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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애순 안무 <평행교차(Parallel Cross)>: 전유, 도상, 배치
    REVIEW/Dance 2019. 3. 12. 15:08

    1.말의 감각

    안애순 안무 <평행교차(Parallel Cross)>, 2018 창작산실 / ⓒ옥상훈 (이하 상동)

    동작과 동작을 잇는 것’, 다섯 명이 이를 수행하는 것, 단순히 말하면 <평행교차>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움직임은 무목적적인그 자체가 목적인동시에 미적인 기호나 코드로도 읽히지 않았다. 여기에 하나의 선언이 있다. 과연 드라마투르그 역할의 장혜진이 무대에 등장해 먼저 쓰인 춤을 동시에 다시 명명하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지만 여기서 말은 일단의 청각적 매체로 분류될 수 없고, 춤과도 엄연히 분리될 수 없다. 언어는 춤과 분리되는 매체가 아니라 춤을 규정하고 구성한다(이른바 말은 감염의 매체이다!’). 움직임을 구분 동작으로 분쇄하고 어떤 구분 동작이 ‘~하는 것 같은느낌을 자아내는 것으로서, 춤은 인식과 느낌의 재료들이 된다. 그것은 어찌 되었건 추정을 포함한 규정의 움직임이다. 그리고 흐름은 움직임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닌, 그런 구분된 것들을 발견하고 나열하는 것 속에 있다.

    하나의 안무가 춤(choreo-)의 기록(graphy)이라는 강박적 재현에 그 근원/근거를 의지했다면, 여기서 안무는 기록과 동시에 형성된다. 안무는 기록 이후의 춤이 아니라 기록 이전의 춤과 기록과 동시에 구성되는 춤의 시차가 현전하는 공간을 구성하는 행위이며, 이러한 공간은 곧 관객의 감각이 된다. 그러니까 그런 행위 자체가 춤과 동시에 구성된다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서 춤과 기록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이 된다. 하지만 이는 구조를 통한 반복으로써 새로운 양상을 획득한다.

    처음에 동작이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규정이 동작과 양립한다. 그리고 다시 동작이 생겨난다.’ 이러한 과정에서 춤은 말에 의해 기록되고, 이후 규정되며, 그 말에 의해 감각된다. 그것은 움직임이 아닌 동작이었고가령 이 말이 사라지고 난 뒤에는 그 동작들을 떠올리는 동시에 새롭게 보게 된다이제 그 동작들은 분별되어 나타난다.

    처음에 동작이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규정이 동작과 양립한다. 그리고 다시 동작이 생겨난다.’ 이후 음악이 출현한다. 그리고 음악이 사라진다.’ 이러한 과정이 있다. 곧 음악이 있음과 (있었다) 없음의 차이가 동작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든다. 그것은 움직임이다. 음악이 움직임을 추동하는 것이든 음악으로 인해 움직임으로 보이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앞서 말에 의해 포획된 신체는 동작들을 나열하고 있다.

    2. 시각적 구조화

     

    한편으로, 이는 도형들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다. 밑에는 커다란 도형들이 분포하고 있고, 동작/움직임은 무대 가에서부터 옮겨진 사각뿔, 곧 입체 도형의 배치와 함께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배치는 곧 동작/움직임을 하나의 입체 도형의 배치로 재배치하는 바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무대를 가로지르며 위에서 내려온 선분은 이 전체를 하나의 구조적 구도로 재배치하며 완성하는/끝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배치와 재배치를 통한 안무는 한편으로는 프로세스 차원의 언어의 더하고 뺌, 음악의 더하고 뺌과 같은 시간 차원의 구조적 조정에서, 그리고 공간의 더하고 뺌을 통한 공간 차원의 구조적 조정에서 구성된다.

    처음 입체 도형을 스크린 삼아 움직이던 선분은 분명 2차원의 것이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무대를 스크린으로 삼아 나오는 그래픽은 무용수들의 동작들을 딴 것으로 또는 재현한 것으로 역시 2차원의 것이다. 각각의 멈춰 있는 신체를 점, 각각의 동작을 선, 동작들이 구성하는 공간을 면으로 본다면, 미니멀한 단위로 축소된 무대 위의 행위들은 그것이 말을 통해 선분으로 (일시적으로) 축소되더라도 3차원의 잉여를 남길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시각적 도상들이 뒤덮는 무대는 마치 이러한 움직임을 구분 동작들의 합으로 소급시키며 한 차원을 줄이려는 듯 보인다.

    3. 차이의 존재학

    제목, ‘평행교차로 돌아오자면, 교차되는 두 평행한 대상/주체는 무엇인가를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움직임과 말에서 음악과 움직임으로, 그리고 동시에 움직임과 도형이라는 시공간 차원의 덧셈과 뺄셈을 통해 작동하는 두 대상/주체를 의미할 것이다. 다른 한편, 이는 다섯 명의 무용수들의 각각의 평면을 또한 의미할 것인데, 곧 이들의 움직임은 사실 관계 맺기를 통해 작동하지 않으며,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에 무대에서 각자의 무용수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려는 행위를 보게 된다.

    이는 과거의 것을 전거로 가져오거나 또는 그것을 변용하여 수행하는 어떤 행위들로 구현된다. 어쩌면 안애순 안무가는 개별 무용수들에게 어떤 움직임의 양태를 주문하지 않았을 수 있다. 곧 재현을 요구하지재현할 것을 안겨주지않았을 수 있다. 곧 어떤 무용수들은 지난 작업에서 보여준 어떤 양태들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스타일일까. 관성일까. 이러한 질문은 중요하거나 주요할 수 있지만, 풀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사실 앞서 언급했듯 어떤 코드로 묶일 수 없는 것이며, 그 자신의 양태그것이 캐릭터적 반복이든 완전히 새로운 창조이든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 무대가 생각보다 투명함을 반증한다. 우리는 캐릭터를 입지 않은 다섯 명의 움직임을 보고그 스스로라는 캐릭터를 분하는 것일 수는 있으나그 각각의 존립 양식이 다름을 확인한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안무는 이런 차이들을 종합하는 데 있다. 여기서 각각의 고유성은 그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통해서만 동등한 차원을 이루며 평등하고 동일하다.

    각각은 차이로서만 존재한다. 이러한 상대성은 군무 형태의 보편성과는 철저히 대립되는데, 안애순 안무가가 준 아마도 추정되는 각자의 움직임을 찾고 펼쳐내는 방식(그것은 상보적 또는 상응적인 차원에서 찾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각자의 평면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에서의 비개입은 곧 최소한의 안무이자 최대치의 안무값을 도출해낸다고 보인다. 여기서 비개입은 안무의 하나의 원칙이자 하나의 윤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대의 투명함하지만/따라서 관객은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을지 모르는은 아마 이런 비개입의 개입을 통해 획득되었다고 보인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2018 창작산실 무용 <평행교차(Parallel Cross)>

    공연 일시: 2019.2.16() ~ 2.17() ,16:00

    공연 장소: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연출자:안애순

    출연: 강진안, 오설영, 임정하, 조형준, 최민선, 허효선

    안무/작가: 안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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