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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혜진,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할 수 없음의 신체들
    REVIEW/Dance 2022. 1. 1. 19:55

    장혜진 안무가의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 ⓒ복코 [사진 제공=He Jin Jang Dance](이하 상동). (사진 왼쪽부터) 김명신, 장혜진 퍼포머.

    장혜진 안무가의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이하 〈x-being〉)는 일정 부분 〈흐르는.〉(신촌문화발전소)에서 출발한 바 있다. 확장된 무대와 사운드, 오브제, 모빌 등이 더해진 가운데, 장혜진과 서로를 상호 복제 하는 듯한 퍼포머 김명신이 함께 있다는 것 등은 물론 차이를 가져온다. 존재의 상호 얽힘과 차이들의 수용 차원에서 그리고 확장된 공간을 활용한 퍼포머들의 인-아웃 또는 장소 변경을 통해 장면의 복잡도와 시각적 세공도가 더욱 커진다. 그리고 모든 움직임과 장면을 하나의 몸으로, 조금 더 정확히는 하나의 몸에 모든 움직임과 장면을 ‘투과’시키던 장혜진에 대한 집중은 많은 부분 분산되며 (공간적으로) 산란하고 또 (매체적으로) 확장된다. 
    티머시 모턴의 용어로서 “존재의 흔들거리는 유령성”[각주:1]으로 그의 책에서 언급되는 “x-being”에 대해 〈x-being〉은 다양한 움직임과 관계를 통해 이에 대한 질문의 과정을 관객에게 수여한다. 관객은 무대 가를 둘러앉으며 그러한 ‘x-being’을 초대하는 “당신”으로 〈x-being〉이 호명하고 있는 셈이라면, 관객은 〈x-being〉에서 그 ‘어쩔 수 없음’의 존재가 펼치는 광경과 마주해야 한다. 곧 침투에 가까운 무의식적 작용, 또는 수동적 자세를 강조하는 폭력, 나아가 미래에 선취되는 어떤 당위가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문장으로 된 제목에 있다. 아울러 일종의 네모나게 구획된 원형극장은 관객을 상호 노출시키며 공연의 장면으로 삽입시킨다. 

    비체이거나 객체인 어떤 사물들은 사물의 용도로 사용되는 대신에 신체와 관계 맺거나 전용되거나 시지각적 오브제로 공간에 ‘함입’된다. 나아가 퍼포머는 공간에 시간의 흐름에 의해 산포되지만, 또한 물리적으로도 형해화된다―흐물거리는 비정형의 신체는 주체의 자율적 역량에 의해 통제되는 대신 통제될 수 없음을 지향한다. 이러한 주체의 움직임과 말은 주체의 자리를 바깥으로 이전한다. 말 역시 주체의 자리를 구성하지 않는다. 처음에 장혜진과 김명신은 한쪽에서 노트를 읽고 있다. 그것은 전체를 향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완전한 구문이나 의미 단위를 제대로 형성하지 않는 이후의 말들 역시 결코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어떤 반복을 통해 그것이 들리는 것으로 비로소 인지되는 가령 “차가움”이라는 단어조차도 감정의 속성을 전달하는 것인지, 사물의 속성을 설명하는 것인지, 관계로부터 비롯된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그 말은 선언적이거나 설명적이거나 지시적이지 않다. 이러한 확장 가능성을 띤 불투명도를 극대화한 단어, 곧 마치 성대와 접지되지 않는 것처럼 중얼거리는, 그럼에도 일정한 의식 형태를 완전히 비운 것 같은 상태의 차원에서 비롯되는 말은, 일종의 사물처럼 공간에 놓인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무의식의 산물로는 볼 수 없는데, 의식의 단서라면 기록과 읽기라는 공연 전에 위치한 시간 정도로, 이후 무의식과의 경계를 뚜렷이 이루는 부분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퍼포머들은 어떤 주장이나 의견, 생각을 발화하는 게 아니라 어떤 뒤틀린 신체, 나직한 말, 위치성, 변용, 정동 같은 즉물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일종의 클라이맥스인 양파들이 천장에서 내려오고, 양쪽에 마이크가 달려 돌아가는 전동 모빌 곁에 구음을 하는 두 퍼포머의 출현 장면, 곧 김명신이 의사-성악을 보여준다면, 장혜진은 반복된 음절들을 주억거리는데, 두 퍼포머의 소리가 돌아가는 마이크와 가까워지면 그 소리가 하울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때 “아-에-이-오-우” 같은 모음 계열이 한 음절씩 객석 쪽에서 터져 나오는데, 〈x-being〉의 가장 생산적이고 동시에 인공적인, 다양한 외부 효과를 창출하는 건 바로 사운드다. 사운드 디자인을 맡은 지미 세르는 웅성거리는 바깥의 표면에 여러 존재를 가동시킨다―이는 처음에는 분위기를 적당히 맞추는 앰비언트 사운드 같다가도 이처럼 존재의 음성이 삽입되며 일정한 존재들의 합창처럼 여겨지게 된다. “당신”의 위치는 “x-being”이란 존재의 배경을 이루고 있음을 재현한다. 또 지미 세르는 앞선 두 퍼포머의 목소리를 녹음, 믹싱해서 삽입하기도 하는데, 이는 부각되기보다 배경의 일부가 된다. 

