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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문,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 시대를 말하거나 역사를 구성하는 연극의 언어
    REVIEW/Theater 2021. 9. 13. 21:33

    극단문 제작, 정진새 작연출, 신촌극장 2021 라인업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 공연 컷[극단문 제공](이하 상동), 왼쪽부터 전선우 배우, 서지우 배우, 김준우 배우

    예술인에 대한 비하 장면을 포함한다고 하는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는 예술을 하나의 범주로 두며, 또 다른 정치의 한 범주로서 동물권이라는 의제를 다루고자 한다. 정확히는 그러한 의제를 다루는 사람들의 재현을 통해 예술에서의 새로운 의제로서 동물권을 내세운다. 여기서 예술은 보이지 않는 현실, 곧 동물권이 법으로 자리하는 데 역할을 했을 사람들의 말과 사유를 구성하고 보여주며, 법이 만들어진 절차와 과정을 인간 다시 배우의 그것으로 전유한다―동시에 법을 인간의 언어로 전유한다. 이러한 역할에는 배우의 기술과 개성이 반영되며, 정진새 연출이 함께해온 극단 문의 연기 양식 역시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시화되지 않은 동물권의 법에 대한 역사의 시공이 그려진다. 이에 따르면, (진보적) 연극은 보이지 않는, 진보적인 또는 진보적이지 않은 역사의 시공을 탐색하고 구성하는 행위이다!

    2020년에서 시작해 2년 단위의 역순으로 진행되는 연극에서 동일 장소로서 스타벅스라는 카페에서 진행되는 논의들에서, 재현적 대상―스테레오타입적―으로서 정치인의 보좌진들은 동물의 권리를 그 자체로 수용하는 입장에서 나아가 이를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전략적 차원의 “정치”를 구상하는 입장을 대체로 갖고 있다. 이는 ‘동물권 스터디’를 통해 개라는 하나의 동물을 당사자로 하여 작게는 개시장을 없애는 현실의 정치 운동으로부터 근본적으로는 개―나아가 개를 포함한 동물 일반으로 범위를 넓혀가며―를 국민으로 등록하는 헌법의 재개정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대상에 질문을 던지거나 감각을 자극하는 사유나 감각의 효과를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는 일반적인 예술―따라서 예술에 대한 해석이나 그것을 감각하는 관객의 내면으로 수렴하는 예술―과는 달리, 대중의 입장을 모으고 힘을 받아 법을 개정하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이것을 재현하는 게 연극이다―비가시화된 의제를 보이게 하는 것 역시 예술(연극)의 역할이다.)

    동물권 운동을 지향해야 할 것으로 이념화 또는 피씨함을 주장하는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는 사실 역순의 역사로써 법을 인간의 형상으로 재창조하고, 또한 인간의 언어로 재정초한다. 그리고 이것이 연극의 배우와 시간의 구성으로써 가능함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 예술은 비하되고 있는데, 예술을 사회의 한 영역으로 분할함으로써 예술을 객관화함으로써 그러하다. 공연에서 동물권의 의제가 예술인의 권익―예술인 권리보장법―이라는 것의 의제에 밀린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는 그 현실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현실에 귀 기울이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거나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전제한다. 곧 예술인의 권익뿐만이 아니라 동물권을 포함해 세계의 윤리에 대해 균형 감각을 갖춰 각각의 현안에 대한 문제를 동시적으로 살피는 데 실패하거나 한편으로 구제역을 동물의 존엄권으로 인지하는 데 실패한, 무엇보다 이를 예술의 재료로 가져가지 못한  “멍청한” 예술가의 무능을 이야기한다, 곧 이 모든 것을 시차가 아닌 동시적으로, 동시에 각각의 차이로써 다룰 예술의 위대함을 거꾸로 전제하며.

