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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 발레와 대별되는 사실적 드라마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리뷰
    REVIEW/Dance 2012. 7. 12. 13:13

    사실적이고 자연스레 있는 현실로의 가교

    ▲ 케네스 맥밀란 안무, 유니버설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이하 상동)

    입체주의적인 그림의 막, 무대 배경의 어둠은 과거와의 시차를 이루며 이 그림 안 현실에 극을 편입케 하는 유리한 기제로 작용한다. 무대 중앙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걸음은 현실의 그림 안에서 걸어 나오는, 그야말로 자연스런 그 일부로서의 출현이다.

    여기에 광주리를 맨 여자들을 비롯하여 무대는 질서 없이 채워져 짜인 무대가 아니라 세계 그 자체의 모습을 반영한다. 이는 중간 중간 무대 전환 이후 등장하는 인물들의 구성과 연기에서도 이어졌다.

    케네스 맥밀란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이러한 사실적인 장면들은 어떤 급격함이나 고난이도 테크닉이 그러한 몰입을 심히 강요하지 않는다. 이 세계를 시대의 시차가 있는 우리네 모습인 것이다.

    이는 상투적 익숙함을 체감할 새도 없이 그 당시 현실의 환영으로 공연은 관객을 이끈다. 동화되지 않아도 이는 특별히 구성되는 순간들의 지점과 움직임 자체의 절대 완벽에 대한 도취가 감상을 적극 이끄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물론 이는 고난이도 테크닉이 사용되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그것들이 배경과 맞물려 잘 뒤섞인다는 것을 말한다.

    칼싸움이 단체로 일어나고 음악의 동기화를 이용해 그리고 일사 분란하지만 동시에 다소 어정쩡해 보이는 안무의 유격이 색색의 점들로 (마치 점묘법처럼) 무대를 구성한다. 이러한 결코 혼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집중을 갖게 한다. 앞서 고난이도의 집중의 강요 대신에 음악이 심상치 않게 짙어지고 두 진영은 벌려선 채 무대 중앙에서 베로나의 집권자 에스카루스가 등장하며 중재하자 이들은 칼을 버리고 침묵한다.

    또한 이와 같은 사실적 풍경은 군무 신에서 집약되어 보이게 된다. 전체적으로 '군무와 파드되의 오고 감이, 채움과 비움, 방만한 집중의 즐거움과 내밀한 집중의 슬픔의 상반됨의 대비로 나타나며 무대는 계속해서 변전'하게 된다.

    백지와 같은 줄리엣, 사랑의 짜릿한 순간을 감각하기

    극의 전환과 줄리엣과 유모와의 무대, 곧 줄리엣의 침실 신에서 줄리엣은 그저 순수한 아이 같았다. 비극의 암시를 전연 주지 않는다.

    얼굴의 반절만 가린 검은 마스크를 쓰고 추는, 서로 간의 상응 관계가 잘 드러나는 세 남자들의 춤은 조금 독특했다. 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 무도회장은 그들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 주파수가 맞춰졌고, 줄리엣(김나은)과 로미오(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마치 자궁과 같은 편안한 울타리에서 천진난만하게 사랑을 누비는 모습이었다. 급격한 파도의 파국 같은 멜로디가 밀려오자 이들을 제외한 모두의 춤이 일사분란하게 그 위용을 드러낸다. 어쩌면 이는 (바깥) 세계를 조우한 것일 수 있다. 이는 이 둘의 순진한 모습에서 확연하게 눈에 띄는 부분이다. 전통 악기의 무대 위 라이브 연주가 뒤따르고 여기에 동기화되는 몸짓은 그 소소함의 얕고 작은 소리에 힘입어 살포시 무대에 안착하게 된다. 이어진 줄리엣의 춤은 한결 더 단단해지고 돋보이는 모습이다.

    너무 해맑지 않나 하는 생각은 이는 비극에서 극명한 대비를 주기 위한 전략적 선행인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 천진난만함은 ‘빛’의 밝힘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이 자연스런 진행 뒤에 줄리엣 역 김나은의 열연의 연기는 더 내밀하고 또 단단해 보인다. 이 만남은 달콤했지만 매우 짧았다. 오히려 이 높은 극이 금방의 막의 전환까지 벌어진 일종의 소극 같은 인상을 줬고, 그 짧음으로 인해 현실의 환영을 보는 느낌이었다.

