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두 개의 연극을 한 무대에서', <달빛속의 프랭키와 쟈니>와 <콜렉터-그 놈의 초대> 리뷰
    REVIEW/Theater 2012. 7. 23. 05:00

    지난 12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극장에서는 하나의 무대에서 두 공연을 연이어 볼 수 있다.

    2011년 <제 11회 2인극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달빛속의 프랭키와 쟈니>(극단 천지/ 연출 장경욱)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렉터-그 놈의 초대>(극단 마고/ 연출 장용휘)가 그 두 공연으로, 인터미션까지 135분 여 정도다.

    <콜렉터-그 놈의 초대> : 꽤나 실제 같은 무서운 현장에서 시작하다

    지난 12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극장에서 열린 <콜렉터-그 놈의 초대> 프레스콜 현장 (이하 상동)

    우선 <콜렉터-그 놈의 초대>는 영국의 원로 작가 존 파울즈의 처녀작이자 연극 <마린다>의 전신이 된 <콜렉터>를 새롭게 번안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시작은 싸이코패스의 본성과 만나는 두려움을 안긴다. 사실 이는 매우 좁은 소극장 무대에서 가까운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가운데, 너무 사실적이라는 것에서 위험성이 느껴진다. 이 부분은 실제 사건이 현장에서 벌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그 리얼함이 현실을 보는 것 같다는 뜻이다.

    즉 이 실제적인 측면의 현장이 지금 벌어짐은 하나의 시각적 스펙터클 그 자체로 소구되고 말 가능성이 있다. 곧 그것을 실제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임에도 자극의 측면이 크고, 이 끔찍한 현실 앞에서 단지 구경만을 하고 있어야 하는, 그래서 이 당하는 자와 가해하는 자의 균형점을 찾는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보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무력하게 지켜봐야만 하는, 그러한 자극이 어떤 사유 자체를 뒤덮을 수 있는 공산이 크다.

    반면 이 작품의 근저에는 조금 더 흥미롭게 이 두 남녀의 관계를 조망함을 의도하고 있고, 이 관계 속에 둘의 숨겨진 내면과 사회와의 역학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앞서 말한 끔찍함은 어떤 묘사의 측면 그리고 그것의 전이 효과의 부분만을 가리킨다.

    곧 여자는 명망 있는 정신과 전문의로, 이 싸이코패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몰입의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더 정확히는 그 환경에 맞춰 은연 중에 그 행동에 대한 명령과 지시를 수행할 수 있는 위치를 점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심리 탐방'을 통해 드러나는 바는 폭력의 순환 고리, 그 대물림 효과 내지는 그것을 막음으로써 생기는 트라우마 효과들이다.

    전자인 택시기사의 경우 아버지에게 폭력을 받았던 기억을 자신도 미처 사유하지 못한 채 생생한 장면 그 자체로 가지고 있었음이 그의 무의식 그대로 재현되는 현장이 펼쳐진다.

    후자인 여자의 경우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했던 기억의 끔찍함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의 사유 아래 잠금해 놓지만 이는 남들에게 행하는 것과 달리 치료할 수 없는 것으로 유예되고 은폐되어 있는 형국이다.

    이 둘은 어쩌면 그 폭력의 고리에 묶여 있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이 둘에게서 관객은 슬픈 과거를 지닌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찾게 된다. 반면 이 상처의 흔적은 표현됨으로써 일시적으로 해소될 뿐, 더 정확히는 표현될 수밖에 없는 국면을 만나게 되는 것에 불과할 뿐, 이 상처는 이 둘 모두 서로의 존재를 포함해 누군가에 의해 목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곧 이 둘의 행위는 서로를 서로에게 내어 준다는 측면보다는 서로 감춰진 부분들을 확인해 자신의 감추어둔 부분을 꺼낼 수 있는 잠재적인 조건을 형성하는 것에 불과하다.

