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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ŏnans〉, 라이브니스 안에 산포되는 협업의 형상
    REVIEW/Performance 2021. 7. 22. 08:33

    〈sŏnans〉 포스터

    〈sŏnans〉는 「오이디푸스 왕」 이라는 희곡이 가진 서사 전개는 희미한 가운데, 박한결의 여러 작업자와의 문어발식 네트워크의 실현이 공연을 이룬다. 또한 〈sŏnans〉는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음을 전시하는데, 이러한 현재성의 명백함은 그 중간마다 삽입되는 자막을 통한 주요한 「오이디푸스 왕」의 플롯을 일종의 고정된 뼈대로 지시하는 동시에 그 바깥으로 마구 튀어나오는 자신의 위치를 결정지으며 그 둘의 위계를 전도시켜 버린다. 「오이디푸스 왕」 안의 플롯들은 각 장의 창작자들이 등장하는 시공간 사이의 간주 구간이 된다. 
    실상 이런 어둠 속 자막은 창작자들의 극장 대기 공간에서부터 극장 안으로 그들 한 명 한 명이 등장할 때 카메라로 중계되는 형식인, 각 창작자의 동일한 등장 방식을 통한 환기 방식 속에 일종의 등장이라는 큐에 대립하는 퇴장의 짧은 순간으로 함께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게 극장 안팎을 잇는 등장 장면은 대기 공간에서 호명과 함께 나머지 창작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관중의 자리를 선취하며, 자연스레 극장으로 창작자가 내려온 이후, 극장 안의 토크쇼적인 형식이 이어진다. 여기서 박한결은 사회자로서 관객을 작업과 매개한다. 동시에 박한결은 투명한 매개자로서 자신이 그 작업에서 어떤 개입을 하지 않았음을 내비친다. 

    이러한 시간은 창작자, 곧 박한결의 협업자들의 창작의 결과를 보여주는 시간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자연스레 극의 시간은 현재의 시간으로 단락된다. 또는 재현의 시간을 라이브의 시간이 뚫고 나온다는 착각을 선사한다. 그리고 비로소 이어지는 극은 시현의 성격을 갖게 되는데, 배우가 아닌 창작자라는 간섭 불가능한 존재의 시간이 열린다. 엄밀히 이것은 희곡의 내용적 재현이 아니라 박한결이 제시한 콘셉트(‘가까워지면서 동시에 멀어지기’)에 대한 응답이나 각 해당하는 장에 대한 창작자의 고유한 매체적 조응에 가깝다―그러한 장들은 희곡의 내용적 전개의 흐름에 기대어 있지 않다. 
    가령 직접적으로 관객을 비추는 머리 위에 쓴 카메라의 헤비급(윤하민, 신은주)의 ‘감은 눈으로’의 경우는 박한결에 대한 ‘직접적’ 응답인 동시에 라이브 토크의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전체 극에서도 조금 예외적인 조합이다. 이로써 과거의 희곡과 그것을 인계한 장 만들기, 극을 돌파할 그리고 종합할, 현재적 알레고리 형성과 각 장의 재현적 질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전체 구조는 조금 더 덜그럭거리게 된다. 곧 고전이 아닌 현재적 알레고리는 헤비급에 의해 예외적으로 실현되는 가운데 이 극을 구조하는 데 실패한다. 또는 그것과 상관없는 독자성의 현재성을 만든다. 반면 정무키의 ‘진실은 모호하게’는 왕의 화법 분석이나 노래와 전체 합창으로의 전개를 통해 극의 대사로부터 추출한 콘셉트 분석과 이에 대한 말과 수행적 지침을 통해 극으로부터의 라이브니스를 알맞게 지켜낸다. 

    홍보 포스터는 책의 개념, 일종의 책의 목차로 이 공연의 이미지를 잡고 있다. 본격적인 에피소드 전개의 전에 이오카스테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그리고 이어 고대 그리스 연극에 등장하는 코러스의 노래 또는 코러스가 등장하는 무대 양 측면의 출입 통로를 의미하는 파로도스―이는 초기 연극의 유기체적 혹은 종합적 성격과 그것과 관계된 극장의 물리적 특징을 동시에 가리키며 연극의 시원적 모습을 산출한다―에 대한 박한결의 설명은 이후 에피소드의 전개 방식을 예시한다. 
    탈장인으로 소개되는 서공희의 ‘왕의 탈’이라는 에피소드는 ‘가까워지면서 동시에 멀어지기’라는 박한결이 이전에 창작자들에게 제시한 질문과 이를 물질적 지표로 나타낸 세 개의 탈, 곧 전통적인 가면, 책을 뒤집어쓴 것(이명하)으로 대체되는 가면, 역할 이전의 배우의 얼굴이라는 가면에 대한 소개로 막이 열린다. 이러한 탈들을 쓴 배우는 언어를 상실한 이미지로서 앞선 이오카스테(캐서린 매드독스)의 말 없음에 상응한다―이러한 말 없음의 표지는 즉각 역할로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말 없음을 박한결의 말(=설명)이 대체했음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이어진 김건중 안무가의 ‘김박김박김박김박킴박킴바킴바킴바키바키바키+건한건한건한건한건난거난거난거나거나거나 … 김건X박한 = 바키거나’는 제목에서부터 그 안무가 수렴되는 지점을 박한결과 나눌 수 없이 설정하고 있다―박한결과 김건중의 이종 결합과 그 결과 남는 의미 단위를 흐트러뜨리는 결격으로서의 부분이 그러하다. 이는 김건중과 박한결 사이의 어깨를 맞댄 버티기로 지탱되며, 두 사람은 하나의 덩어리로 유지된다. 동시에 김건중은 어떤 말도 내뱉지 않음으로써 극은 깨지지 않는다. 박한결의 극에 대한 지시를 깨뜨리지 않는 것이다.  

