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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적, 〈햄릿의 비극〉: 독백, 무대, 수행의 조각들
    REVIEW/Theater 2021. 8. 30. 09:12

     

    극단 적, 〈햄릿의 비극〉(2021) ⓒ김솔[사진 제공=K아트플래닛](이하 상동). 왼쪽부터 박하늘, 곽지숙 배우. 

    〈햄릿의 비극〉은 극 대부분 햄릿(박하늘 배우)과 거트루드(곽지숙 배우), 클로디우스(김은석 배우) 세 명의 인물 간의 발화로써 진행된다. 이는 첫째 마주하는 대신 시종일관 정면을 향한다. 특히 햄릿과 거트루드의 비중이 높다. 어느 정도의 대화가 있지만, 셋 모두 극 대부분에서 각자의 독백의 심리를 전개하는 것에 가깝다―이 셋의 말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독백을 가정하며, 따라서 특정한 수신자를 위한 발신으로 감각되지 않는다. 대화랄 것은 햄릿과 거트루드 둘 사이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발생하며 이는 예외적으로 현실의 평면을 구성한다. 
    특히 햄릿과 다른 둘과의 발화의 간극은 하나의 평면에 이 셋이 속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데, 햄릿이 관객석에 더 가깝게 위치한다는 것, 거트루드와 클로디우스는 더 뒤에서 그를 관찰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는 것, 결과적으로 햄릿은 그 둘의 현실과 괴리돼 존재한다는 것과 연관된다. 동시에 햄릿은 주로 테이블 위가 아닌 그 아래 위치함으로써 그 속에 숨어드는 듯한 느낌을 준다―알과핵 소극장은 위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구조로서, 이를 강화한다. 하지만 이 테이블 역시 관객의 시선과 맞닿지 않는다. 따라서 이 셋의 인물은 일종의 거꾸로 된, 위에서 아래로 반쯤 눕힌 삼각형의 구도 아래서 정면을 향하지만, 그 사이의 중심에 맞춰지는 관객과의 마주침은 모두 공백의 상태로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이 말들은 모두 각자의 심리로, 그 심리의 발산으로 표현된다. 햄릿과 그 둘은 각각 동일자에 대한 죽음과 죽임으로 모두 분열된 상태이다. 

    왼쪽부터 곽지숙, 김은석 배우. 

    더군다나 극에는 어떤 현실에 대한 재현이 없다. 현실은 비어 있고, 테이블로 대체된다. 관객의 응시의 지점을 가로막는 또는 실패를 구성하는 테이블은, 거트루드가 그 앞에 앉거나(시선에서 더욱 멀어지거나) 중반 이후에는 시종일관 비스듬히 앉는 곳으로, 햄릿이 장악하지 못한 현실의 자리, 동시에 진실과 죽음을 유약하게 깔고 있는 위장의 표면을 의미한다. 햄릿은 바닥에 낙서하며 부친 또 오필리어의 시신이 잠든 땅에 낙서를 통해, 죽은 몸과 산 몸 사이에서 갈라지며 분열되는 자신의 몸을 수행한다. 햄릿은 따라서 현실―“썩고 더러운”―을 가리키는 테이블 대신 실재에 더 가깝게 위치하지만, 동시에 그는 응시를 비켜난다―햄릿은 현실(테이블) 아래 숨어 있는 듯 보인다. 반면 거트루드와 클로디우스는 현실에 존재하며 관객과 더 가깝지만 주체로 정위되지는 못한다―거트루드가 현실에 있다면 클로디우스는 테이블 가나 그 뒤에 위치하여 오히려 주변적인 인물, 자신의 심리를 거트루드에 비해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인물에 가깝다. 이들의 말은 햄릿이 좇는 죽음에 대한 애도 위에 뜬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햄릿의 비극〉의 무대는 그 존재론적 위치로부터 뚜렷하게 현상한다. 이를 제하면 무대는 거의 비어 있다. 

    왼쪽부터 성근창, 김은석 배우. 