    장혜진과 김명신의 관계는 미미크리로 맺어지는데, 이는 마주 볼 때 그나마 극대화되지만, 의식적으로 이뤄진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의식을 이룬 신체들로서의 위상을 내려놓는다고는 할 수 있겠다. 두 사람 간에는 일정 정도 시차가 있고, 형태의 동형성을 유지하지만,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둘의 모방은 물리적으로는 복제와도 양식적으로는 군무와도 다르며, 거울 효과같이 관계 맺지 않고 ‘우연하게’ 이뤄진다. [각주:2] 두 퍼포머가 무대 가를 이동하는 가운데, 마이크 하나를 들고 관객 무릎 위를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처럼 움직임은 바깥을 향하고, 경계를 끊임없이 지시하는데(불투명한 얼굴은 소통의 기호를 선사하는 대신 유령으로서 감지되지 않는 퍼포머에게서 이전된 관객의 위상을 건드린다.), 이는 카펫이 두 개씩 하나의 사선 끝점에만 위치하는 것과 같이, 무대를 대략 사선으로 가르는 양 끝에 위치해 무대를 양분한다. 
    무대의 정면성을 지우는 이러한 바깥에의 정향과 복제된 행위의 동시성은, 행위의 효과를 기도하는 〈x-being〉의 방식과 함께, 두 존재의 쌍생아 같은 친연성을 보여주지만, 의식적인 차원의 따라 하기와는 거리를 두는데, 어떤 명확한 선분을 긋거나 정확한 속도를 지정하는 대신, 〈x-being〉은 끊임없이 어떤 정위될 수 없는 신체, 어찌할 수 없음의 신체를 가정하고 움직이는 듯하다. 

    수렴과 발산이 아닌, 수축과 확장이 아닌, 느슨해짐과 단단해짐이 아닌 움직임은 더 이상 몸이 확고한 재현의 대상을 찾거나 정서를 표현하거나 춤의 유려함이나 테크닉을 진열하는 데 사용되지 않기 위한 어떤 몸부림이라고 메타적으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반면, 이러한 움직임은 비체-되기, 오브제-되기, 나아가 공기와 같이 사라지기라는 철학적 언명으로서의 발화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되기는 한편으로 안무가 스스로를 무대로 투신하는 차원에서 온전한 수행성을 갖는 것으로도 보이는데, 이것이 모두 사전 스코어에 따른 표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고 해도 움직임은 수행의 틀 안에서 시차와 오차를 생산하는 범위로 나아간다. 이러한 시차와 오차의 생산 범위를 가져가는 차원에서 안무의 다시 쓰기가 아닌 차원에서 비로소 수행성이 확보된다. 
    후반, “This is musical.”이라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말, 입체적 자장의 공명 아래 이것은 뮤지컬이라는 어설픈 지시, 원환을 그리는 마이크를 통해 때때로 증폭되는 사운드, 동시에 음악적 단위를 일정 부분 형성하는 노래에 대한 그러한 지시는, 하나의 장르라는 문법과 코드에 이러한 장면을 종속시킬 수 있음을 물론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런 장르의 경계가 흐릿하게 확산하는 가운데 이 모든 행위와 사건이 단지 상상이 아니라는 것을, 현실에서 연원하는 가상이라는 것을, 춤이라는 장르의 바깥에 음악과 극이 있다는 것을, 그러한 확장과 중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천명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역시 시차와 오차를 갖는 장혜진과 김명신의 관계는 복제와 복사와는 다르며, 크게 둘이 만나는 두 가지 장면에서 역시 그러한데, 앞서 미미크리가 그 첫 번째 장면이라면, 두 번째 장면으로는 김명신과 마주하려는 장혜진을 김명신이 간발의 차로 비켜나갈 때, 장혜진이 무어라고 김명신에게 말을 걸 때이다. 이 장면은 두 개의 세계로 양분된 구조를 쌓는 두 퍼포머의 해소되지 않는 미지의 관계에 있는 투명막을 과도하게 침범하려는 장혜진의 의지의 결과물로 보이는 것이다. 더디게 흐르는 상태에서 이런 변화의 기점은 새로운 구성을 낳진 않지만, 적어도 이 구조를 지시하고 그 바깥을 모색하는 듯하다. 〈x-being〉의 프로그래밍된 기계적 존재의 움직임, 외계의 언어를 구사하는 듯한 외양은 어느 순간 존재 간의 만남을 향한다. 이는 흐릿한 주체로서의 객체를 넘어서 연약한 주체의 내재적인 동기를 흐릿하게 감지하게 한다. 

