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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설공주(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의 동기화(봉합/간극), 그리고 또 다른 서사 가능성
    REVIEW/Theater 2019. 6. 16. 12:50

    ▲ 라꼬르도네리 <백설공주(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사진 제공=의정부음악극축제집행위원회](이하 상동)

    <백설공주(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제목과 같이 ‘백설공주’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이 작업은 우선 스크린에 현장 더빙과 연주가 더해진다는 사실이 전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음악극이라는 축제 자체의 장르적 명명 속에서 한층 미묘하게 접힌다. ‘음악-극’, 곧 음악으로도 연극으로도 수렴되지 않는, 반면 그 둘을 더하는 것으로도 구성되지 않는 장르의 예외적 개념이랄까.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원래의 소리를 삭제한/음소거한 스크린을 본다는 것은, 그 스크린이 온전하거나 그 자체로 충만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스크린 속 인물의 입과 그 바깥의 소리를 일치시키려 애쓰는데, 이는 단순히 연습/훈련을 통한 뛰어난 퍼포머들의 동기화에 놀라움을 느끼는 차원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스크린을 등 뒤로 이를 작은 모니터로 보며 스크린과 말을 맞추는 배우들에게 전자에서 후자로의 이행의 의무만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 이 시차를 지배하는 주권은 그 목소리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곧 우리는 보며 소리를 보충하는 게 아니라 소리를 듣기 위해 본다. 여기서 스크린의 입은 그것과 일치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은 소리와 입의 일치, 그 간극 없음이 어쩌면 유성영화 이후 굳건한 하나의 믿음이었음을, 그것이 기계/장치적 메커니즘에 따른 봉합에 의한 산물임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무성영화의 상영 방식을 차용함에서 어느 정도 더 나아간 것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한편으로 현의 소리를 내는 건반을 비롯해 무대 한 구석의 연주로부터 관객은 입체적이고 물리적인 사운드 공간의 누빔 효과 안에 있다. 다른 한편으로 목소리를 내는 배우들은 이 연주 마지막에 동참하는데, 그 전까지 연주는 독립적인 음악이 되기보다는(예외적 예로, 스크린상에서 헤드폰을 끼고 어머니의 잔소리를 음소거한 딸에게 들리는 음악을 폭발시키는 부분이 있다) 주로 작업을 꾸미는 음들로서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리들이 애초에 오케스트라의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마지막의 음악적 공명은 커튼콜과 맞물려 상승되고 극 초반에는 연주 자체로 어떤 풍부하고 풍만한 감상을 주지만, 전반적으로 음악은 증폭과 침묵의 배면에 자리하는 배경적 요소에 가깝다.

    베를린장벽의 붕괴가 엄마와 딸의 관계 회복으로 이어지는 내용상 봉합의 계기 역시 불충분하기 그지없는데, 여기서 백설공주의 공고한 서사가 파괴된다. 권선징악적 분리, 그리고 화해될 수 없는 차이는 서사 자체로 깨부술 수 없는 금제 같은 것인데, 마치 역사가 실제적으로 그 예외적 서사, 불가능성의 서사를 달성했으니 서사의 규칙 자체도 바뀌었다는 식인 것이다. 여러 말과 연행의 방식적 차이로 인해 수많은 다른 결로 나아갈 수 있다는 처음의 말은, 이 극이 시작하기 전 ‘백설공주’의 또 다른 판본으로서의 서사라는 전제를 세우면서 하나의 서사가 아닌 서사 자체를 메타적으로 가늠하는 게 이 작업의 목표임을 드러낸다. 작품은 하나의 서사에 대한 매체적 몰입의 차원이 큼에도 역사를 서사화하여 서사의 불충분성을, 서사의 간극과 개입 가능성을 노정하여 음악극이라는 형식과 함께 서사 자체를 탐문한다.

    마지막에 거울을 깨버리는 장면처럼, 보이는 것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들리는 것, 그 둘의 간극을 동시에 형성하는 소리는 그 보이는 것 자체를 깨버림으로써 앞선 깰 수 없는 서사의 금제를 깨는 상징적 결정이 된다. 곧 소리와 이미지의 매끈한 결합이 아닌 매끈하지 않은 결합을 깨며 달성되는 이상의 실현은, 그 매끈하지 않은 결합 자체의 전제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 매끈함 자체에 대한 우리의 영구한 믿음을 보존하는 결과에 가깝다. 그럼에도 애초에 그 거울 속 보이는 인물은 곧 나의 반영일 뿐 내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그의 존재가 보이는 것이 아닐 뿐더러 그의 존재가 보인다는 거대한 착각을 이로써 하게 된다는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것이다. 여기서 곧 그 보이지 않는 타자가 아니라, 거울을 통해 보이는 나라는 타자를 보이지 않게 깨뜨리는 것이 그 보이지 않는 타자를 소멸(?)시킨다는 전제는, 곧 소리가 은신할 공간, 소리의 존재값을 부여하는 것이 이미지임을 드러내는 결론으로 보인다.

