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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트래디셔널 교겐』, 의미심장한 일본의 우화
    REVIEW/Theater 2010. 10. 14. 05:56


     『트래디셔널 교겐』은 친근한 이야기들로, 선과 악의 구분이 크지 않은 일종의 우화와 같은 느낌들을 준다.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독특한 발성이 눈에 띄는데, 같은 박자에 음 고저를 달리하는 식으로 문장을 늘리며 호흡의 단위를 정확히 지정해서 그 안에서 발성을 마치 음악처럼 뽑아낸다. 반복된 문장들이 갖는 이질적인 음가 역시 그러한 어조의 리듬을 조종하여 변이하는 데서 나온다.


     첫 번째 이야기, 보시바라(捧縛)는 하인 둘이서 술을 훔쳐 먹는다는 소문을 들은 주인이 하인 둘을 영리하게 속여 묶어놓고 가자 그 둘이 결국 술 창고에서 손과 팔이 묶인 채 우스꽝스런 형세의 절차를 치러 술을 마시고 취하게 되어 돌아온 주인에게 걸리게 되는데, 그 전에 술잔에 비친 주인의 모습을 환영으로 비유하는 과정이 웃음을 준다.


     두 번째, 카와카미(川上)는 굉장한 장님이 지장보살에게 소원을 빌러 가서 겪는 에피소드들로, 참으로․정말 따위의 뜻을 지닌 ‘사테모’(さても) 등의 단어를 반복해서 운율을 얻기도 함을 알 수 있다. 부인과 헤어지기로 약정하고 눈을 뜨게 된 장님은 집에 들어와 아내의 설득에 같이 살기로 하고 다시 장님이 되는데, 여기서 부인 역시 남자 배우가 대신한다.
     눈을 뜨는 것에 경도되어 지팡이를 버렸던 노인이 결국 아내와 운명을 수용하는 쪽으로 급선회해서 다시 지팡이를 버렸던 행동을 반성하는 장면은 인생의 흥망에 대한 풍자 인생에 대한 깊숙한 시선을 담는 부분이었다.


     세 번째, 쿠사비라(茸)에서는 계속 자라는 독버섯(쿠사비라)으로 인해 영험 있는 도사를 불러오지만 주문을 걸수록 종종 걸음으로 걷는 인형 탈을 쓴 배우들이 웅크린 채 독버섯을 표현하고, 그것들이 계속 멈추지 않고 불어나는 이야기의 진행에 의해 생경하면서도 기괴한 느낌을 선사한다.
     
     세 이야기 모두 가벼운 듯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주제들이다. 술을 통해 막고자 해도 가닿는 욕망의 심연, 선으로 상정되어 있지만 기실 메피스토펠레스란 인생을 건 악마와의 계약을 상기시키는 눈을 뜨는 것에 대한 약정, 증식하는 버섯을 통해 감추려 할수록 불어나는 하위 주체의 전복 내지 이름 없는 존재들의 출현이 갖는 혁명성 등이 비쳐진다. 세 번째는 환경오염에 대한 직접적 비유로도 읽힐 수 있는 부분이 크다.
    (->사진 더 보기)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작품 제목 : 트래디셔널 교겐- <보시바리><카와카미><쿠사비라>
    공연 일시 : 2010-09-03 금요일 오후 8시 ~  2010-09-04 토요일 오후 1시 
    공연 장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문의 02)2280-4115~6

    About 교겐
    교겐은 노, 분라쿠, 가부키와 함께 일본의 전통 공연 예술을 대표하며 "편한 마음으로 즐기는 휴먼 코미디 극"으로 불린다. 교겐의 기원은 일본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며 14세기 초반 노와 함께 교토 지역에서 그 상연 형식을 만들어 나갔다. 처음에는 정해진 대본이나 알려진 작가 없이 즉흥성이 강한 극이었고 14세기 중반에 이르러 교겐은 노의 공연 속에서 구성되어 나갔다.

    노가 대부분 다른 세계의 것들이나 영혼, 인간의 죄와 구제 등에 초점을 맞춘 반면 교겐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긍정하고 있다. 14세기에서 15세기 교겐은 연령, 계급, 성별을 뛰어넘어 많은 관중을 매료시켰고 이런 교겐의 인기는 다수의 독립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단순함, 행복한 전개, 낭랑한 발성, 양식적으로 세련된 표현방식, 그리고 짧게 담아낸 상연 시간 등으로 더욱 간결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내용이 되어갔다.

    교겐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대화극으로 대규모의 무대장치 없이 배우는 분장하지 않은 얼굴로 연기하며 때때로 인간 이외의 생물이나 노인, 여성을 연기할 때는 분장을 한다. 소품 역시 최소한으로 해서 하나의 부채가 여러 가지의 동작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교겐이 전적으로 배우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움직임과 대화의 세세한 부분이 엄밀히 정해져 있고 600년의 세월 동안 스승에서 제자에게 전승 되어져 오고 있다. 교겐의 기술은 소리와 몸 양쪽모두가 필요하며 교겐의 힘 있는 표현방식을 유지하기 위하여 매일 매일의 수련이 요구된다.

    현재 교겐은 200개가 넘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예술인 판소리처럼 노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출처 : 국립극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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