     

    김민관 편집장 mikwa@naver.com

     

    [공연 개요]

    공연 일시: 20211226() 17:30, 1227() 19:30

    공연 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시간: 70

     

    콘셉트/안무/연출: 장혜진

    창작/퍼포먼스: 장혜진, 김명신

    무대감독: 맹태영

    기술감독: 최영수

    조명감독: 김민수

    사운드 디자인: 지미 세르

    비주얼 디자인: ADOH(한승우, 오진우)

    드라마투르기: 신빛나리

    영상기록: 복코

    사진기록: 복코

    티저 제작: 복코

    그래픽 디자인: 정김소리

    홍보/운영: 복동산(박은지, 김범준)

    코디네이터: 박태환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박은지

    주최/주관: He Jin Jang Dance

     

    공연 문의: hejinjangdance2021@gmail.com

    공식 영상 트레일러: https://youtu.be/lxPoHyytJp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hjdance_xbeing

    (https://instagram.com/hjdance_xbeing?utm_medium=copy_link)

     

    인류는 어떤 살아있는 이상적인 개체로서가 아니라 이 배제된 중간, 즉 두 종류의 죽음 사이의 유령적 영역을 통해 사고되어야 한다.” - 티머시 모턴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삶과 죽음 간의 딱딱하고 얇은 분리를 초월하는 의식에 다양한 방법으로 침투하는 작업이다. 생명과 비생명, 존재와 비존재의 사이를 느슨하게 하는 의식은 흐르는 것이고, 유영하는 것이다. 우리의 주위에, 내부에, 그리고 곁에서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것이 의식이자 영혼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서로와 함께할 수 있을까? 내부와 외부의 투과적인 구조에 주목하며, 공동의 존재양태를 살핀다. 사회 안에 처한 '은 타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빗장을 여는 해킹을 경험한다. 역병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흐르는 의식 그리고 신경계는 투쟁, 도피, 휴식, 애도, 상실 사이에서 어떻게 진동하며 흔들거릴까?

     

    두 명의 퍼포머, 마이크(), 신경계 해킹, 진동하는 모터, 양파, 그리고 허밍 여러 유기체와 여러 인공체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부조화로운 신경계의 리듬으로부터 공연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가 발생한다. 복수의 신체, 복수의 사물, 복수의 목소리로 인한 리듬의 뒤얽힘과 상호작용은 연금술과도 같이 무리의 몸을 관통한다. 무리는 희미하게 흔들거리는 유령적인 존재자 x-being으로 이곳에 초대된다.

     

    1. 1. 마치 움직임의 피지컬적인 차원을 존재론적인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듯하다는 차원에서 또는 존재론적인 차원이 피지컬적인 차원을 통해 드러날 수 있음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관객과의 대화에서, 드라마투르그를 맡은 신빛나리가 ‘x-being’에 대한 티머시 모턴(Timothy Morton, 1968~)의 여러 설명 중에서 채택하고 언급한 부분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이다. [본문으로]
    2. 2.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명신의 말을 따르면, 장혜진은 〈흐르는〉에서의 자기 모습을 김명신에게 해킹해달라는 식으로 퍼포머의 역할을 주문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단순히 따라 하기나 복제로 연결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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