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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 Project BORA & Guests, <Silicone Valley>, <PARADISE>, <꼬리언어학> 리뷰
    REVIEW/Dance 2019. 8. 4. 21:51

    샤하르 빈야미니, <Silicone Valley>: 밀도를 지속하기

    ▲ 샤하르 빈야미니(Shahar Binyamini) 안무, <Silicone Valley(실리콘밸리)> [사진 제공=아트프로젝트보라] (이하 상동)

    샤하르 빈야미니(Shahar Binyamini)의 안무작, <Silicone Valley(실리콘밸리)>에서 퍼포머들의 하나하나의 동작은 매우 강렬하게 인식된다. 음악의 강렬함과 고양된 움직임이 어떤 여지없이 펼쳐진다. 붉은색 조명의 레이브 파티에서 신체들은 음악과 스스로의 움직임에 전염, 도취된 것처럼 보인다. 관객의 몰입은 빵빵하게 스피커를 올린 음악이 갖는 공간 전체의 공명이 그 움직임으로 수렴하는 데서 비롯된다. 곧 몸이 체현하는 음악과 음악을 그 신체로 수렴시키는 시청각적 감상이 만나는 지점에서 관객은 붙들린다. 퍼포머들은 허리는 꽂꽂하게 유지한 채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동작이나 리듬체조의 동작 일부를 변용, 확장해 만든 움직임들을 선보이며, 이때 얼굴은 정면성을 강조한다. 현실의 일부로서 그러한 단편들을 오마주한 것으로도 보인다. 

    처음 둥글게 모인 어둠 속의 신체들은 붉은색 조명으로 조금씩 밝아지며 그 대형 역시 펼쳐지는데, 이때 얼굴이 분간의 상태에 이르면 과한 분장이 그로테스크하게 얼굴을 덮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작위적인 얼굴은 표정으로, 그리고 음악 속에서 그리고 그 거리상 전혀 들리지 않는 차원에서 옹알거리는 입모양의 제스처가 강조되는 것으로 옮겨 간다. 움직임은 변주가 많다기보다 단순한 동작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가령 사선으로 일렬로 이동하는 광경에서 얼굴은 정면을 향하고 팔을 뻗고 다시 빠르게 십수 차례 손을 내뻗는 동작이 매우 절도 있게 이뤄지는데, 여기서 속도는 힘의 하위 개념이다. 곧 동작의 반복은 일정한 각도(선분)를 유지하는 데 있다. 

    사실상 말의 언어는 들리지 않을 뿐더러 일종의 표정을 강조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음악을 비집고 마치 들리는 것처럼 인지되기도 하는데, 이는 그 표정이 매우 강조되어 있고 그것이 말을 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말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수중에서 물 바깥으로 오를 때 입을 크게 벌리는 부분의 모사, 곧 순전한 표정으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입 벌리기는 숨쉬기의 일종으로 거대한 사운드의 파도를 헤쳐 가며 일정한 움직임의 반복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박자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설명되지 않고 접힌다, 막과 함께.

    샤론 프리드먼, <PARADISE>: 서정으로서의 관계

    ▲ 샤론 프리드먼(Sharon Fridman) 안무, <PARADISE(낙원)> [사진 제공=아트프로젝트보라]

    샤론 프리드먼(Sharon Fridman)의 안무 작업 <PARADISE(낙원)>에서 두 사람(무용수 허준환, 송승욱)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점차 길게 연장한다. 두 사람이 밀착된 가운데 뺨을 만지자 그 팔을 내리고 하는 일련의 얽힌 지지의 관계 혹은 상태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러한 정보값은 두 사람이 떨어진 이후부터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관계를 반복된 서로에의 움직임으로 응축시켜 간략하게 표현하고, 여기에 음악을 통한 서사를 부여하는 건 그다지 새롭지 않다. 사실상 앞선 최소한의 움직임의 단위가 무대 전체로 확장되는 건 앞선 각인된 정보의 무한 반복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정보가 지연되는 경험으로 지루함과 진부함을 강화한다.

    김보라 안무, <꼬리언어학>: 배치와 교체의 안무

    ▲ 김보라 안무<꼬리언어학(Tail Language)> [사진 제공=아트프로젝트보라] (이하 상동)

    <꼬리언어학(Tail Language)>(안무: 김보라)은 자연을 환유한 흰색 공간으로 펼쳐진 세계에서 흰색 의상의 퍼포머들이 다른 개별 생명체들로 분한다. 그들은 분절된 각자의 움직임 단위를 ‘기억’하고 있다. 순차적인 위치함의 하얀색 바닥을 하나의 스크린으로 전제한다면, 시간에 따른 배치를 하나의 안무로 볼 수 있다. 사실 개별적 움직임은 존재의 시점에서의 하나의 짧은 단위 이외에는 연장된 움직임을 갖지 않는다. 공연의 전개는 공간의 구조화와 시각화를 위한 여러 다른 말들의 포진과 같다. 

