 판타지와 꿈에 대한 향수를 전제하고 있다. 선생님이 양호 선생과 함께 수업을 치루는 것을 재현하면서 이것이 홍연의 상상 속에 일어나는 것처럼 펼쳐지고 또 그것을 홀연 깨듯 선생님과 홍연이 대화하는 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현실로서 판타지, 판타지로서 현실의 측면을 구가하는 것이고, 둘의 경계에서 묘하게 진동하는 것에 가깝다.

    아가씨란 말과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나이가 어디 정해져 있으련만 그러한 순간을 기다리고 또 그 순간이 왔을 때 벅찰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의 순간에서만 오롯이 존재할 수 있고 그러한 순간을 다루는 게 바로 이 뮤지컬의 매력이다. 그래서 유치하지도 않고 내적이면서 또 공감의 요소를 띠게 된다.

    p.s. 도시에서 온 박봉대 선생과 부잣집 부모를 둔 양수정 선생, 곧 모더니티 주체성을 가진 둘은 이 시골이라는 공간에서 두 가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직면하는데, 하나는 소풍에 와서 닭을 조리된 음식 대신 가져와 잡으려는 모습, 칼을 들고 닭을 배려는 홍연의 모습과 단지 풍금을 알려주던 것이었는데 사귄다는 안 좋은 풍문이 퍼져나간 소문의 진득한 네트워크 관계성이 그것이다.

    [공연 개요]
    공 연 명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공연장소 호암아트홀
    공연기간 2011년 07월 16일(토) ~ 2011년 08월 28일(일)
    주요스탭 프로듀서 정재옥, 김종헌
    극작 이희준 / 작곡 김문정, 최주영 / 연출 오만석
    출 연 팀 / 김승대 / 정운선 / 최주리 / 선우 / 서영 / 김재만 / 이건영 / 이수빈 외
    제 작 ㈜크레디아아트프로젝트
    티켓가격 R석 60,000원 / S석 40,000원
    공연문의 02-744-2588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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