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9.03.12 15:14


프로젝트 XXY <여기에는 메데이아가 없습니다> 공연 사진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이하 상동) 

두 가지 재현이 있다. 타자의 재현과 연극의 재현. 우선 배우들은 타자를 유형화하고 다시 타자를 연기한다. 곧 타자는 이방인이거나 여자이거나 장애인이거나 하는 식의 제한된 도식으로 한정된다. 연극은 스테레오타입적 편견으로서 타자를 불러들이고 이를 연기함으로써 편견을 복제, 재생산한다. 재현 이전에 재현이 있다. 한편 이는 오디션이라는 형태를 통해 각 배우의 역량을 시험/실험하는 표현형이 된다는 점에서 창의적 지지대가 되며 재현은 이제 재현을 하는 이, 재현에 접근하는 이 자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변환된다.

 

연기를 통한 재현에의 접근은 경쟁과 평가의 규준에 따라 과도함을 향해 치닫고, 연극의 장식성은 극단적이 된다. 따라서 드러나는 건 타자들 그 자체가 아니라 연극이라는 타자성이 된다. 이를 바깥에서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것, 곧 타자화하는 것은 이것이 연극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순수한 타자로부터 멀어져 있는데, 이들은 타자를 재현하고 있는 사람곧 연극에서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은 그들을 비교적 가볍게(?) 바라볼 수 있는데, 이로써 배우들은 타자의 자리를 비교적 수월하게 차지한다. 오디션을 재현하는 배우들 앞에서 관객은 거리를 두는 관객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없다이는 한편 역할의 재현이고, 다른 한편 과거의 재현이다(반복되었음과 반복되고 있음을 동시에 알린다). 우리는 이를 심사하는 비가시적 연출의 자리에 앉는 셈이 된다.

 

사실상 타자의 재현은 연극을 거치며 실패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는데타자의 재현은 연극의 재현을 통해 실패하며 연극 역시 그 스스로를 재현으로 드러내며 실패한다이는 테스트의 일부였음이 드러나고, 완벽의 점수에는 미치지 못하는 열등한 존재들의 몸부림이었음이 드러나면서 명확해진다. 결론은 따라서 타자에 대한 몰지각한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타자의 재현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다시 말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는 듯하다. 이들 앞에서 코린토스의 평화와 안녕을 부르짖고 타자들을 경계 바깥의 존재로 분리하려는 사회자의 말은 희화화됨을 넘어 바깥의 외침과 소음에 잠식된다. 그는 관객에게든 다른 배우/역할에든 거의 어떤 영향력 없이 말을 위한 말을 반복하며 재생된다그는 차라리 반복을 위해 말을 한다.

 

사실상 바깥으로부터 안의 침투는 티켓이 있는 이와 없는 이로부터 극장 안에 들어와 있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를 경계 짓는 가운데, 끊임없이 시도된다. 이 안은 소란스럽고 혼란으로 가중되며 텅 빈 형식으로서 이 안은 공고하다는 말이 반복될 뿐이다. 타자들은 정상인을 연기/재현하며 이 안에 들어오고자 하지만, 그것 역시 실패한다. 그들이 오디션 역할을 재현할 때는 사실 이미 극적 환영은 더 이상 공고한 영토를 주장할 수 없다. 그 이상한 생명력의 존재들, 우리와 뒤섞여 로비에서 외쳐 대던, 객석에 들어오지 못하고 극장 바깥에서 소리치던, 일시적으로 극장에 틈입하지만 쫓겨나던 그들은 이제 완전히 그 이상한 정체성을 열어젖히지만, 이는 연기의 지침 아래 창의적으로 또 경쟁-도전적으로 수행되며 자아를 변환시키는 것으로만 드러난다.

그는 배우와 역할(이상) 사이에 존재하지만 역할은 유예되고 결정되지 않는다. 배우의 본질은 물론 알 수 없다. 오디션의 조건 아래, ‘타자는 만들어질 뿐이며 만들어지는 조건 아래 형성될 뿐이다.’ 이 연극이 주장하는 바는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그리고 재현은 존재가 타자가 되는 경계를 보여주며 재현의 경계, 곧 재현이 흔들리고 갱신되어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작: 프로젝트 XXY

연출: 김지은

드라마터그: 표햇님

기획: 심이다은

조연출: 박예진

퍼포머: 김광식 김온 김민주 심이다은 심효민 이규현 권아름

공간디자인: 강전이 곽유진 김나은

음악: 정경인

쇼케이스 80/ 14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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