    줄리엣이 자신의 집 아틀리에에서 달빛을 쐴 때 이 은은한 달빛은 하프로 채색됐다. 그리고 짜릿한 두 번째 만남이 시작된다. 이 가없는 층위는 밀착이 아닌 서로를 벗어남(의 유희)과  그 벌어짐의 멈춘 듯한 시간성, 그리고 정작 밀착됐을 때는 리프트 동작에서 이 온 몸이 빛 자체로 산화하며 하나의 완전함으로 빛남이 관객에게 수여된다.

    이 멀어짐은 키스 이후로 최고조에 이른다. 곧 은밀한 키스의 새로움(이것은 결코 낡은 것일 수 없다)이 주는 화끈거림과 부분 신체의 감각이 주체할 수 없이 신체의 마비로 향하는 경험이다. 이는 다시 다른 세계에서의 공명을 통해서 온 몸의 감각이 감응하는 가운데, 곧 사랑으로 번져가는 가운데 다시 달빛을 쐬던 자신의 흔적들이 있던 집으로 돌아옴으로써 더 극진해진다.

    그리고 그 눈은 그대를 이 화끈거림, 주체할 수 없음의 자신을 일단 진정시키고 그대를 마주할 수 있게 되며 또 이로써 상대를 향해 손을 마치 반사적으로 뻗을 수 있고, 그리고 비슷한 감각 반응들과 함께 로미오 역시 그녀에게 손을 뻗는 것이고, 이 조금의 손과 손 사이의 거리가 매우 이 사랑을 더 불타오르게 한다.

    낭만 시선과 애도의 슬픔이 교차하다

    줄리엣 없는 무도회는 조금 경박하게 보인다. 이 둘의 낭만이 계속 흐르지 않는 현실은 공허함이 깃든다. 둘의 내밀함의 강도가 사교회장, 곧 사교계의 휘발성의 기호들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너지는 오히려 로미오 스스로가 피워 올림에서 시작된다. 힘찬 약동으로. 그러자 우왕좌왕 다른 이들도 그를 흉내 내듯 잠시 춤춘다. 또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다소 과장된 몸짓들을 선보인다. 이 엉뚱한 몸짓들이 로미오의 마음을 다소 누그러뜨린다. 수술들을 전체 몸에 덮어 동물 같은 의상의 무용수들은 이 우스꽝스러움의 기호를 더욱 과장하여 끌어올린다.

    이막은 1막의 초입처럼 부산스러운 베로나의 광장을 묘사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어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성당에서의 비밀 결혼식과 티보트와 머큐쇼의 싸움까지 대개의 장들은 짧게 순간으로 지나간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식에서의 입맞춤은 앞선 감흥의 되먹임(에 대한 갈망)이다. 또한 그 일체의 진동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펼쳐진 무대의 감각은 한없는 표현의 기쁨으로 피어오르며 짧은 안무로, 순간적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여기에 다시 캐플릿 가와 몬테큐 가의 싸움이 벌어진다. 티볼트와 머큐쇼의 싸움에서 동요하는 군중은 이 둘의 긴장된 싸움과 극단의 대비를 이룬다. 이 극도의 긴장에 이들은 정적으로 멎어 있고, 무기력하게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 싸움의 비극의 진정한 암시는 오히려 이 동요 없음의 단단한 긴장의 은근함으로 오히려 알 수 없는 상처와 무의식으로 흘러간다.

    티볼트와 머큐쇼의 곧 뒤따르는 죽음의 연속은 슬픔의 발산대신 완전히 가시화될 수 없음의 불투명성을 가운데 모여드는 이들의 온 몸에 얕게 투영한다.
    오히려 슬픔은 이로 인해 주체가 되는 게 너를 떠나보내지 않았음의 애도를, 이 군중 주체 가운데 거의 캐플릿 부인의 광기로 맺어진다. 여기 음악은 뇌리를 강타한다. 이 지점은 비극의 극명한 첫 번째 순간이기도 하다.

    마이요와 맥밀란의 차이?

    아무래도 프로코피에프(Serge Prokofiev)의 동일 음악을 사용한 장-크리스토프 마이요(Jean-Christophe Maillot) 안무 작품,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과의 비교 감상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둘의 입맞춤의 경우 왠지 그 부분 신체 감각의 감응이 김주원의 경우에는 키스를 할 때 눈을 감고 상대방을 향해 고개를 꺾어 몸의 굴곡을 드러내고, 신체 전체로 그 느낌을 확대시켰다(마찬가지로 김지영의 경우도).

