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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set 프로젝트, 〈관람모드-있는 방식〉: 극장으로써 다른 삶의 존재 방식을 자각하기
    REVIEW/Theater 2021. 10. 8. 16:02

    0set 프로젝트, 〈관람모드-있는 방식〉.(이하 상동) 바닥에는 인터뷰의 문장들을 인용해 놓았다. 이러한 문장은 사진과 같이 그 내용에 해당하는 장소를 직접적으로 지시하기도 한다.


    이동―출발과 도착, 그리고 머묾―은 〈관람모드-있는 방식〉의 시작과 끝, 곧 형식적 골자를 이룬다. 출발과 도착의 장소는 같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운영하는, 국회의사당역 앞 이룸센터가 그 장소가 된다. 사실상 여기서 무언가가 진행되지 않지만 이 장소는 공연 자체가 장소의 서사라는 전제에서 텅 빈 기표의 공간을 질문으로 채우게 하는데, 공교롭게도 법을 제정하는 의회와 인접된 곳이라는 점에서, “법”을 키워드로 한 페스티벌의 전체 지향점과 맞물린다. 〈관람모드-있는 방식〉은 법이 있기 전의 장애인 시설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흡했을 때부터, 오늘날 법의 탈시설의 수용과 같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변곡점에 새겨진 법의 무늬들을 확인할 수 있다. 
    폐쇄된 장소에서 이전의 기억을 듣는 것과 탈시설 운동의 이념으로 초점화해 가는 목소리는 장소의 부재를 증명하는 한편, 극장과 배우의 자리를 대신한다.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의 이정하 활동가와 향유의집에 살았던 김동림 님의 참여가 그것이다. 공간 곳곳은 인터뷰로 채워져 있는데, 인터뷰에서 발췌한 문장들, 영상들, 그리고 그 옆에는 영상으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달아 놓았다. 따라서 0set 프로젝트는 사건에 대한 입장과 해석을 직접적으로 내는 대신, 장소와 목소리를 즉물적으로 감각하고 관객 스스로가 판단할 것을 제안한다. 

    향유의집 벽에 붙어 있는 「진정함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지침」. 진정함 설치는 표면적으로는 인권의 확장에 기여하는 장치일 수 있으며, 또 한편으로 그 진정함을 통해 인권의 간극을 온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지를 담보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일 것이라는 점 역시 생각하게 한다. 〈관람모드-있는 방식〉은 명목상의 장치와 현실의 부조리 사이에 진정함 설치의 의미를 두는데, 곧 이정하 활동가의 말은 그 둘 모두로 진정함의 의미를 수렴시키지 않으면서, 그 둘의 간극을 어느 정도 가늠하게 한다. 
    향유의집의 연도별 거주 인원과 탈시설로 나간 인원 등을 함께 적은 연표―정확히는 연도, 거주인, 사망, 전원(타 시설로 옮김), 원가정 복귀, 지역사회 자립, 자립주택, 직원 순이다.―는 향유의집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역순으로 차곡차곡 새겨져 있다.

    화장실을 열어놓고 사용해야 한다거나 한 방에 일곱 명씩 같이 지냈다거나 건물을 나갈 수 없게 복도 끝에 나무 데크를 해놓는다거나 한 번에 여러 사람씩 죽어 나갈 때 무연고자의 상을 치르는 방이 있었다거나 하는 기록과 말은 끔찍하기보다 담담하게 장소에 얹히는데, 어두침침하고 눅진한 환경을 밟고 거닐며 유령처럼 장소를 더듬어갈 때 주는 이곳이 나의 삶이었다면 하는 가정에서 오는 충격이 그 아래 있다. 인권 유린의 행위가 넘쳐났다는 것의 구체적 이야기들은 언급되지 않는데, 〈관람모드-있는 방식〉은 당사자와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는 반면, 이를 장소 자체와 결부된 기억, 삶의 기초적 조건과 환경의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인권에 대한 질문으로 수렴시킨다. 
    탈시설, 곧 시설이 아닌 자기 몸을 온전히 누일 수 있는 집에서 일반적인 사람들과 섞여 사는 환경을 위한 운동 차원에서, 탈시설을 한 당사자의 성공적 적응기를 전하는 이정하의 말이 후반부에 놓이는 것처럼, 〈관람모드-있는 방식〉은 부적합한 시설에서의 삶과 그 이후의 대안을 탈시설로 수용하는 듯하다. 이러한 탈시설은 우리가 시설에서 탈시설로 돌아가는 경험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전달되는데, 김동림과 인접한 두 개의 장소가 이를 입증한다―“자립”에서 “김동림의 집”으로. 김동림의 장소들은 탈시설 이후 그의 삶을 지지하는 주요한 근거가 된다면, 이룸센터는 장애인의 개별자들을 매개하며 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추상적 이념의 장소로 개별자들과 떨어져서 이를, 공연을 감싸고 있다.

    이정하 활동가가 향유의집의 바깥을 내다보는 유리창으로 구성된 사이 공간이 주는 환기의 감각이 답답한 시설로부터 긍정의 요소가 될 수 있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향유의집에 거주했던 김동림 분은 이정하 활동가와 함께 〈관람모드-있는 방식〉의 주요한 배우가 된다.