    손나예 안무가의 ‘믿고 있는 동안에’는 직접적 커뮤니케이션 대신 텔레 커뮤니케이션으로 박한결과의 조우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김건중의 안무와 상보적 관계를 이룬다. 동시에 김건중의 시간에 비해 그 커뮤니케이션은 대단히 미약한 수준에 그친다―둘의 생각이 이어지는 데 완전히 실패한다. 어쩌면 이 두 작업자, 김건중과 손나예의 커뮤니케이션의 종합이 ‘가까워지면서 동시에 멀어지기’라는 두 몸으로부터 유래한 거리를 완성하고 있다고도 하겠다―그 하나로는 단차원적이다. 그리고 그 커뮤니케이션은 박한결을 향한다―박한결의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이 토크쇼의 형상이라는 직접적 매개의 차원을 구성하게 된다면, 이는 희미한 연출자의 현존이 각각의 분포로 흩어져 있음을 드러낸다. 
    장면 만들기의 수행이나 글쓰기의 어려움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지켜 낸 최형준의 경우는, ‘글쓰기의 즐거움’과 달리 한 줄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듯 보인다. 배회와 담배가 그것을 증명한다. 이는 문학가의 특정한 정체성을 연기하는 것에 가깝다고 보이는데, 글쓰기의 즐거움과 의도적으로 대치되며 어떤 시도도 어떤 유예 없이 바로 기각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김건중 안무가의 콘셉트식 전개에 상응한다. 

    『오이디푸스 왕』 본문에 수기로 써서 붙인 <sŏnans> 목차


    결과적으로 몇몇 등장인물들(서공희, 김건중, 최형준)의 말 없음은 토크로 연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극과 극 바깥의 현실을 분리시키는 〈sŏnans〉의 구조적 전개에 상응한다. 박한결은 극의 바깥에 있다는 착각을 주지만, 더 중요한 건 사실 극은 현실과 붙어 있는 것이다. 〈sŏnans〉는 「오이디푸스 왕」이라는 희곡의 현대적 재현이 아닌, 그 희곡과 현재의 창작자의 관점이 만나는 지점을 모색한다. 창작자들은 극 외재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창작자들의 방으로부터 나와) 창작자 스스로의 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한 극 안의 창작자를 연기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차원이 의사-실재임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부분이 최형준의 부분일 것이다. 
    〈sŏnans〉는 박한결이 시작과 끝을 구성하기는 하지만 이는 극과 현재성의 어렴풋한 봉합이며 각 창작자들은 또한 어렴풋한 박한결이 제시한 콘셉트의 연결 관계―헤비급의 장이 예외적으로 명료하게 그 가시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오이디푸스 왕」의 희미한 산출을 통해 창작의 지형은 일종의 작가와의 대화를 포함한 전시 형태를 이룬다. 이는 시간의 유기적 종합이 아니라, 파편적 알레고리들의 물리적 배치에 가까우며, 따라서 일종의 퍼포먼스형 전시와 큐레이션의 종합적 형태에 가깝다. 

    김민관 mikwa@naver.com

    [작품 소개]
    ▪️목차/작가소개
    1. prologue
    2. parodos
    3. episode 1 : 왕의 탈 / 서공희 _ 탈장인
    4. episode 2 : 김박김박김박김박킴박킴바킴바킴바키바키바키+건한건한건한건한건난거난거난거나거나거나 … 김건X박한 = 바키거나 / 김건중 _ 안무가
    5. episode 3 : 진실은 모호하게 / 정무키 _ 음악가
    6. episode 4 : 글쓰기의 즐거움 / 최형준 _ 문학작가
    7. episode 5 : 감은 눈으로 / 헤비급 _ 시각예술팀
    8. episode 6 : 믿고 있는 동안에 / 손나예 _ 안무가
    9. episode 7 : 엑소더스 / 박한결 _ 연출 • 각색
    10. exodus

    ▪️크레디트
    연출 • 각색  │  박한결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  추수연
    공동창작 • 출연  │  서공희 ,  김건중 ,  정무키 ,  최형준 ,  헤비급 ( 윤하민 ,  신은주 ),  손나예 ,  박한결 ,  정민영 ,  이명하 ,  캐서린 매드독스 ,  추수연

    「오이디푸스 왕」  │  이명하
    이오카스테  │  캐서린 매드독스
    테레시아스  |  정민영
    그래픽디자인  │  이지혜
    조명  │  이수연 ,  박한결
    멀티오퍼레이터  │  정민영
    조명오퍼레이터  │  이도희
    후원  │  서울문화재단
    포스터  │  박한결 ,  이지혜 ,  정무키

    예매링크   https://forms.gle/NAeLUtQ6CoEC3hb18

    #삼일로창고극장 #대관공연안내 #sŏn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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