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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오진 작, 연출,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 현실에 개입하는 목소리
    REVIEW/Theater 2021. 10. 5. 21:52

     


    이오진 작, 연출,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 ⓒ박태양[사진 제공=호랑이기운](이하 상동). 중앙 하단에 혜인(신윤지 배우), 그 위는 교회 목사(마두영 배우).

    정중앙 상단에 십자가가 자리하고 그 아래, 목사의 단상이 배정되는 교회의 물리적 장소성을 극장 전체로 전유한 것은, 이 연극의 언어가 사실임 직한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것과 맞물리는 한편, 장소적 아우라가 한 개인―여성, 청소년, 약자―에게 가해지는 위계와 폭력이 극의 주요한 모티브임을 지시한다. 드라마 연극의 외양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극의 드라마는 전개가 빠르며, 최소한의 간결한 전사를 전하는 데 그친다. 다른 한편으로, 일상의 시간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식으로 극은 극사실주의적으로 편집된 것 같고, 이는 특히 라이브 연주와 노래가 나온다는 것에서 그러한데, 라이브 공연의 경우, 장소의 아우라가 단지 무대 세트라는 간극을 은폐하기 위함이거나 공연을 통한 매체적 확장을 전시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특이점은 없어 보인다. 곧 무대를 노출하는 밝은 조명과 노래의 밀도는 교회의 정면 외에 남은 디테일들을 채우는 대신 빈 공간을 사실주의적인 공간으로 구성하는 측면이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영(이지수 배우), 다영(정은재 배우), 예수(변승록 배우), 전도사(이산 배우).

    그럼에도 여러 곡은 차근차근 쌓이면서 사실주의적 구성을 입증하고 또한 배우의 또 다른 능력과 기술적 숙련도를 보여주는 것이면서 나아가 그 자체로 회화의 언어가 아닌, 음악극적인 구성을 통해 극의 다성부를 구성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서사 자체가 매우 간단하면서 동시에 의도적으로 압축적으로 제시되는 부분과도 관계가 있다. 곧 음악은 형식적인 차원에서 강렬한 록을 구사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언어를 찬송가에 얹힌 정도로 사용된다―〈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는 여러 음악을 사용하지만, 음악적 색채의 다양함과 음악적 성취, 라이브의 쾌감을 체감할 수 있지는 않다. 
    시온교회 청년부의 혜인(신윤지 배우)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 처음의 미스터리는, 혜인의 남자친구였던 예수(변승록 배우)의 폭로로 인해 급작스레 드러난다. 사귀며 성관계 이후 낙태하게 된 배경은 여자친구의 연락이 끊긴 예수의 궁핍하고 피폐한 정신에서 폭로되지만, 이는 단순히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닌 교회 목사(마두영 배우)의 터부를 건드리고, 더 정확하게는 낙태를 터부로서 새롭게 정의하는 동시에 물리적인 신체로써 이를 겪은 혜인의 죄로 환원시킨다. 

    교회라는 폐쇄적인 집단, 혜인이를 비롯한 청년부에게 절대적인 세계 자체는 이 극장 자체를 러닝타임 동안 나올 수 없음에 상응하는데, 혜인은 이곳을 떠나기보다 오히려 되돌아와 예수와의 연애가 아니라 예수의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동의 없는 폭로를 비판하고, 현재가 아닌 근본주의적 교리의 집착과 혜인에게 모든 죄를 전가하는 목사의 부당함에 강력하게 항의한다. 여기서 혜인은 장르적으로 록커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찬송가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편집된다―묵묵하게 그 연주와 노래를 하는 청년부 밴드의 모습은 이 공연이 음악극을 지향하고 있음을 또한 이 노래가 현실의 대사와 다른 발화이며 메시지 자체를 승화시킨 것임을 드러낸다. 
    혜인이 관객석에 있다가 뒤돈 상태에서 일어서서 목사에게 항변하는 모습은 법정극 같은 장르의 변모를 급작스럽게 실천하는 것과 같다. 예수가 죽었다 살아 돌아오는 만큼 혜인이 영원히 풍문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닌 나타나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련을 전복하는 것은 이 극이 사실주의적이라기보다 앞선 모습이 일종의 반전을 위한 헐거운 사실들의 나열이었음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목사 역의 마두영 배우.