    예술이 아니라 예술인의 권익이라는 것이 하나의 범주이자 의제로서 예술계에서 동물권에 대한 의제보다 잘 가시화되고 수용되었던 바를, 사회의 차원에서 본다면, 예술 역시 사회의 하위 범주임을 나타내지만, 예술의 영역으로 본다면, 예술이 메타 예술로서 예술을 다룰 수 없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예술이 자체의 형식을 절대화함을 의미한다. 또는 예술이 사회의 예외이거나 바깥임을 의미한다. 검열이나 페미니즘 등의 의제가 동시 다발적으로가 아니라 하나씩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위한 운동이나 미투 운동에 의해 현실 차원의 연장선상에서 예술의 운동과 결과가 구체화된 것처럼, 그리고 사건 이전에 그것은 살펴지지 않았던 것처럼, 예술은 현실 앞에서 무능하다기보다, 곧 그러한 현실을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 아니라 현실을 앞서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무능하다. 나아가 예술은 운동으로서 현실에 개입하기보다 일회적으로 현실을 편취한다.
    그렇다면 예술이 동물권을 다루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인가. 그것은 일반적인 예술의 영역에서만큼은 빠르다―무엇보다 정확하고 완벽하다.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는 역설적으로 ‘앞서가는 예술’―그러한 형식을 취하며―이 현실을 초과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힙’스러운 예술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현실의 의제를 예술에 도입하며 우리의 인식주관을 변화시킨다. 예술은 예술의 역할론을 규정하기보다는 예술의 차원이 현실을 재규정하는 역능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예술에 대한 비하라는, 피씨를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이를 의도적으로 위반하는, 이 공연의 주의문은 예술의 무능이 예술의 자기 지시적인 언어가 부재할 때 오는 것임을 이야기하는 테제로 나아간다.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에는 과거의 끝에서, 동물권 법 제정 운동의 시초가 된 인물로  ‘고양희’(서지우 배우)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운동의 현실과의 비교 차원에서 동물권에 대한 이념형은 동물을 동등한 주체로 구성하려는 동물보호법의 큰 줄기를 보여주며 과거의 변주를 통해 실현되지 않은 현실과의 간극을 반복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따라서 가장 앞선 연도에서의 고양희의 말에서, 근본적인 동물에 대한 법 제정의 조각들은 공연에서 가장 진보적인 무엇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현실과의 거리를 벌리며 과감하게 이상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대단히 예술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두 사람, 사아람(전선우 배우), 강아재(김준우 배우)가 동물 관련 법 제정의 현실의 어려움을 호소한다면, 서지우 배우가 모두 연기하는, 신누리와 김민주에 앞서 등장한 고양희는 두 사람이 직면한 공고한 현실을 예외적으로 돌파하는 역할을 한다. 이 셋의 논의가 카페 안의 스터디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러한 논의는 현실 이전의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며, 비교적 자유롭고 사적인 언어의 교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시화되지 않은 이야기들의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실재를 향한 픽션이다. 여기서 서지우 배우는 현실의 조건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동물을 이야기한다. 앞선 테제에 따라, 이러한 뒤늦은 진리의 도착은 곧 연극의 시대 착오성―예술의 무능―을 이야기하면서, 예술의 자기반성과 시대적 지표로서 연극의 무능 너머를 동시에 이야기한다. 그런 경계선상에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의 비판적 유머가 있다.

    자연의 본성을 가진 동물이 인간의 반려동물로 정의되는 것 역시 타자화의 일종이라는 지적처럼,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는 동물법 관련한 현안―곧 정보의 압축적 전달―과 올바른 지식―피씨함의 논점들―을 발 빠르게 전달하며, 동물권에 대한 교육적 성취를 달성한다. 이것이 이 연극의 힙스러움에 더해진 표면적 완성도이다. 곧 그러한 논의 자체가 아니라 논의를 세공하는 인물들과 그러한 시간을 시대로 자리매김하며 새롭게 역사를 구성하는 연극의 힘 자체를 보여주는 데 이 연극의 의의가 새삼 있다고 보인다. 동시에 예술의 자리를 재질문하는 데 이 예술의 테제인 예술인 비하가 자리한다. 그렇게 이 연극의 숭고함과 그 균열이 공존한다. “예술인 비하 장면”이라는 건 결국 이 연극의 자기 내파의 지점이다.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신촌극장 2021 라인업
    [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 X 정진새 ]
    공연일시: 2021년 9월 5일(일) - 9월 11일(토)
    일-토 19:30 (약 80분 / 총 7회)
    공연장소: 서대문구 연세로13길 17 4층 옥탑 신촌극장
    https://forms.gle/4BzvXr1LJjsqKToj8

    [공연소개]
    정당이 다른 세 명의 국회의원 보좌관이 국회의사당 근처 스타벅스에서 동물법 개정을 위한 스터디를 진행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이들은 공부 대신 수다를 떠는데... 이들이 만든 동물법은 과연 세상에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
    ※본 작품에는 예술인 비하 장면이 있습니다.

    출연: 김준우, 서지우, 전선우 
    작.연출: 정진새 
    조명: 이혜지
    음향: 정혜수
    목소리: 탁이온
    제작: 극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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