    여자가 마지막에 남자에게서 은밀하고도 과감하게 탈출함은, 그 (스포일러 차원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하나의 무서운 결말은 여자가 다시 합리적인 자신의 사유가 곧 직업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정신과 전문의의 자리로 봉합하기 위한 것에서 치러진 것인 동시에, 이 목격되어서는 안 되는 과거를 지닌 유일한 남자에게서 탈출은 불가피했던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달빛속의 프랭키와 쟈니> : '평범한 두 남녀의 사랑이 서로에게 스미는 순간'

    지난 12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극장에서 열린 <달빛속의 프랭키와 쟈니> 프레스콜 현장 (이하 상동)

    남녀는 어둠 속에서 섹스를 하며 극은 시작된다. 이는 소리로만 표현되는데 어둠은 이 둘의 강렬한 본능적 욕구를 성립시킨다면, 빛은 이 어둠 속 도취를 연장시키고자 하는 남자의 욕구로 확장·변환되지만 여자에게는 한없는 부끄러움을 안긴다.

    남자는 거의 찬미적인 수준으로 여자와의 새로운 관계를 시적으로 일컫는다. 새로운 감각에 맞잡은 손으로 현재의 세계를 쓰고자 하고 새로운 관계의 장을 열고자 한다. 이 현 순간과 그것의 지속과 확대는 운명에 대한 강한 애정에 근거하고, 동시에 그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과 새로운 만남에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래(未來)는 한정 지을 수 없는, 도달할 수 없는 깊이로 생성되는 것이다. 다만 이 추정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에서 새로운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여자에게는 남자와 달리 매우 부담스럽고 불안한 순간이다. 여자는 이 일시적인 하나의 순간이 끝까지 갈 수 있는 어떤 인내나 책임과는 별개의 문제라 생각한다.

    <달빛속의 프랭키와 쟈니>는 남녀 관계에 있어 서로에 대한 심리를 매우 치밀하고 촘촘하게 끝까지 끌고 간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으로 두 인물과 그 관계를 조명하는, 아주 생생한 드라마다.

    여자는 한편 자신을 양파처럼 까고 또 까면 그 본질이 드러나고 그 본질에서 끝을 맺을 것이라는, 자신의 매력을 너무 높게만 평가하는 것 같은 남자의 생각에 두려움을 품고 있다. 반면 이 남자는 멋 모르게 서로의 길을 갈 것을 어떤 꿈의 세계, 생성의 바다로 장밋빛 미래로만 여기고 있다.

    한 쪽은 답답해 보이고 한 쪽은 너무 낭만에만 치우쳐 보인다.

    이 둘을 라디오 매체가 매개하며 따스한 목소리를 더하고 있는데, 이는 남자가 여자를 위한 선곡을 부탁하자 이 낭만적인 두 남녀의 관계를 축복하기 위해 라디오 디제이가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틀어주고 여기서 '별이 빛나는 둘만의 밤'이 만들어지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이 음악과 라디오 디제이의 멘트들이 이 현실을 실제적으로 포개어 간다.

    <달빛속의 프랭키와 쟈니>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흥행작가 테렌스 맥넬리의 작품으로, 1991년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는 작품이다. 두 남녀의 은근한 지속 속에 끈끈한 관계, 라디오 디제이의 따스한 시선의 중첩, 음악이 실제 변주하는 현실의 관계 등 공감 가는 원작과 함께 배우들의 무르익은 연기가 만나 매우 수작이 탄생했다.

    [공연개요]
    일정  2012년 7월 12일 ~ 7월 29일 (평일 오후8시/ 토3시,7시/ 일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설치극장 정미소극장
    주최  극단 천지, 극단 마고     
    주관  문화기획 연, 창작공연예술연구소
    후원  수원여자대학교
    연출  장경욱, 장용휘
    출연  전지석, 신서진, 심완준, 김은아
    예매  인터파크 (관람등급 15세 이상)
    티켓  일반 30,000원 학생 20,000원
    문의  02)533-6736 (문화기획 연)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