    <백설공주>는 어쩌면 매우 단순한 무엇보다 명확한 논리, 소리와 이미지의 동기화를 요소적으로 매체적으로 가져가면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에 대한 전제를 한 번쯤 고찰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서사의 (역사 이후의) 굴절과 변용과 같은 요소를 시험하기 위해 어쩌면 <백설공주>에서 단순한 서사의 전개는 포기되지 않고 지지되는 부분 역시 있다고 하겠다.

    [공연 개요]
    일시: 2019.5.10.(금) 19:30, 11.(토) 15:00, 19:00 중 10일 공연 관람(한국 초연) *제18회 의정부음악극축제 상연작
    장소: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
    관람연령: 8세 이상
    러닝타임: 75분
    초연: 2015년 the Théâtre de St-Quentin-en-Yvelines, National theater, 프랑스

    단체명: 라꼬르도네리(La Cordonnerie)
    단체 소개: 1997년 이후, 연극, 영화, 음악이 혼합된 다원적 스타일의 작품들을 제작해 오고 있으며, 이를 ‘시네마 퍼포먼스’라는 장르로 명명하고 있다. 고전의 각색 작업을 거쳐 무성영화를 제작하고, 퍼포머와 뮤지션, 다양한 악기와 오브제를 활용하여 무성영화의 대사와 음악, 음향효과를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재창조해낸다.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장르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어린 관객과 성인 관객을 나누는 연극의 개념을 없애는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백설공주(혹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외에도 ‘헨젤과 그레텔’, ‘돈키호테’, ‘햄릿’ 등의 고전과 동화를 각색한 레퍼토리 작품을 통해 프랑스 국내외에서 총 1,000번 이상의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제작진>

    연출: 사뮤엘 에르퀼(Samuel Hercule), 마틸드 웨얼강(Metilde Weyergans)
    음악: Timothee Jolly
    조연출: Pauline Hercule
    음향디자인: Adrian’ Bourget
    조명디자인: Johannes Charvolin
    조명감독: Sebastien Dumas
    무대감독: Marylou Spirli
    제작운영: Anais Germain, Caroline Chavrier
    출연 목소리, 음향효과: Samuel Hercule, Metilde Weyergans
    피아노, 키보드: Timothee Jolly
    드럼, 퍼커션: Florie Perroud
    자막번역: 문연진

    <Film>

    각색,각본,연출: Metilde Weyergans, Samuel Hercule
    조연출: Damien Noguer
    촬영: Aurelien Marra
    세트디자인: Marine Gatellier
    의상디자인: Remy Le Dudal
    편집: Gwenael Giard Barberin
    출연: Valentine Cadic, Metilde Weyergans, Samuel Hercule, Neil Adam, Jean-Luc Porraz, Alix Benezech, Quentin Ogier, Florie Perroud, Timothee Jolly
    제작운영: Fanny Yvonnet, Caroline Chavrier, Anais Germain
    제작La Cordonnerie
    공동제작Théâtre de la Ville – Paris, Le Manège de Reims – National theater, Nouveau théâtre de Montreuil, National Drama Center, Théâtre de Villefranche-sur-Saône, Maison des Arts Créteil — National theater of Créteil and of Val de Marne, Théâtre de St-Quentin-en-Yvelines, National theater, Le Granit — National theater, Belfort. With the support of the SPEDIDAM. The Cordonnerie receives funding from the Region of Auvergne – Rhône Alpes and the Ministry of Culture and Communications / DRAC Auvergne – Rhône – Alpes

    [축제 개요]
    축제명: 제18회 의정부음악극축제
    일시: 2019. 5.10.(금)~5.19.(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및 의정부 시내 일원
    주최: 의정부예술의전당
    주관: 의정부음악극축제집행위원회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의정부시, 한국관광공사
    집행위원장: 박형식(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총감독: 이훈(한양대 관광학과 교수)
    홈페이지: www.umtf.or.kr
    문의: 031-828-5894, 5844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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