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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구성하는 두 개의 안무: <미니어처 공간 극장>과 <나는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생각한다>REVIEW/Dance 2019. 8. 4. 21:00
▲ 허윤경 안무, <미니어처 공간 극장> 공연 모습, ⓒ한민주 [사진 제공=서울변방연극제]
<미니어처 공간 극장>의 안무가 지시문을 수행하는 관객들의 즉흥적인 행위가 교차하고 축적되는 비선형적 과정으로 구성되는 가운데, 퍼포머로 위치한 안무가는 유일한 스포트라이트의 주체 대신에 현장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재생성하는 과정의 일부가 되는 매개자가 되었다면, <나는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생각한다>의 안무는 안무가가 세 명의 퍼포머, 그리고 관객과 함께 원형의 관객석에 위치하고 세 명의 퍼포머는 미세한 응시를 통해 서로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기본적인 단위의 움직임들을 조금씩 확장하는 가운데 무대를 구성한다. 곧 관객석이 무대이고, 그 중앙은 비어두고 시작함으로써 관객은 (옆의 퍼포머로부터의) 직접적인 경험과 (퍼포머 옆에 앉은 다른 관객의) 매개된 경험을 동시적으로 하게 된다.
<미니어처 공간 극장>이 관객을 퍼포머로 전환하는 가운데, 관객이 ‘공간이라는 극장’에 주체와 대상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보기와 하기(보이기)의 감각을 체현한다면, <나는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생각한다>는 원형의 극장을 유지한 채 모두가 모두의 시선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보기의 감각이 하기의 감각으로부터 오고(이를테면 퍼포머와 인접한 관객을 보는 것) 하기의 감각이 반쯤 보기의 감각으로부터 오는(가까이 있는 퍼포머는 저 멀리 있는 퍼포머와 관객처럼 직접 마주칠 수 없다) 시청각의 뒤섞인 양상을 띠며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매개에 따른 감각을 실험한다.
▲ 황수현 안무, <나는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생각한다> 공연 모습, ⓒ한민주 [사진 제공=서울변방연극제]
결과적으로 두 공연 모두 무대는 가깝고도 먼 것이 된다. 관객은 무대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보다 인접한 무대가 이탈되었음을 감각한다. 객석으로 들어오며 시작한 <미니어처 공간 극장>이 무대에서 나의 하기의 감각이 다른 관객-퍼포머로 옮겨 갔음을 확인한다면, <나는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생각한다>에서 비어져 있던 무대로 관객석의 퍼포머들이 들어갔을 때 관객은 가까이 붙어 있던 내 감각이 결락되며 위치적으로 전환됨을 감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두 안무가의 공연이 어떻게 변방‘연극’제라는 형식에 인접할 수 있을까의 질문이 남는다. 관객과 퍼포머의 중첩 또는 교란을 통해 두 공연은 일반적으로 택하는 프로시니엄 아치 형태의 관람 방식에서 벗어난다. <미니어처 공간 극장>은 극장을 무언가가 채워져 있고 분명한 구획 안에서 이뤄지는 극장을 일단 투명한 공간으로 바꾸고, 이 투명한 공간에서 다시 극장의 물리적 환경들을 재인식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미니어처 공간 극장>이 극장을 탈극장화하고 재극장화한다면, <나는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생각한다>는 극장을 관객의 몸으로 바꾸려는 듯 보인다. 제어되는 움직임과 감각은 어쩌면 입체 서라운드 환경에서 구현되는 가상 공간의 극장을 연상시킨다.
참고
2019 서울변방연극제, <미니어처 공간 극장>(안무: 허윤경): 관객을 제1의 전제로 배치하기 https://www.artscene.co.kr/17142019 서울변방연극제, <나는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생각한다>(안무가: 황수현): 통제된/되는 감각 https://www.artscene.co.kr/1715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728x90반응형'REVIEW > D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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