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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그 집 여자> 리뷰 : '폭력의 일상이 갖는 함의'
    REVIEW/Theater 2013. 3. 13. 01:20


    ▲ 연극 <그 집 여자> 프레스콜 장면(이하 상동)


    사실적인 무대, 더 정확히는 사실인 무대에 달뜬 시어머니와 뭘 자꾸 숨기고 감추는 며느리를 맡아 두 명의 배우가 열연한다. 딸의 수련회에 함께 할 시어머니의 짐을 싸며 떠나기 전에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대화와 사건이 곧 이 연극의 다다. 진행되는 과정은 이른바 실제 시간의 흐름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완전히 가까워질 수 없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어색함 정도로 여겼던(사실 그래서 꽤나 집중할 수 없었던 극은), 한 명은 조증에 한 명은 울증으로 생각되던 두 사람 사이는 실은 남편에게서 기인하는 폭력의 고리가 연결한 드러낼 수 없던 진실의 배면이 있었던 셈인데,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의심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정적의 분기점 이후인 중반 정도 이후부터 극은 서서히 폭발한다.

     

    아버지의 폭력에 못 이겨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부채 의식은 거꾸로 이 폭력으로 자신의 아내를 다스리는 아들에 대한 용인으로 드러난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다’는 폭력의 단순 법칙에 희생당하는 두 여성은 다시 자식을 향해 인생의 몫 전부를 양보하는 또 다른 스스로의 희생의 선택과 결부되는 가운데 첨예한 입장 차를 낳는다.

     

    곧 어머니는 아들의 폭력의 고리를 극단적으로 단절하려는 며느리의 행위에 어떻게든 제동을 걸려는 안쓰럽다기보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간다.

     

    ‘배우는 철저히 한정된다’는 연극의 법칙에 따라 결국 죽어야(죽여야) 할 남자는 등장 않고 두 여성에 한정된 여성들(?)의 이야기로 엮어지며 극은 고전적이면서도 현재진행중인 가정 내 여성이 당하는 폭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듯도 보인다.

     

    하지만 폭력을 어떻게든 끊으려는 여자의 극단적 선택과 아들에 대한 맹목적 사랑의 어머니의 행동이 비교되는 가운데 폭력의 유착 고리가 가령 내 자식과 그와 결부되는 다른 타자의 두 다른 생명의 경중이라는 확고한 의식이 갖는 이데올로기의 답습으로 향하는 가운데 극은 한층 복잡해진다.

     

    며느리의 확고한 의지에는 이른바 폭력과 싸우는 대신 단지 도망가는 데 불과했던(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자체의 비극성을 띠며) 어머니의 폭력의 유예가 일종의 장애물로 계속 작용하며 이 끝낼 수 없는 현실의 불순한 비극의 점도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폭력에 시달리며 그 출구를 단 한 번의 신성한 폭력의 카니발 아래 무화시키고자 한 며느리의 행위는 역설적으로 이 시어머니의 우스꽝스러운 만류와 비열한 계책들에 의해 무마되고 마는 가운데 그 차분한 냉정함을 깨뜨리며 앞선 폭발을 아니 결코 폭발하지 않고 끝났을 그녀의 쌓인 감정의 표출을 유도해 낸다.

     


    그래서 이 수없이 여자의 상상 속에서 죽어 나갔을 남편에 대한 직접적인 살인의 준비는 아마도 이번에도 무위에 그쳤을 공산이 크다. 이는 이 여자의 죄가 없음이 그녀가 참았던 수많은 나날들 외에도 실제적으로도 성립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결코 이 착한 여자가 죄를 범하게 되는 것을 맞게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


    어쨌거나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괴물이 된 며느리와 괴물 앞에서 그 폭력을 자연 수용하게 된 어머니 사이에서 또 다른 출구는 제시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연극이 갖는 극적인 지점이자 연극이라는 매체의 특성일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다시 둘만이 등장할 것을 관객들이 잠재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을 전제하며 만약 영화로 이 희곡이 표현됐다면 여자의 두 폭력의 경험은 거친 카메라 워킹과 어두운 화면 빛 아래 괴물 같은 남자의 역시 거친 폭력으로 끊임없이 플래시백으로 잡혔을 것이다. 그리고 상상으로든 또 다른 예고된 결말로서 여자의 남자의 죽임은 반드시 성립하지 않았을까(엔딩 타이틀이 넘어가며 블랙 아웃된 이후에 덧붙여진 결말 형식으로라도).

     


    연극의 결말은 혼돈의 점증 속에 중단될 수밖에 없는데 이 바뀔 수 없는 공간에 대한 밀도를 높이는 것으로 이 연극 전체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곧 앞선 사실적인 그림이 모순적으로 그 평온함 안의 광기로 단지 심리적으로만 뒤집히며 이 해프닝(?) 같은 사건은 극적 고양과 어두운 침묵으로 사라진다. 상상의 임계점을 충분히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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