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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0/40', 작업의 조건을 내세운 명명, 그리고 각자의 시점으로부터.
    REVIEW/Performance 2014. 6. 4. 00:11

    ‘800/40’은 자기 지시적으로 그들의 작품 세계와 작업 환경을 설명한다. 보증금을 가리키는 이 정직하고도 명확한 (어떤 보편적인 현실까지 포함해 그들의) 현실의 규정의 성격을 띤 명명은 그러한 조건을 환기시키고 또 그 자체를 끊임없이 인정하게 하며 어떤 중독으로 화해 간다. 그건 어느 순간에 ‘팔베개~’ 내지 ‘팔 베게~’ 사십으로 들리기도 한다(그렇다면 ‘살살 다뤄 줘’는 무슨 뜻일까). 


    ‘시점 특정적’이라는 뜻은 도대체 무엇인가. 일전에 서울시립미술관 한 오프닝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구획을 정해놓고 더듬더듬 흠칫흠칫 움직이는 부자연스러운 이동과 리듬, 두더지처럼 고개를 뺐다 들어갔다 하는 단속적인 움직임, 전자 사운드의 믹싱의 결합은 사실상 시점을 특정화할 수 없는 맴돎 내지 끊김이었다. 


    이건 각자의 움직임(안무)이 있고 비선형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뒤섞이는 것으로, 말하자면 그 시점은 관객의 정면성을 상정하는 대신 그것과 만나지 않은 채 배회하는 어떤 이상한 신체들의 각기 다른 시점 그리고 미끄러짐만이 있었던 것이다. ‘장소 특정적’이라고 할 때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것)의 현전성, ‘관객 특정적’이라고 할 때의 (다양한) 관객으로부터 발현되는 참여적·인지적 형태의 예술에서 나아가 이들이 말한 ‘시점’은 그들 각자의 시점이고 이 부조응하는, 단지 각자의 리듬·시선만이 존재하며 그것이 이상한 불협화음의 느슨한 대위법을 이루며 엉클어진 시점(의 미끄러짐과 그것의 기묘한 중독)을 일으킬 때 생산되는 연속된 장면의 감각들이 결국 팔백의 사십이 보여주고 하는 원 장면 같은 무대 아니 동시성의 실시간 라이브 작품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상 이는 프레젠테이션 성격의 자기소개라고 볼 수 있기도 했지만 실은 그것 자체를 예술적 성취의 일환으로 가져가고자 했고 또 여전히 춤과 음악이 있었다는 점에서 평소 그들의 퍼포먼스의 연장이자 팀의 정체성을 명시하는 언표 작용의 동시적 작용이라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대림상가 녹색 테라스에서 천막을 걷어 그들의 작업 공간을 보여주는 커팅 식은 뜸을 들여, 그리고 음악과 움직임을 늘어뜨려 세레모니의 성격을 강조했다. 


    퍼포먼스가 끝났음이 명시된 뒤 자유롭게 가볍게 다과를 즐기다 돌연 작업실 앞에 매트를 치고 배드민턴 시합 경기가 속행됐는데 똑같은 얼굴의 가면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걸 쓰고 여러 명이 한 명을 상대로 배드민턴을 쳤다. 그리고 800/40의 일원은 한 명만 죽어라 응원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관객 한 명의 얼굴을 복제해 둔 이 가면은 시뮬라크럼인 셈인데 그것들이 대량 복제되어 한 사람의 분신 몫을 함으로써 당연히 원본의 아우라를 지우고 아니 이상하게 변형시켜 괴물의 어떤 아우라를 다시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들 작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추후 더 생각할, 판단할 문제다. 관객의 시점을 전유해, 불특정한 시점들의 떠돎을 형상화한다는 것쯤으로 일단은 볼 수 있을까.) 그다음에는 아마 사진을 보자니 김세환 씨의 무릎을 굽혀 조그마한 거리를 시간차로 어정쩡하게 점프해 이동하는 아니 배회하는 이상한 몸짓들을 가지고 놀았던 것으로 보인다.


    800/40은 고정된 멤버가 있는 것 외에도 유닛 형태의 팀을 이뤄 매년 다른 여러 작업을 아우르는 것으로 보인다. 곧 800/40은 두 차례 봤던 퍼포먼스 팀 자체이기도 하고 그 이름이 나타내는 조건 자체를 공유하는 느슨한 연대의 팀(으로의 확장)이기도 하고 이 작업 공간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조금은 상세히 800/40을 알 수 있어서 파티이면서도 꽤 재미있고 유의미했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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