    하지만 이번 키스는 더 은밀하고 촉각적이었다. 침대의 위치가 다르다는 점도 비교 지점을 생성했다. 국립발레단의 경우에서처럼 가가 아닌 중앙으로 달리 침대가 위치해 그 깊이의 차가 느껴졌다.
    케네스 맥밀란의 안무와 유니버설발레단의 조합의 공연에서 안무는 무대와 어우러져 사실적인 특성을 갖지만 실재real의 감각은 물론 국립발레단과 다른 차이가 있는 것이다.

    토슈즈를 맨발의 김주원‧김지영과는 달리 침대 신에서 김나은의 토슈즈를 신고 있음은 오히려 사실성을 어느 정도는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는 듯싶다. 이에 비해 맨발은 환영적이면서 동시에 관능미가 겹쳐지기도 하는 순간이었고, 텅 빔의 무대에서 그것과 맞닿는 진동의 자장으로 분명 존재했었다(이는 표현의 깊은 층위이다). 

    또한 김나은이 연기한 줄리엣의 표정은 한결 더 여리고 순수하다. 이는 연약함에 가까운 순수이다(무용수로 소급해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인가에 대한 물음이 이를 가로지르지만 전체적인 안무의 구성의 차이로 시선을 옮기는 게 맞을 듯하다). 국립발레단의 무대가 추상표현주의라면 유니버설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사실주의적이다. 그 시간의 사용이나 표현의 층위 역시.

    그리고 여기 맞춰 줄리엣 김나은은 매우 디테일하게 표정과 몸짓을, 그 현실의 비극성을 드러내야 한다. 이 사랑의 좌절에 따른 한거하는 날 선 모습, 말 못하게 애원함의 모습 등의 변전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흘러간다.

    줄리엣(김나은)의 현존

    무대 중앙에 침대, 닫힌 막의 현실 그 프레임은 이 출구 없는 사랑을 체현하고 있다. 줄리엣은 자살을 위장하는 약을 입에 대기까지 망설이는 갈등의 틈에서 부유하다 마시게 되는데 여기 흔들리는, 그러나 진짜 줄리엣의 현존이 있다. 스스로의 결단에 이르기까지 그 공포와 대면하며 존재하는 줄리엣.

    이 실존적 주체의 잔상 뒤에 시종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모습으로 요정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비극의 본격적인 암시를 은폐하는 환영적 기제라 할까. 매우 생경한 순간이다.

    줄리엣은 기절한 모습을 유지하며, 그것을 부둥켜안고 끌어 올리는 로미오의 모습에서 안무는 역동적인 편이다. 물론 실질적으로 그 안무는 끊임없는 미끄러짐으로 완성될 수 없음의 구문을 쓰는 것으로서의 완성이기는 하지만.

    줄리엣이 약에서 깨어 로미오의 죽음을 마주하고 슬픔을 드러낼 때 음악은 잠시 정적 같은 고요로 발현된다. 그녀는 입을 한껏 벌리고 이 울음을 최대치의 흡입과 동시에 발산되지 않음의 숨으로, 그 사이에서 멈춤으로 진동시켰는데, 이 순간은 애석하게 그를 받쳐줄 음악이 매우 짧았다.

    음악은 물론 정해져 있고(악보가 있고) 안무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거꾸로 그녀는 그 음악이 짧게 느껴질 만큼의 슬픔을 토해 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멈춘 그 표정은 (그 표정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온 몸의 떨림의 안무는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연 개요]

     일  시 : 2012. 7. 7(토) ~ 7. 14(토) / 7일 8회 공연
               (평일) 20:00, (토) 19:30, (일) 15:00    * 7. 14(토) 15:00, 19:30 2회 공연
     장  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구  성 : 3막 13장
     지  휘 : 폴 코넬리 (Paul Connely) /  협  연 :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주  최 : 유니버설발레단
     협  찬 : 세아베스틸, 신영증권, LIG손해보험, 웰메이드인터내셔널
     후  원 : 통일그룹, Daum
     가  격 : VIP석 100,000원┃R석 80,000원┃S석 60,000원┃A석 30,000원┃B석 10,000원
     예  매 : 예술의전당 02-580-1300  www.sacticket.co.kr
    인터파크   1544-1555     http://ticket.interpark.com
    예스24     1544-6399     http://ticket.yes24.com
     할  인 : 각 예매처 할인정보 참조
     소요시간 : 2시간 25분 (인터미션 2회 포함)
     입장연령 : 미취학 아동 입장불가
     단체문의 : 070-7124-1737 (유니버설발레단 홍보마케팅팀)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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