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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럽과 춤이 만나다 <디스코버스1.5> 리뷰 : '관객들의 열기와 춤의 접점'
    REVIEW/Dance 2012. 5. 21. 12:01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디제잉을 하는 (사진 왼쪽) 이루다, 김주헌

    지난 18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디스코버스1.5가 열렸다. 디스코버스1.5는 지난 3월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첫 번째 디스코버스의 두 번째 무대를 열기 전에 공연과 파티의 접점을 찾고자 시도하는 일종의 보너스 판, 내지 번외편의 성격으로 열렸다.

    일렉트로닉 음악 코드를 배경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의 솔리스트 한서혜부터, 국립무용단 <춤, 춘향>의 주역 장혜림 외 이루다, 정혜민, 모지민, 이선태, 김수범, 이정인, 김주헌 등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까지 장르를 불문한 현재 활발히 무용계에서 활동하는 9명의 젊은 무용가들이 무대에 올랐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뮤지컬배우 모지민

    디스코버스1.5의 포문을 연 모지민은 독특한 헤어 및 의상을 하고 립싱크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이 상기시키는 어떤 특정한 이미지에 자신의 공연을 부착시켰다. 노래를 전유하며 노래에 부가되는 공백의 목소리가 갖는 이질적인 신체는 시간의 늘어뜨림 곧 자극적인 것에 결부되는 어떤 지루함의 양태를 만들었는데, 이는 거꾸로 어떤 기대감, 몸 자체에 대한 집중이기도 했다.

    그가 손짓을 관객에게 발사할 때 터져 나오는 환호성은 일종의 트랜스젠더 록 스타, 가령 <헤드윅>의 ‘한셀’에 들어맞는 역할,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인 하나의 록 공연장의 가상계를 형성했다. 이러한 변신의 장이 어떤 말없이 특별한 몸짓 없이 형성됐다. 크게 집중하지 않는 현장 방만하게 몸짓들을 투여하며.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김수범

    김수범은 네모난 빛나는 정육면체를 쓴 사람으로 변모해, 관객석에 난입하며 얼굴을 부각시키고 또 동시에 지우고, 번쩍이는 사유(두뇌)를 생성하며 또 그 작동을 멎게 하는 기괴한 정체성으로서 무대를 채웠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공연을 보며 동시에 춤추는 관객들의 모습

    디스코버스1.5는 전체적으로 관객이 스테이지를 온전히 점령한 채 퍼포머들이 그 군중의 물살을 가로지르고 타는 식의 물살 가르기, 흐름 타기 같은 유동적이고도 급박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곧 땅(stage)은 바닥이 아닌 거칠고도 빽빽한 관중인 셈이었고 이것보다 약간 높은 연단stage에 오른 무용수, 그리고 이 밑으로 하강하며 군중 속으로 사라짐과 뒤섞음을 실천하는 무용수는 이 환호성과 함께 위로 치솟는 에너지의 붕 뜬 가상의 평면에 몸을 실어야 했다. 이는 무대와 관객이 분리된 무대에서는 다른 형국으로 이 무대들이 진행됨을 의미한다. 엄밀히 말해 음악이 다르고 춤 역시 달라졌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이루다

    디제이로서 음악 자체에 뒤섞여 있는 이루다는 이 음악의 다룸에서 벗어나서 음악에 동화되기로 나아가며 그 속에서 고개를 꺾으며 몸을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유체 이탈 같은 경험을 만들었다.

    이 군중 속에 춤은 물 위에 떨어뜨린 잉크 같이 경계선을 뚜렷하게 획정할 수 없는, 곧 예측 불가능한 흐름 속에 분명한 한 지점을 불투명하게 떨어뜨렸다. 이 안에서 무엇이 형성되는지는 가령 춤을 직접적으로 그 무용수와 동화되어 내지는 대응하며 춤을 추는 이의 직접적인 감각으로 소급된다.

    이는 춤과 신체의 확장으로도 볼 수 있었다. 반면 춤을 추는 이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 춤 역시 사라졌다. 진정 춤이 하나의 순간일 수 있음을 현 순간에 대한 집중(순간을 즐겨라)과 또한 망각(이 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자)으로 디스코버스1.5는 역설적으로 실천했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김주헌김주헌 역시 디제이를 하다 춤을 췄는데 이 춤은 어떤 전형적인 것이었다. 테크토닉 같은 장르적인 전유, 가장 음악에 최적화된 경로의 움직임, 음악과 빠르게 동기화되며 빠르게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모지민모지민은 김주헌과의 합동 무대에서 한 번 더 어떤 남성과 여성이 애매모호한 경계에 있는, 트랜스젠더에 가까운 기호들을 의도적으로 강하게 드러냈다. 또한 피에로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는 클럽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형성될 수 있는, 이 클럽 자체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로써 또한 가시적이고 외면적인 모습 그 자체만으로 형성되는, 가령 우리가 이것을 어딘가에서 보고 있다는 기시감을 통해 하나의 가상적 재현이 되는 무화됨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정혜민정혜민은 평소의 안무 감각과 이 군중 속에서의 활달함과 활기의 대기에 어떤 시차를 형성했다. 가령 춤을 추다 멈춤, 곧 다른 춤의 경로를 탐색하며 경계에서 나아가는 지점에서 멈춤의 순간. 이 끊임없는, 계속 자극의 지점을 치환하며 계속 진행시켜야만 하는 이 군중의 대기에서 춤의 사유의 공간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작은 시차가 무대에 대한 재현과 무대를 지우는 이 군중 속의 무대와의 현동화 사이에서 빚는 간극이기도 했다. 한편 어떤 매혹은 이 클럽을 전유하는 데서 빚어지는 것이라기보다 그녀의 춤 자체에서 순수하게 출현하는 것에 가까웠다.