    이룸센터에서 출발 이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중간 경유지로 가져가며 김동림을 태우고 도착 이전에 중간에서 김동림의 집을 들른 것은 애초에 전동 휠체어를 수용할 수 있는 버스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했는데, 이를 통해 김동림을 관객과 같은 위치로 두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장치로부터 장애인을 우리의 현존으로 초대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를 환대하는 주체로 변환한다. 이는 버스 중앙 공간을 극장으로 탈바꿈하는 것, 곧 극장에서 장애인의 극장 접근성의 정도를 측정하고 이를 가시화하는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극장의 자리를 구성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김동림 자체가 공연의 서사를 지탱하는 강력한 현존이라는 것이 전제된다.
    김동림이 타고 나서 진공 상태로 있던 버스에서의 서사가 재편되는데, “김동림의 음악방송”이 진행된다. 신청곡 4곡은 버스에서 향유의 집으로 이동하며 그리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나온다. 이러한 노래는 누군가의 사연을 받은 것이며, 곡 자체에 작품과 관련한 내용을 엄격하게 담보하지는 않는다. 반면 이러한 DJ의 역할로서의 김동림은 조금 특별한데, 그의 현존 위에 덮이는, 녹음된 그의 목소리는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전해준 노래를 자신의 취향과 가치판단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매개자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만한 지점은 전적으로 음악 자체가 예술이라는 보편성으로 수렴할 수 있음에서나 그 스스로가 편견 없는 예술의 수용자로서 위치해서가 아닌, 궁극적으로 예술이라는 명목 아래 민주적인 네트워크의 창발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공연을 구성하는 이동 시간에 스크린에는 출발 이후 디제이로서 김동림 분이 튼 청취자가 신청한 선곡들이 차례차례 나온다. 

    극장이 버스에서 임시로 개설되고(김동림의 실제 목소리가 지배하지는 않지만 그의 무대임은 분명하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이들의 신청곡이 흘러나오는 것은 이후 도착할 향유의집에서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대신, 받아들이게 된 환경에 상응한다. 시설 내 존재의 뒤얽힘들, 그리고 전시를 보기 위해 마주하는 관객의 형상들과 흔적들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존재로부터 수축하고 수렴하는 자신을 인지하게끔 한다. 
    장소로 관객을 데려다 놓는 것, 그 위에 쌓인 역사를 이야기로 헤집어 놓는 것, 마찬가지로 기억을 헤집어 이 현재 장소에 대한 것과 그 장소 이전의 것들을 증언하는 것까지 장소의 부재를 기억의 현존으로 치환하는 김동림과 이정하의 목소리는, 공연이 자신을 기꺼이 내주었기에 가능하다. 아니 그와 또 그와 관계 맺은 장소에 그들을 다시 초대함으로써 가능하다. 이 장소에 관객과 그들을 함께 둠으로써 가능하다. 이정하가 투어에서 처음 말을 시작할 때 떨린다고 한 것처럼,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공연은 여전히 특정할 수 없는 관객들이 자리하는 극장의 엄숙함과 긴장을 간직한다. 곧 〈관람모드-있는 방식〉은 현실을 극장으로 구성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 극장의 문법을 가져온 것이다. 극장의 문법을 해체하고 질문하며.

    〈관람모드-있는 방식〉은 그 끝으로 향유의집이 폐쇄된 곳임을 인지하게 한다.

    이덕진의 노래, ‘내가 아는 한가지’가 흘러나오며 공간을 나선다. 이는 김동림이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다는데, 그와 맞물려 시설은 다시 이정하에 의해 자물쇠로 잠기며 폐쇄 상태로 돌아간다. 일종의 다크 투어로서 0set 프로젝트의 〈관람모드-있는 방식〉은 지난 과거의 응축된 지점을 현재의 빗장으로 열어 어떤 대안의 미래를 지시하기에 이른다. 김동림이 위치한 현재는 탈시설이 자리한 어떤 미래이자 돌파해야 할 현실의 무게임을 일러준다. 문턱 없는 극장은 문턱 없는 세상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음을 0set 프로젝트는 〈관람모드-있는 방식〉에서 극장의 입구가 아니라 세상의 입구를 가시화한다. 법이 새겨진 시설과 탈시설의 경계에서.
    주거의 문제를 시설, 궁극적으로 법에 위임했던 이들의 자취, 곧 우리가 간과했던 세상의 문턱을 가시화하는 방식으로서 〈관람모드-있는 방식〉은 이미 폐쇄된 공간에서, 구경거리로서 현재를 소비하지 않으면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그 스스로 과거의 기억을 마주할 수 있는 이로부터 그 장소를 체현하게끔 한다. 현실이 극장으로 전환하는 순간들을 제시하듯 0set 프로젝트마침내 극장이 다른 현실로 나아가는 전환의 입구와 출구를 만들며 이를 가능하게 한다. 장소는 그렇게 갱신되며 존재한다. 극장 역시도. 

     

    오른쪽의 김동림 분, 그 정면에 〈관람모드-있는 방식〉의 관객을 태운 버스의 모습이다.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제작진〉

    기술_김석기
    드라마트루그_김슬기
    그래픽/진행_김은정
    조명_김지우
    공간_김혜림
    사운드_다이애나밴드
    조연출_박한서
    구성/연출_신재
    영상/기록_우에타 지로
    구성지원_허선혜
    수어/자막 영상편집_민아영
    수어통역_수어통역협동조합
    문자통역(현장)_AUD사회적협동조합

    그래픽 디자인_김유나
    기획_ 코르코르디움, 혜화동1번지 7기동인

    제작_0set프로젝트
    주최주관_다이애나랩
    협력_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단체소개〉

    0set프로젝트는 전자저울의 버튼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명제’를 저울 위에 놓고 다시 사유하고자 2017년도에 결성하였다. 조사, 인터뷰, 워크숍, 기록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 중 일부를 공연으로 제작한다.

    주요작품| 거리두기, 관람모드-만나는 방식, 기록의 기술, 연극연습2:배우는 사람, 관람모드-보는 방식,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바람없이 외
    Instagram @0set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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