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준 2019.03.12 14:46

▲ /연출: 김명환 <하이타이> 공연 사진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이하 상동)

<하이타이>(/연출: 김명환)는 혼자 무대의 모든 시간을 채우는 일인극으로, 배우 김필은 프로야구 최초 응원단장으로 광주 해태 타이거즈의 호루라기 아저씨로 유명한 임갑교를 분하는데, 임갑교 분이 응원 관련한 생생한 일화를 포함해 아내와 아들이 죽음을 맞았던 굴곡의 역사를 연기한다. 실상 여러 역할과 신이 존재하는 일인극의 경우, 배우의 연기는 과도함과 소진을 낳게 되어 있다. 이는 무엇보다 에너지/신의 치밀한 분배와 계산에 따른 것인데, 배우가 느끼는 피로를 배우와 같이 느끼는 관객은 그 피로로부터 (벗어나) 어떤 지루함과 지겨움을 느낄 소지 역시 크다. 또는 그 한 명에 정박된 몸, 아니 무대의 제한적 다양함 속에서 배우에 대한 인정과 감동을 가질 소지 역시 크다.

프로시니엄 아치가 아닌 구조가 아닌, 옆의 두 공간이 관객석으로 허락된 가운데, 환영으로서의 연기를 준비하는 실재의 모습을 옆에서 본다는 것은 조금 더 다채로운 경험을 수여한다. 곧 일인극에서 배우가 역할을 갖추기 전의 모습들이 비친다는 것은, 이 공연의 연극에 대한 자기 지시성을 갖는 한편, 배우로서의 진정성(‘배우는 무대를 위해 존재한다!’)을 믿게 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곧 무대 바깥의 은폐된 이음매는 연극의 시간 외의 여분의 시간, 곧 분장을 하거나 역할을 갖추는 과정을 드러낸다.

사실 5.18과 응원단장의 일화가 한 사람에서 만나는 풍부하고 정교한 미시사적 모티브는, 이 서사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지만, 임갑교의 해태 응원단장의 모습과 미국에서의 적응 서사가 5.18과 맞물리면서 촉발시키는 것은 슬픔과 감동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하나의 서사가 다른 서사가 과잉으로 접합되어 있다고 생각을 들게 하는데, 곧 기쁨과 슬픔의 서사는 양극단으로 맞닿아 있는 가운데, 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상의 소소한 스펙터클이 중반쯤 지나쳐 왔을 때 그 안에서 발견되는 슬픔은 극의 반전처럼 주어져 있는데, 이때 관객이 겪는 신체적 상태는 마치 야구 경기 하나를 거쳐온 듯한 피로에 가까우며 이는 극이 어떤 복선을 그 안에 심어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하다.

너무 비극적인 그의 진실은 역사적 서사이기에 부정할 수 없음의 차원으로 수렴되는 게 아니라 극 전개의 과도한 쏠림에 따라 유효하게 드러나지 못하는 것이다. 곧 역사는 무조건적 사실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그것은 분명 우리가 물을 필요 없이 정확한 역사를 바탕으로 하려 할 것이며), 이것이 현재의 서사이며 현재의 효과를 출현시키기 위한 리듬과 각색이 전략적으로 사용된 극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 감당하기 힘든 갑작스런 제시(이는 앞선 임갑교라는 역할과 김필이라는 배우의 중첩된 극 현실을 중단하게 한다)로서의 개인의 역사적(곧 보편적) 진실은 그 무게에 굴복당할 것을 종용하는 데 그치며 여전히 가깝고도 먼 역사를 현재의 것으로 구성하지 못한다.

 

단지 이것이 한 개인의 다채로운 레이어를 각각의 차원으로 모두 수렴시키려 한 것 때문인지 나아가 한 개인의 굴곡 어린 삶을 그 스스로가 아니라 극 자체로 정당화시키려 한 것 때문인지는 명확히 단정 짓기 어렵다. <하이타이>는 한 개인에 초점을 맞춘 만큼 그 자체적으로 비평적 개입이 불가능한데, 배우 한 명이 여러 역할을 연기함이 여러 역할들의 온전함으로 드러난다기보다 오히려 배우의 능수능란함으로 수렴되는 한편 이는 임갑교로 다시 수렴된다. 곧 임갑교 외의 인물은 어떤 주도적 모티브가 아니며 단지 임갑교를 보여주기 위한 보조적 모티브가 될 뿐이다/될 수밖에 없다. 배우 한 명의 다성부적 연기는 결과적으로 극 자체의 다성부적 목소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하이타이>가 대중영화의 흥미로운 소재가 될 만큼 역동적인 인물인 반면, 동시에 대중영화의 클리셰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 그의 슬픔이 반전과 배우의 연기로 드러나는 장면이 지닌 배우의 현존성과 그에 대한 관객의 감각이 이 작품을 영화와 구분되는 무엇으로 지정해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의 전개가 한 인물의 풍부한 서사에 기인하며 1인극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져가고 있는 것에 반해, 극의 결말/결론은 어쩌면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평범하고 단조로운 전개에 그쳤던 것은 아닐까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연출: 김명환

출연: 김필

미술감독: 남경식

영상감독: 김성하

조연출: 정소윤

쇼케이스 90/ 14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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