    여기에 무대를 무대로 지시하는 스태프를 연기하는 배우, 가면을 씌운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누군가(성근창 배우)의 수행은 죽음에 대한 애도 행위보다는 실제의 물이 이 알 수 없는 배경이 극장임을, 곧 연극의 무대라는 실재 안에 각자의 바스러지는 말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음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무대 위의 수행은 낙서 외에도 탁구나 풍선 터뜨리기로 나타난다. 이러한 충격요법은 존재들의 심리의 연장선상인가. 아님 심리와의 분열을 의미하는가. 곧 심리가 모든 것인가. 아님 심리는 몸에 의해 전복됨을 의미하는가. 각자의 심리가 벗어나는 곳이 생겨난다는 것, 이 심리 바깥에 무언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그 심리가 거꾸로 안전한 말의 경계 안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이러한 실재의 조각들이며, 결과적으로 이 조각들은 심리의 말들을 연약한 신체의 조각들로 환유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또한 수행적이다.
    탁구는 기다란 테이블 위에서 이뤄진다. 사실 탁구가 가능한 거리가 아닌데, 탁구의 효과음에 맞춰 탁구를 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 된다. 여기서 수행적인 건 탁구공을 무대에 쏟아붓는 것이다. 그리고 그 깔린 탁구공이 발에 챌 때 나는 소리이다. 곧 무대를 빈 장소로 지시하는 것. 심리의 말들이 공허하게 울리는 곳. 곧 죽음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헤매고 허덕이는 말들일 것임을 증명하는, 거룩한 실재의 무덤을 증거하는 것들은 이런 작은 수행에 따른 지표성에 있다.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풍선을 연이어 터뜨리는 수행 역시, 언어화되지 않는 충격음으로써 빈 풍선의 폭발력을 가시화한다. 이는 사라진, 드러날 수 없는 빈 죽음의 공허함을 상기한다. 

    박하늘 배우

    레어티즈(성근창 배우)에 의해 클로디우스, 거트루드, 햄릿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순간은 매우 짧게 처리된다. 그 죽음은 땅과 나란히 잠듦으로 표현된다. 육체는 덧없고, 죽음은 필연적이다. 〈햄릿의 비극〉은 심리 드라마를 표방하며, 죽은 자에 대한 애도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죽은 자는 목소리로, 그리고 앞선 분무기를 뿌리는 존재와 같이 무대를 감싸고 있고, 경계선상에서 등장하고 사라진다. 여기서 애도가 현실의 어떤 지점을 상기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햄릿의 비극〉은 『햄릿』 자체로 회귀한다. 결과적으로 〈햄릿의 비극〉은 현실의 참조점 대신 밀도 있게 인물 심리에 초점을 맞춘, 『햄릿』의 다시 쓰기인 동시에 간결하면서도 수행적인 무대 미학을 통해 『햄릿』을 연극에 대한 은유로서 전유하는 연극이다. 곧 〈햄릿의 비극〉은 『햄릿』과 무대에 대한 탐구이며, 그 둘의 관계에 대한 탐구이다.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일시: 2021년 8월 26일(목)~8월 29일(일) 목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3시, 6시, 일 오후 3시
    공연장소: 알과핵 소극장
    원작: 셰익스피어
    연출: 이곤
    번역, 각색, 드라마투르그: 마정화
    출연: 김은석, 곽지숙, 박하늘, 성근창
    움직임 연출: 이두성
    보이스 코치: 최정선
    무대 디자인: 김수희
    조명 디자인: 이현승
    음악감독: 이승호
    의상 디자인: 고혜영
    소품 디자인: 박선희
    분장 디자인: 김근영
    기술감독: 강경호
    음향감독: 강지완
    그래픽 사진: 김솔
    영상촬영: 플레이슈터
    조명 오퍼레이터: 김건표
    음향 오퍼레이터: 전영식
    조명팀: 이혜지, 김병희, 유재홍, 김서현
    분장팀: 김기호
    조연출: 박수빈
    홍보: 고한비
    제작피디: 권연순
    제작: 극단 적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기획: 아트플래닛
    러닝타임: 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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