    가장 긴 시간 지속된 하얀 바닥의 무대 중간 중간의 하얀 테이프를 제거하는 장면에서, 움직임은 (음악에 따른) 시간을 정확히 잴 수 없으며 퍼포머 스스로도 비예측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행위’에 가까운데, 무대의 전환을 위한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무대 전환을 무대화한 것이다. 이는 앞의 무용수가 끝까지 그것과 궤를 같이해 앞의 개별적 생명체의 움직임을 지속하는 것과 같이 이뤄지는데, 서로는 서로의 시간을 지지한다. 하지만 오히려 후자가 전자를 위한 장식적 표면으로 자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꼬리언어학>은 빈 옷가지들로 사람 형상을 만들어 놓거나 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과 같이 무대라는 공간을 즉물적인 것으로 두는 가운데 그것이 변형 가능한 물질적 요소로 이뤄져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일종의 서사가 구성된다. 무대는 비어져 있고 그 가운데 해체되는 것이라는 점은 무대가 현실 바깥의 자연과 등치를 이루는 신화적이거나 ‘꼬리 언어’가 가능한 태초의 상징적인 공간이 아니라 애초에 무의 공간이라는, 곧 이것은 ‘공연’이라는 것을 지시하는 것일까. 퍼포머들의 개별적 제스처와 행위 들은 사실 어떤 세계의 서사를 구성하는 데 실패한다. ‘꼬리언어학’이 존재하는 시공간은 어떠한 세계인가. 다시 말해 그것은 정의 가능한 것인가. 아님 그것은 탐구되기 위해 재현되는 일시적 조합/해체의 공간인 것인가. 

    무대는 조명 장치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고 전체 스크린의 색이 한 번에 바뀌는 것과 같이 가변적인 것임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가운데, 개별 퍼포머들의 위치는 이 무대라는 세계 자체가 바뀌는 가운데 장식처럼 나타나고 사라진다. 테이프를 떼는 동안 벌어진 움직임은 그것(‘무대의 변화 속 개별적 움직임’)의 가장 극단적 예시일 것이다. <꼬리언어학>은 어떤 세계가 펼쳐지고 있음과 그것이 가변적, 곧 일시적이라는 데 주안점을 두는 듯 보인다. 가장 뚜렷한 서사는 바로 그런 가변성과 일시성에 따른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는 세계의 재현이 아니라 무대와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쌓고 허무는 그 현재성의 스펙터클로 ‘펼쳐진다’. 그것은 실상 어떤 세계로 수렴되는 데 목적을 두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현재만이 업데이트될 뿐이다. 

    이런 ‘표층적 진리’는 무대, 퍼포머를 표면의 기호들로 산출하며 세계의 탐구를 위한 일시적 재현을 구성하는 데 그친다. 이러한 과정은 시간이 쌓이는 직접적 경험에 상응하며 따라서 어떤 정체나 지루함을 동반할 수 있다―물론 무대 전반의 테이프를 떼는 작업에서 그 청각적, 촉각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시간이 흐르는 걸 경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실 전반적인 ‘배치와 교체’로서의 과정에서 몸의 탐구는 약화된다. 앞서 언급한 개별적 움직임의 발전과 연장은 없고, 따라서 퍼포머들은 캐릭터로서 소비된다는 인상을 준다. 또는 증발 직전에 캐릭터로서 튀어야 하는 의무를 할당받은 듯 보이게 된다. 이후의 움직임을 기약하거나 어떤 다른 무엇과 상관관계를 갖는 비교의 지층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공간 자체의 스펙터클과 움직임 연구의 관계를 잇는, 또는 그 간극을 구성하는 또 다른 언어와 그를 지탱하는 철학이 필요한 것 아닐까.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 연 명: Art Project BORA & Guests

    공연일시: 2019. 7. 26(금) ~ 7. 28(일) 금 20시 / 토일 18시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러닝타임: 약 120분 

    관람연령: 8세 이상 관람가

    제작: 아트프로젝트보라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예술감독: 김보라

    안무: 샤하르 빈야비니, 샤론 프리드먼, 김보라

    음악: Daniel Grossman, Idan Shimoni & Ofer Smilanksy, 김재덕

    무대·세트: Romi Feylo, 김종석

    의상: Shahar Binyamini, MIZO, by Inbal Ben Zaken, 최인숙

    조명: 이승호

    무대감독: 김진우

    안무통역·모더레이터: 고은서, 송영원

    리허설디렉터: Kai Chun, Chuang, Maureen Lopez

    프로듀서: 이미진

    홍보·마케팅: 유지연

    영상: 임정은

    사진: 목진우

    그래픽디자인: 홍의택

    출연: 박상미, 정주령, 최소영, 이혜지, 정희은, 백소리, 이선재, 송승욱, 허준환, 박선화, 정희엽, 이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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