    디스코버스1.5는 전체적으로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무엇보다 유혹하는, 유혹의 징후들을 발산하는 이 자신을 특별하게 드러내는, 하지만 그 특별함이 어떤 하나의 스타일 속에서 실천되는, 자신을 ‘전시가치’(Ausstellungswert)로서 드러내는 이 ‘밤 공간’, 클럽이라는 시간에서 나오는 ‘사교계의 특정 기호들’을 어느 정도 (관객으로부터) 잠재했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이선태

    이는 자연스레 상의를 벗게 되는 이정인이나 이선태의 경우에도 알 수 있다. 이 클럽의 열기는 일종의 사람들이 밀집함으로써 술을 마심으로써 직접적인 영향 관계 아래 일어나는 것이면서 동시에 극도의 뜨거운 분위기에 대한 연출에서 심미화의 과정으로 상의 벗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이정인(사진 오른쪽)

    이정인은 게스트를 대동했는데, 두 남자는 특별한 우정을 전제한 그리고 각각의 개성을 강조하는 역할 되기의 실천 속에 이정인의 파트너는 활발함과 엉뚱함 내지 시치미를 떼는 듯한 태도의 대조를 가져갔다. 이 시치미는 둘의 모종의 관계가 전제되어 있고 이 활발함의 대척점에서 출현할 것임을 예고한다. 음악을 수신호로 잘라 쓰며 리듬을 타는 식의 행동, 거친 열정과 땀의 서사를 쓰는 이정인이 그에 매우 대조됐다.
    분위기의 엎치락뒤치락함은 이 둘의 관계의 평면을 그 중간에서 엇갈리도록 설정한 데서 비롯된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장혜림

    장혜림은 한국춤의 단단한 몸의 체계가 이 붙잡을 수 없는, 고정되지 않는 음악, 빠르고 전형적이며 또한 비예측적으로 형성되는 박자, 관중의 환호성 속에서도 드러냈는데 트랜스로 상승하는 음악의 향연에 매우 분절적이고 작은 단위로 움직임을 쪼개고 그 박자 가운데 호흡을 가다듬고 멈췄다.

    다시 작은 단위로 움직임을 이어감으로써 이 트랜스를 매우 감질나게 끌어갔다. 흥이 나는 건 관객이고 이를 파열시키는 게 언뜻 무용수일 것 같지만, 실은 이 파열은 음악에 완전히 전염되지 않고 그의 작은‧적은 몸짓에 전염되게 하는 자에 따른 관객의 경험의 몫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려줬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한서혜

    한서혜는 유혹의 제스처를 잘 보여줬다. 이는 일종의 도도함과 도발의 행동이었는데 비좁고 작은 연단 위에서 디제이 부스에 손을 얹고 관객을 등지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듦, 거기에 고개를 치켜 올린 채, 이는 도발의 제스처이자 도도함의 표징이었다.

    이 매혹의 제스처가 갖는 함의는 실상 발레 바에 손을 얹고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에 대한 자기 패러디에서 시작해, 오히려 보여주지 않음으로서의 보여줌을 구현하며 성적인 매혹 너머 발레리나에 대한 기표들을 전복하는 것이기도 했다.

    어디서 한서혜의 이런 연기를 볼 것인가, 가령 고전 레퍼토리의 역할로 소급되는 연기와 역할이 아닌 한서혜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역할의 매력을 가상화‧가시화하는 ‘한서혜’는 이미 발레리나를 넘어 스스로에 대한 자기 확장과 과감한 도발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의 커튼콜 장면

    디스코버스1.5는 가상화, 군중에의 동화와 군중으로부터의 도발,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유혹의 기호들의 잠재적인 발산이라는 시공간적 특성 아래 무대가 갖지 못하는 다른 것들의 기호와 징후들을 만들어냈다.
    무대와 관객이 구분된 형태의 첫 번째 디스코버스와 달리 디스코버스1.5는 관객들과 섞여 관객으로부터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 5월 18일 레벨 라운지& 클럽에서 열린 디스코버스1.5에서, 디제잉을 하는 이루다

    클럽과 클럽의 음악, 열광과 도취의 분위기, 그리고 이 공간에서 가능한 상상은 기존의 무대의 조건을 벗어난 또 다른 무대의 경계에서의 춤을 시험하고 또 가능케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공연 개요]

    ■ 공연명: DISCOBUS1.5
    ■ 일  시: 2012년 5월 18일(금) 23:30 - 04:00
    ■ 장  소: 레벨 라운지 & 클럽 (서울 강남구 논현동 97번지/ 도산대로 사거리)
    ■ 입장료: 20,000원 (1 Free Drink 포함) ※ 공연 장소의 특성 상 공연은 스탠딩으로 진행(일부 좌석 마련)
    ■ 관람연령: 만 19세 이상(클럽 입장 가능 연령 기준)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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