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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빵〉, 징후적 주체, 전윤환의 자기만의 방
    REVIEW/Theater 2021. 7. 16. 11:47

     

    〈자연빵〉 공연 사진 [〈자연빵〉 프로덕션 제공](이하 상동)

    코인 열풍의 막차에 탑승해 전 재산을 투여한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실제 하루치 관객 수입의 동시 투자와 함께 진행하는 전윤환의 수행적 연극인 〈자연빵〉은, 전윤환의 삶의 불순물들을 매끄러운 짜임으로 구성하는 대신 단순히 시간을 축적하는 식으로 흘려보낸다. 
    달리 말해 전윤환은 여러 파편적 화두에 관한 자기 생각들을 본인의 의식의 흐름인 양 제시하는데, 이는 하나의 내러티브로, 완결된 인물로 구조화되지 않고, 단지 전윤환이라는 인물의 역사, 곧 개인사로 자리하게 된다. 따라서 전 작 〈전윤환의 전윤환_자의식 과잉〉(2020)은 오히려 혼자 무대를 누비는 〈자연빵〉에서 온전히 수행된다. 엔딩 크레디트는 올라가지 않지만 관객이 자리를 뜨게 하는 마지막 엔딩 곡, 허정혁의 ‘알지 못한 채’의 가사는 이 극을 적확하게 표현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 나도 나를 모르는 채로 / 어떤 삶을 꿈꿔왔던가 /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보통 개인사를 사회사로 바꾸는 과정, 그로써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이 예술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라면, 이 작업은 사회 속의 나를 조금 더 특수한 나, 곧 전윤환으로 자리하게 하는 것으로 나아간다는 특수함을 구성한다. 

    스크린을 따라하는 연기자의 연기는 이것이 연기임을 지시한다. 이는 전윤환을 연기하는 전윤환이라는 콘셉트이면서, 전윤환의 과잉적 재현을 통한 전윤환의 자의식 과잉을 드러낸다. 곧 전윤환이라는 과거 공연 이미지의 재현과 현재 그것을 따라하는 모방자의 순수한 기술과의 불일치를 드러냄으로써 연기의 수행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전윤환을 유희적으로 분열시킨다.

    자신의 위상학을 정립할 수 없는 전윤환과 관객이 거리를 둘 수 없는 실제의 범람으로 인한 연극의 과잉이 구성하는 하나의 세계를, 곧 존재의 절대성과 연극의 불가능성이 만나는 지점을 이 연극으로부터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연빵〉의 전윤환을 진리가 아니라 일종의 징후로 보는 것과 같다. 

    빵과 인형극단의 유튜브상의 공연 모습과 그에 관해 이야기하는 전윤환

    이 연극은 선행된 연극의 레퍼런스를 전제한다. 이러한 레퍼런스는 메타 연극에 의의를 두기보다 전윤환의 자의식의 얼룩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차원에서 연극 안에서도 흩어지는 조각으로 분포하는 데 가깝다. 
    빵과 인형극단이라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빵을 나누어 먹는 연극 공동체의 예는 단순한 소재거리에 그친다는 인상을 주는데, 빵 굽는 오븐을 빌려준 친구의 과잉된 소비에 대한 염려라는 컨텍스트의 전달과 함께 점점 시간에 따라 극장을 뒤덮는 빵을 굽는 향기라는 후각적 기표의 확장, 나아가 미래에 대한 염려와 불안과 연동하는 현재의 처지를 안위하는 막걸리 안주로 그 구워진 빵을 활용하는 것을 통해 빵과 인형극단은 연극의 형식에 대한 의미 대신 무대의 컨텍스트를 구성하는 유용한 맥거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안온함이 되어야 할 식사의 연극적 이데아로서의 이념형은 반대로 〈자연빵〉의 무의식으로 ‘숨어들고’ 있음을 절대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레퍼런스는 크리스 콘덱의 〈죽은 고양이의 반등〉이라는 작품으로, 〈자연빵〉 역시 공연 중 실시간 가상화폐 투자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형식을 전유했다고 할 수 있는데, 〈자연빵〉은 연극을 해서 번 돈 모두를 가상화폐 투자와 맞바꾸는 시도, 곧 공연 홍보의 슬로건이기도 했던 시도를 다시 현재 새로 생긴 관객을 통한 수익을 공연의 시간 동안 투자로 맞바꾸는 것으로 반복한다는 점에서, 주식투자의 수행성이 새롭게 구성하는 일시적인 극장의 형식이 전윤환의 삶의 연장으로 환원되며 공고해진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앞선 빵이란 육신이 전윤환에게 귀속되는 것과 같이 관객은 주식투자에 참여하지 않고 그것을 목격하기만 한다.) 따라서 〈죽은 고양이의 반등〉의 인용은 빵과 인형극단의 언급처럼 그것의 새로운 형식의 지시나 그것의 형식미나 연극적 의의를 논하기보다도 이런 연극도 있(었)다 또는 이러한 것도 연극이(었)다를 설명하는 것에 가깝다.

