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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경 안무 <자조방방自照房房>, 의자-신체의 불문율적 세계와 예외적 순간
    REVIEW/Dance 2019. 3. 12. 14:21


    ▲ 김혜경 안무 <자조방방自照房房> 공연 사진 윤석무 

    의자는 신체와 닿는 움직임의 첫 번째 평면이자 신체의 연장이다. 김혜경 안무가/퍼포머는 의자와의 관계 맺음을 통해 안무를 구성한다. 의자는 하나의 공간이자 신체가 된다. 곧 신체는 그 위에서 현존하며때로는 그 위에서 노닐며그것과 접착되어 지속된다. 의자는 네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으므로 두 발을 뗀 상태에서 균형을 잡고 있던 김혜경의 첫 번째 시작 장면은, 위태로운 의자의 균형과 그것을 유지하는, 곧 의자의 균형을 위태롭게 하며 의자의 동적 균형을 보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자와 신체가 가까워질 때 곧 의자로 신체의 균형이 쏠릴 때 의자와 신체는 모두 아래로 고꾸라질 위험에 처하며 동시에 신체와 의자는 하나의 신체를 이루게 된다. 반대로 의자와 신체가 멀어질 때 곧 의자가 균형을 갖추게 될 때 신체 역시 어떤 긴장감을 덜며 비교적 신체는 의자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된다. 여기서 의자는 신체가 놓인 첫 번째 평면에 가깝다. 이러한 시작과 동시에 비춰진 의자와 결합한 신체의 흔들림은 이 작품의 거의 모든 것으로 그 중핵을 노출한다.

     

    ▲ 김혜경 안무 <자조방방自照房房> 공연 사진 ⓒ 옥상훈

    김혜경은 의자와의 밀착적 관계를 지속한다. 의자는 신체로부터 해방되지 못하고, 신체는 의자 위에 온전히 독립하지 못한다. 김혜경이 이 의자로부터 떨어지는 중반 이후의 시점은 곧 의자와 떨어지지 않기라는 유일한 안무의 원칙을 깨뜨리며 하나의 호흡이 멈추고 다시 시작되게 한다. 이는 실질적인 공간의 이동 이후에 오게 되고, 무대 중앙에 이른 의자는 투명하지만 왜곡된 김혜경의 또 다른 얼굴을 형성한다. 의자 자체가 신체의 변형된 거울상이 되거나 신체로 기능하게 되고, 의자는 또 다른 세계를 구성하는 시각적 평면이 된다. 사실상 무대 배경 자체가 일종의 휘어진 거울들로서, 이는 명확하지 않은 곧 완전히 조망할 수 없는 거대한 얼굴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 김혜경 안무 <자조방방自照房房> 공연 사진 ⓒ 옥상훈

    마지막에 김혜경이 이 의자로부터 떨어지기를 감행하는 건 곧 의자에서 점프하는 순간은 땅에 닿지 않는 순간으로 고정/영원화된다. 곧 조명이 그 순간 꺼지고 허공에서 김혜경은 사라지는 효과가 관객의 뇌리에 간직된다. 이러한 처리는 시작의 초점화되는 김혜경의 의자 등받이를 가슴에 대고 흔들거리는 장면과 같이 의자에 관객을 붙들어 매며 그 바깥을 차단한다. 의자-거울 역시 김혜경과 의자의 주고받음을 연장한 것으로 세계를 그 안에 펼쳐내는 방식이다. 관객은 더 안으로 들어올 것을 종용당한다.


    ▲ 김혜경 안무 <자조방방自照房房> 공연 사진 ⓒ 윤석무 

    순전히 움직임 자체에 모든 걸 거는 작업은 간혹 있어 왔다. 미적 소용돌이 혹은 반복과 차이의 숨 고르기를 통한 어떤 작업들이 아닌 시종일관 긴장과 밀도로써 지속되는 작업. 앞서 언급한 의자와의 접면이 형성되는 두 장면은 의자와 신체가 밀착되는 대부분의 과정에서 예외의 순간이다. 그것은 단지 순간이어야만 한다. 첫 번째 순간이 의자로부터 갑자기 신체가 탈락되는 순간이었다면, 두 번째 순간은 그 자체가 끝인, 따라서 실패가 아닌, 불문율이 깨지며 이후를 상상할 수 없는 세계, 곧 앞선 세계를 영원히 정지된 순간으로 두는 세계의 두 접면(또는 하나의 접면), 세계의 경계를 두는 순간이었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 <자조방방自照房房>

    일시:20181228일 금요일 8, 20181229일 토요일 6

    주관/주최: 김혜경

    후원: 서울문화재단, 안은미컴퍼니 , 포스트극장

    장소: 포스트극장/ 서울마포구 와우산로 148 (지번 창전동 5-92)

    티켓: 전석 2만원

    안무 및 출연: 김혜경

    운영팀장: 남현우

    조명감독: 장진영

    무대감독: 최영수

    음악감독: 박한진

    영상감독: 이진원

    포스터사진: 곽기곤

    그래픽디자인: 강문식

    트레일러제작: 복코(BOKco)

    사진기록: 윤석무/ 옥상훈

    운영팀: 이재윤 황윤중 유이든

    *2018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사업 최초예술지원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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