    한편 관객석을 쳐다보며 관객석으로 청년부에 대한 비판을 연장하거나 그 스스로가 관객의 위치를 전유하는 것과 같이 극은 극장 전체를 교회로 따라서 관객 모두를 시온교회의 일원으로 두려고 한다. 혜인의 비판과 항변은 정치적인 목소리를 부조리한 현실의 주석으로 끼워 넣는 것, 곧 현실 비판적 목소리가 그 현실을 비집고 빠져나오는 것을 보여준다. 일종의 브레히트의 서사극 기법이 차용된 것과도 같은 전환에서, 잘못된 책임 전가와 낙인찍기로 고통받았을 수많은 혜인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를 (우리의 위치의 연장선상에 있던) 혜인의 위치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비단 시온교회 청년부의 일만이 아닐 부조리는 시온극장의 이름을 딴 따라서 장소 특정적 전유로 보이는 시온교회라는 사실 같은 허구의 상정을 통해 작위적이고 헐거운 현실을 파고드는 강렬한 목소리로써 내파된다.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는 몇몇 사실주의적 극의 모습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음악극이라는 장르적 문법의 활용―이 역시도 서사극의 용법에 흡수될 수 있다.―과 서사극의 거리 두기적 실천을 통해 이를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으로만 보여준다. 

    우유부단한 모습의 예수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임에도 사건에서 빠진 방관자가 되는데, 예수라는 이름은 현재의 남성으로 치환돼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이며 주체의 역량을 가져가지 못한다. 실제 신의 자리로 예수가 등장해 판타지처럼 목사와 혜인 사이에서 혜인에게 힘을 실어주는데, 이러한 판타지 역시 단순히 꿈이기보다 현실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공연이 일부러 예수라는 이름을 남성에게 부자연스럽게 부여한 것처럼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오히려 혜인으로, 여전히 남성에게 부여된 신성함의 자리를 누추한 껍데기로, 신의 목소리와 내통하는 자는 피해를 본 당사자로 드러내며 부조리한 교회의 위상에 생채기를 낸다.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는 비판적인 극이며, 사실주의적 극은 아니다. 사실주의적 요소는 사실 목사나 교회의 클리셰를 재현함에 가깝고, 이는 교회나 목사에 대한 약간의 패러디나 회화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임 직한 재현 차원의 현실은 실상 약자의 삶의 정치적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배경과 전제 차원에 가깝다는 점에서 재현은 인물과 장소로부터 미끄러진다. 그리고 혜인이를 제외한 그 누구도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혜인이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를 고려해줄 것을 목사에게 요청하는 전도사(이산 배우)나 혜인이를 비판하는 교회의 입장에 동조하는 자신의 동성 파트너인 시영(이지수 배우)에게 교회 내 자신의 동성애를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회의와 물음을 표하는 성찬(송광일 배우) 정도를 제하면 어떤 인물도 설득력을 갖지는 못한다. 

    시온극장이 시온교회가 되듯 이러한 현실이 산재해 왔음을 인지하는 것은 이 현실 배경이 리얼하면서 동시에 일종의 표피이자 거죽임을 드러내는 이중의 방식, 곧 재현과 그에 대한 지시의 차원이 극을 구성하는 것으로 가능해진다. 곧 클리셰의 연기와 재현은 이를 안에서부터 보는 혜인이의 시선이나 목소리로부터 깨어져 나간다. 사건으로서의 주체, 혜인은 사회가 강요한 선입견에서 벗어나며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출현한다. 그리고 이 질문이 현실의 일원으로 비판받았던 관객이 현재의 시점에서 현실을 비판하며 개입하는 관객의 성찰로 연장됨을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는 의도한다.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 개요]

    작.연출: 이오진
    출연진: 신윤지, 마두영, 변승록, 송광일, 이지수, 이산, 정은재
    연출부: 이다빈
    드라마터그: 장지영
    자문: 임성현
    조명: 신동선
    무대: 장호
    음향: 임서진
    의상: EK
    무대감독: 이현석
    오퍼레이팅: 오기택
    홍보사진: 이지수
    공연사진: 박태양
    기획: 나희경
    제작: 호랑이기운
    협력: 페미씨어터 & 플레이포라이프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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