    농사를 지으면서 제거해야 할 벌레의 처지는 사회 내 경제적 생산양식을 온당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예술가를, 그리고 도시에서 떨어진 전윤환의 삶을 유비한다. 상징계 바깥의 어딘가에서 부유하며 여전히 상징계를 벗어날 수 없는 전윤환은 여느 평범한 사람처럼 단기간에 부를 축적하고 그것이 새로운 인생을 열어젖힐 것이라는, 작지만 웅장한 꿈에서 미끄러지며 이 연극은 시작될 수 있었다. 동시에 연극 하는 자아가 연극 바깥의 행위를 하는 것으로부터 연극이 시작되었다(물론 코인 경제가 기존의 화폐경제에 대한 대안적 측면을 갖고 있겠지만, 이는 〈자연빵〉 안에서 사회 현상의 한 단면으로 수렴한다). 그것은 물론 어떤 연극을 구성하는 것과도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예술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 곧 벌레처럼 사회로부터 삐져나왔지만 동시에 사회에 속할 수 있는 조건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연극인의 어떤 상을 그릴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연극인의 ‘자기 고백’은 대사보다 이야기하기의 사실적 외양에 가까워지며 연극의 한 형식을 띠게 된다. 

    단순히 연극이 삶의 부차적인 조건이라는 것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연극의 간극을 마주하면서 연극 하는 전윤환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자연빵〉은 비대하고 왜소한 파편적 조각들로 구성되는 형해화된 한 연극인의 자아를 보여주며 평범한 대중과 비범한 예술가의 상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는, 그 둘로부터 이탈하는 분열된 예술인이라는 상을 정초한다. 아니 그 분열을 빵의 향기처럼 극장에 전염시킨다. 

    전윤환의 자의식 과잉은 〈전윤환의 전윤환_자의식 과잉〉에서의 역할들로 이양된 연극적 형식을 탈피해 전윤환의 분열된 삶의 양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전윤환이 전윤환을 연기한다기보다 전윤환이 전윤환의 공백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할까. 무엇보다 신촌극장의 창문을 열어젖히는 장면은 장소 특정적인 극장의 감각으로 인계되는 데 그치기보다 자연과 더 가까운 강화도의 한순간을 재현한 것으로 감각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빵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은 서울이 아닌 그의 주거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강화도에서 떠도는 착잡한 전윤환의 내면을 환기하는 장면으로 생생하게 다가왔다. 
    관객-공동체의 신체를 이룰 빵은 관객과 분리된 채 전윤환의 우울한 신체로 전화(轉化)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우울한 자아를 전윤환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연극은 재현적이기보다 다분히 징후적이다. 어떤 결말로도 인계되지 않은 현재의 늪으로 연장되면서. 

    따라서 무대가 사라진 따라서 관객의 현존이 담지될 수 없는 무대의 흩어진 관객은 보통의 개인 투자자의 꿈을 안은 실패한 예술가의 현재로 옮겨진다. 숭고함은 그렇게 비루함과 뒤섞이며 연극(인)의 모습을 명징화한다. 

    〈자연빵〉은 외양상 렉처(강연)를 퍼포먼스라는 형식으로 확장하는 예술 장르에서의 렉처 퍼포먼스 또는 자기 서사에 기반한 드라마트루기의 형태를 띤 포스트 드라마틱 씨어터의 예시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연출이라는 불투명성의 공백 대신에 ‘전윤환’이라는 역할을 구성하고 수행하는, 가난한 연극이라는 조건에서 자기 서사적 진실로써 극을 봉합함으로써 어떤 시대의 과잉이 존재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곧 서사의 균열에서 리얼의 힘이 나오는 작업이라 하겠다.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 정보]

     

    신촌극장 2021 라인업
    [ 자연빵  X 전윤환 ]
    2021년 6월 17일(목) - 6월 26일(토)
    평일 20:00, 주말 16:00
    (약 60분 / 총 10회)
    서대문구 연세로13길 17 4층 옥탑 신촌극장
    https://forms.gle/sfsWDRvzwQBBpPp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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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소개]
    십 몇년동안 연극하면서 저축한 돈이 조금 있다. 엄밀히 이야기 하면 연극 유사(또는 언저리) 활동을 하며 번 돈인데 그 돈 모두를 가상화폐에 올인 했다. 말 그대로 전 재산을. 이 이야기를 신촌극장에서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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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티켓 안내]
    회당 14석
    티켓 전석 20,000원
    *예술인할인 없음

    작.연출.출연 #전윤환,
    PD #권근영, AD #박세담,
    조명 #이도준, 무대 #강민지 #이윤하, 
    그림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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