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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오라마비방씨어터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장치(로부터)의 서사
    REVIEW/Theater 2019. 3. 12. 14:33


    디오라마비방씨어터(송주호 연출/무대디자인),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Skaters on Frozen Canal>(2019) 연극, 90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사진: 김진호) (이하 상동)

    극장 로비 공간은 주요한 무대가 된다. 아니 이것은 거의무대의 전체이다! 여기서 극장의 로비를 재현/수행하는 무대 공간이 실질적인 무대가 된다는 것은 전도된 발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무대는 끝끝내 비가시화되어 나타나지 않는 가설의 무대라는 것이것은 곧 중대한 스포일러!으로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무대는 저 바깥에서 펼쳐지고 이곳은 로비 공간으로서 극이 전반적으로 펼쳐지기 이전의 전 단계로 보게 만드는 것은, 사실 이 작업을 보며 겪는 크나큰 혼동이자 믿음이다. 곧 극장이 진짜/다시 열리기 전에 뭔가 밋밋한 것 같은 극의 지난 밀도는 이제 극장에서 새로운 무엇이 상영되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마주할 수 있음을 상상하게 한다. 극은 무대에서 열리고 그 이전의 것은 시작되지 않은 것이라는 믿음으로부터 이 극의 혼동은 지지된다. 나아가 저 바깥에 실제가 있(을 것이)다는 착각은 실제 현재 로비의 광경은 리얼한 것이라는 믿음을 거꾸로 보증하며 그것에 대한 의심을 거두게 한다. 이는 사후적인 해석에 따라 선후 관계의 스테레오타입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에 불과한 추론일까.

     

    어쩌면 그것은 그 자체로 완벽했다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실상 상상의 세계에 불과하다는 것, 이 모두가 리얼리즘 연극을 본딴 장치의 통제와 전술에 의한 것임을 인지하게 되는 것은 의외로 아니 당연히 그 사실들의 디테일들에 이미 일찌감치 존재하기 시작했었다. 애초에 이 로비 공간은 가설된 임시적 극장이다. 애초에 문이 열리더라도 그 바깥은 제한적 시야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무대 오른쪽 색깔을 어설프게 덧대는 작업은 결코 이 작업이 완성되지 않을 것임을 지시한다. 관객 두 명이 존재하며 객석과 등을 지고 앉았을 때 의아한 지점은 그 목소리가 거의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침묵의 극장에서 말은 어떻게든 들리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소극장 정도밖에 안 되는 플랫폼엘에서는. 이후 등장한 다른 이들의 목소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차라리 이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백색소음으로 중화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그 자체로 극의 주요한 내용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무효한 정보값으로도 손색이 없고그것이 어쨌거나 목적이라면리얼리티를 간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애초 이 음소거로부터 이 극은 실질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오직 마이크를 통해서만 소리는 전달될 수 있다는 것. 저 바깥의 가설들이 떠도는 가설 극장 역시도. 해미의 재채기일차적 균열가 마이크로 미끄러지며 하울링되는 이중의 균열로 드러나는 것부터 이 작업은 마이크라는 영토, 소리의 가시화와 함께 세워지는 극장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배우에게는 어떤 독자적인 현존의 특권이 없고, 매체의 매개를 거쳐야만 한다. 반면 해미는 녹음을 하는 기술적 엔지니어의 역할을 독점하는데, 여기서 무대 뒤편의 실제 보이지 않는 음향실은 무대로 투출되며이러한 측면은 극장에 대한 장소 특정적 알레고리라 할 것이다해미는 실제의 역할 곧 기술적 수행을 특권적 캐릭터로서 전유하게 된다. 소리의 가시화가 현존을 지정하는 것처럼 불쏘시개로 전유되는 조명 역시도 퍼포머들은 무대의 장치들을 위한 도구가 되게끔 한다결코 그 반대가 아니다.

     

    가설 극장의 영화를 보러 들어간 이후 알레고르기에 감염되어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급격한 한기를 겪는 관객들의 알레르기 증상에 대한 대응으로써 조명을 받는 배우는, 동시에 조명을 받는 배우라는 기성 연극의 최소 조건이라는 극장의 알레고리를 무대에 기입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알레고르기는 극장 밖 극장의 사운드로부터 쥐들이 튀어나오고 자연 페스트라는 집단적 감염을 상기시키고 아르토의 잔혹 연극을 떠올리게 함에도 이를 내용적으로 포화시키는 대신그것을 온전한 서사로 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무엇보다 불필요하다단지 알레고르기라는 표면적인 극적 서사의 최소 형태를 만드는 얼개로서만 그것은 기능하며곧 언 몸을 녹이기 위한 모티브결과적으로 무대는 장치의 통제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라는 진리를 가시화한다. 알레르기라는 서사적 코드와 무대에 대한 메타-알레고리가 접합되는 곳에서 알레르기라는 것이 있다. 실재계가 있다면무대 밖이 무대와 대조적인 실재계가 아니라그것은 차라리 해미의 재채기에 존재한다. 또한 원채리의 가방에 쓰인 그리고 의도적으로 드러낸 구부러진/접힌가방에는 다른 문자들도 사실 새겨져 있다상징계 내 가설에 있다.

    이것들은 가짜의 이야기(假設)입니다, 임시의 극장(假設)에 놓인.’ 두 가지 중첩된 의미를 쌓고 그 속에서 헤매게 하면서.

    마지막으로 이 공연의 작업은 애초 당최 작업에서 설명되지 않는 그 제목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다당최 해명되지 않으며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명: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skaters on frozen canal)

    제작: 디오라마비방씨어터, Junghyun Kim
    콘셉트/연출/무대디자인/대본: Juho Song
    드라마투르그: 김정현
    무대제작/진행: Sinsil Lee
    사운드: Rémi Klemensiewicz
    홍보물: 윤헤이

    출연:

    서지우 서재영 이신실 이인혁 원채리 해미 클레멘세비츠
    김보라 정여름 이민경 안예슬

    후원: 플랫폼엘 Platfor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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